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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가족여행/알바니아

행복한 만남과 새벽송이 아닌 저녁송?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9. 12. 30.

알바니아에서의 아침이다.

선교사님이 준비해 주신 맛있는 아침을 먹고 우리 아들 신이 나서 나갔다.

닭이랑 토끼를 보고 오렌지를 따기 위해서.

난 알바니아가 추울거라 생각하고 스키복 바지에 스키장갑까지 챙겨 왔는데

15도 정도의 좋은 날이다.

 

 

 

선교사님 집 한쪽 넓은 마당에서 닭들과 토끼들이 있다.

우리 아들 엄청 신기하고 그러면서도 조금 겁나고. 

 

남편 선배되시는 조 선교사님께서 우리 하겸이 한테

오렌지 따는 법을 알려 주시고.

 

우리 하겸이 혼자서 가위 들고 오렌지를 땄다.

 

태어나 처음 오렌지를 딴 우리 아들.

 

설레는 점심 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20여 년 전 알바니아 내전이 났을 때 헝가리로 오셔서 함께 했던 선교사님들.

그분들이 아직도 알바니아에서 사역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 사이 아이들은 다 결혼을 했거나 대학공부로 떠나고.

이젠 두 분 선교사님만 남아 사역을 하고 계신다.

또 몇 분은 다른 사역지(미얀마, 코소보...) 옮기셨다.

 

이렇게 멋진 레스토랑을 우리를 위해 예약해 주셨다.

밖에는 놀이터도 있고.

 

돼지갈비, 소갈비, 양갈비....

우리 아들은 피자.

선교사님께서(서로 하시겠다 미리 눈치를 주고받았다고 하시는데...) 내신다는 것을

우리 신랑이 화장실 다녀온다 하고 미리 계산을 했다.

이런 이쁜 짓은 언제든 환영이다. ^ ^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최근에 생겼다는 백화점으로 갔다.

 

이곳에서 우리 아들은 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선교사님에게.

 

세월이 참... 어찌 이리 지났는지.

25년의 헝가리 생활에서 큰 아이 낳고 만났던 분들이다.

커피 한 잔 마주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누고,

또 성탄 사역들이 계셔서 아쉬운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우린 조선교사님과 함께 시내로 나갔다.

간단히 장을 보고 예배당으로 가기로.

 

 

알바니아는 바다가 있어서 인지 생선이 많고 저렴했다.

이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새우랑 오징어, 문어를

선교사님이 나를 위해 사주셨다는. 

 

하얀 두부 같은데 분명 저것은 치즈다.

맛이 궁금했지만 크기가 너무 압도적이라 그냥 통과했다.

 

큰 재래시장으로 들어갔는데 우리가 좀 늦게 왔는지 많이 비어 있었다.

 

 

각자 집에서 따온 야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알바니아 지나오면서 보니 집집마다 마당에 감나무가 있었고

감이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마당의 감을 따와서 파나 보다.

올 때 감 많이 사 오자 하고는 그냥 왔다. 열심히 달려 헝가리로 오느라고.

 

 

광장에 가면 이순신 장군 딱 그거 하나 볼 거라고 했는데

이 분이신가 보다. 

 

 

 

선교사님도 깜짝 놀라신다.

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놀이기구들이 운행 중이었다.

무슬림 국가라서 크리스마스라고 그동안 별다른 행사가 없었는데

올해는 화려하게 장식하고 사람도 많았다.

 

겁이 많은 우리 아들은 놀이기구는 일단 다 패스하고

선교사님하고 게임 한 판 했는데 선교사님이 알아서 져주시니

우리 아들 1:9로 압도적인 승!!

진짜 자기가 잘하는 줄 알면 어쩌나 하면서도 워낙 신나라 하니 그저 웃음이. 

 

예배당에 갈 시간이라서 마지막으로 회전목마 하나 타고 서둘러 예배당으로 갔다.

 

선교사님이 이 지역에서 20년째 사역 중이시고

몇 번의 이사를 하시고 현재는 이곳이 예배당이다.

 

내일 성탄예배 연습하던 형들이 내려오자마자 바로 가서 드럼 앞에 앉는 우리 아들.

 

장난하다가도 저리 기도할 때는 어찌나 이쁜지. 내 새끼.

아니 하나님 아들. ^ ^

 

다 같이 기도하고 출발~~~~

 

저녁 7시

한 가정씩 방문을 하고 알바니아어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찬양을 하고,

준비하신 과일과 음료를 대접받았다.

우리 어릴 때 새벽송 도는 것처럼.

 

우리 아들은 초가 그저 신기해서.

 

 

세상에~~~

집 마당에 키위가 주렁주렁 열렸다. 신기해라.

 

집주인(선교사님이 알바니아에 오셨을 때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20년 함께 하신다는

성도분)이 선교사님과 우리에게 키위를 따서 주신다.

 

이번 지진으로 피라니아로 이사 오셨다는 젊은 성도 가정.

아들이 하겸이랑 동갑인데 어찌나 귀여운지.

이름이 아론.

 

마지막 집인 아론의 집안에 잠시 들어가 음료를 마시고,

우리 아들 형아들이 그저 이뻐서 안아주니 좋은가 보다.

 

아론의 책상에 놓인 성경책.

 

하루를 마감하고 선교사님 댁으로 돌아와서

낮에 샀던 새우랑 오징어, 문어 데쳐서 먹으니 꿀맛이다.

남편이 시장에서 와인을 샀는데....

와인을 안 마시는 선교사님도 잘 모르시고, 알바니아어 모르는 우리는 또

뭐라 물어봐도 대답을 잘 못 알아듣고..

사온 와인이 좀 스파클링.... 살짝 요상한 맛. 

선교사님 댁에 왔는데 웬 와인을 마시느냐.. 하시는 의미인지 영~~~~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는.

우리 아들 오늘 하루도 잘 따라다녀주어 고맙고.

짜증 없이 놀아 주어 고맙고.

그렇게 성탄 이브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