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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한국의 날 행사에서 엄마는.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2. 5. 23.

한국 대사관과 문화원에서 한국의 날 행사를 한다는 광고를 봤었다.

그럼 구경 가야지.... 했는데 어쩌다 보니 세종어학당을 돕게 되었다.

"한국의 날" 이다 보니 문화원, 대사관, 각 기업들, 식당들, 식품점들.....

여기저기다 참여하게 되는데, 오래전 함께 한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선생님이랑 이야기 하다가 .....

그러지 뭐. 재밌겠네요. 할 께요. 이렇게 말이다.

세종 학당이니까 한글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좋겠다 싶어서 

지우개에 헝가리 분들의 한글 이름을 새겨서 도장 만들기를 준비했다.

먼저 내가 만들어 보고. 사진 찍어서 보내드리고. 

유치원에서 만들곤 했던 갓을 만들어 봤는데 종이컵은 너무 작다.

그냥 검은 종이로 다시 만들었다.

나에게 있는 한복인형 머리가 40여개 정도 있어서 그걸로 한복 입은 인형을 종이 접기로 

만들기로 하고, 인형 머리를 다 사용하면

인형머리 없이 한복을 접어서 액자로 만들기로 두 개의 견본을 만들었다.

딱지 치기가 있어서 우리 아들 집에서 아빠랑 열심히 연습했다.

 

새벽부터 비가 와서 어쩌나.... 했는데 아침 9시 쯤 비가 그쳤다.

울 아들이 갓을 들어 주고, 난 색종이랑 준비한 짐들 다 들고 

"한국의 날" 행사가 열리는 밀레나리움 파크로 갔다.

예전에 오래전? 

단국대에서 기증하고 간 오고무가 다 나오고,

그런데 일렬로?

나중에 보니 헝가리 분들이 문화원에서 배워서는 공연을 하는 거라서

오고무가 아니고 일렬로 놓고 연주를 했다.

내가 도와주기로 한 세종어학당 부스다. 

다들 준비하느라 바쁘네.

헝가리 옐떼 대학의 한국어과 학생들이 봉사를 했다.

울 신랑 테이블 옮겨주고,

아들이랑 딱지치기 몇 번 놀아주고.

근데.... 아들이 이기게 좀 해주지, 어째 꼭 아빠가 이겨서는

울 아들 "엄마, 아빠한테 졌어. 아빠가 자꾸 이겨" 하게 만드네.

좀 져주지. 

그리고는 일찍 손님들 모시고 떠났다. 

봉사자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지우개에 한국 이름 파서 도장 만드는 거 알려주고

각자 자기 이름을 파보고 연습해 보라고 했다.

나중에 보니 한글로 헝가리 이름을 어찌나 잘 써주던지.

혹시 다칠 수도 있어서 밴드도 주고,

칼은 꼭 한 칸만 사용해야 한다고 주의도 주고.

갓 만드는 곳에서 봉사할 학생에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색종이로 한복 접는 방법도 알려주고 연습들 하라고 했다.

그래야 헝가리 사람들에게 설명을 잘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손님들이 몰려오니 학생들이.... 두 명 밖에...

서로 교대해야 해서 쉬러 갔다는데,

두 학생이 하루 종일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9시 부터 오후 2시까지 나도 지치는데 처음 해보는 학생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대사님과 헝가리 국회의장이 같이 한복을 입고 갓을 쓰고 사진을 찍으신다.

제일 인기가 많은 곳.

한복 입어보기 체험하는 곳이다.

한복입고 사진도 찍고 잔디밭을 걷거나 셀카들을 찍느라고

긴 시간 줄을 서서 다들 기다렸다.

정신없이 한복인형 접기를 하다가 보니 울 아들이....

놀래서 나가 보니 딱지 접기를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긴 시간을 함께 살아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다들 자기 생활이 있으니까.

몇 년만에 만났더니만 이쁜 공주님이. 

한복 입은 인형 접기가 인기가 많아서 봉사하는 학생들도,

도와주러 오신 OO어머니도 엄청 고생하셨다.

나도 계속 오시고 줄 서서 기다리시니 맘은 급하고,

쉴 틈이 없어서 잠시 멍~~~~ 

그래도 인형을 만들고는 어찌나들 좋아하시는지.

지우개에 한글 이름을 도장 파는 곳도 끊임없이들 오셔서 한글 이름 도장을 만드셨다.

울 아들, 어제밤에 아빠랑 연습한 보람이 있나 보다.

울 아들 딱지치기 잘해서 형아들이 챔피언이라고 불러 줬단다.

자기가 어른도 이기고 형아도 이겼다면서 신이 난 울 아들.

 

한복 입기 체험은 하루 종일 줄이 길다. 

갓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두 명씩 아가들이 와서 만들어서 

쓰고 갔다.

한국 식품점들이랑 한국 식당들이 있는 곳은 줄이 엄청 길었다.

김밥 한 줄이라도 사서 하겸이 먹이려고 했는데 엄두가 안 났다.

OO어머니가 밖에 나가서 햄버거를 사 오셔서 하겸이 너겟이라도 먹일 수 있어

너무너무 감사했다. 

이럴 때는 누나가 와서 하겸이를 챙겨야 하는데....

그래도 우리 아들 정말 많이 컸다.

한 번씩 엄마한테 와서 물 마시고 가고, 딱지치기하느라 정신없다.

준비해 간 인형 머리가 다 사용되고 없다. ㅠㅠ

인형 머리가 없다고 하니 아쉬워하면서도 액자 만들어 붙이는 것도 좋다고 하시며

많이들 만드셨다.

한국어과 학생들이 헝가리 이름을 한글로 제법 잘 썼다.

잘 모르는 건 핸드폰 번역 어플을 사용해서. 

그리고 자기 이름이 한글로 도장으로 찍히는 게 신기해서 정말 열심히들 판다.

우리 아들은 2시 30분에 첼로 비즈거(부모 초대해서 하는 시험 겸 콘서트라고나 할까?)가 

있어서 출발하기 전에 자기도 만들고 싶다 해서 만든 한복.

역시나 엄마 아들.

어른들도 어렵다 하는데 울 아들 참 잘 만들었다.

삼성, SK, 한국 타이어등 한국 기업이랑,

태권도, K-POP 댄스, 사물놀이.... 공연도 있었지만

구경도 못했다. ㅎㅎㅎ

5시까지 다들 고생했다.

나는 2시에 나왔지만.

부다페스트 사람들 다 온 듯 하다고

저녁에 집에 오니 허리가 너무너무 아프더라는....

계속 허리 굽히고 도와주다 보니.

한국어과 학생들 정말 정말 고생들 많이 했다.

다들 점심도 못 먹고 말이다.

 

이런 큰 행사 참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두 딸들 어릴 때 어린이 날 행사 몇 년 도와주고는

정말 10여년도 더 지났나 보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아들을 위해서 흔쾌히 한다고 했다.

울 아들이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또 한국을 소개하는 곳에서 엄마가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딸들이야 엄마가 같이 학교에서 근무를 했고, 한글 학교도 교사로 있었고, 

색종이 접기 클럽도 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봤지만.

우리 아들은 엄마가 의대생들 반찬하는 거 보다가 거위털 이불 파는 것만 봐서....

엄마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했는데 아들이 너무 좋아했다.

다음에도 힘들어도 해야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들을 위해서. 아니 아들의 엄마에 대한 좋은 추억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