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그런가 보다..... 그리고 새벽에 부른 찬양.
며칠 전,
헝가리에서 민주평통중부유럽 회의가 있었다.
새벽에 들어온 남편.
아침에 내려가니 식탁 위에 선물이....
회의에 오시는 분들 중에서 준비해 오셨나? 하는데
-병연이가 오면서 가지고 왔어.
-이 정자 집사님 아들? 병연 씨?
-응. 슬로베니아에서 오면서 가지고 왔어.
작년 비엔나에서 회의가 있을 때도 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어머님이 꼭 뵙고 인사드리라고 하셨어요.
했다고.
언제였나..... 1998년?
루마니아에서 비자 때문에 국경 넘어 도장 찍으러 오셨다가
루마니아보다 헝가리가 좋다며 바로 짐 싸들고 헝가리로 오신
두 분이 계셨다.
그 중 한 분은 한국에서 미용실을 하셨던 분이어서 본인 집에서
간단하게 커트, 파마를 하시며 돈을 버셨다.
그때 함께 오신 분이 이 집사님이셨다.
친정엄마랑 연세가 비슷하시고 혼자 오셔서 남편이 옆에서
어머니처럼 챙겨드렸었다.
회사 만드는 것도, 집 얻는 것도, 나중에 민박을 시작할 때
손님 모시고 오는 것도...
이 집사님은 차가 없으셔서 일주일에 한 번은 내가 모시고
함께 장을 봐드렸었다.
간단한 것은 가까이 마트에서 산다고 하지만 무거운 것 들고
오르내리기 힘드실텐데 싶어 수시로 들렀고,
같은 구역이라서 내 차로 구역예배 드리러 다니면서 무엇이든
필요하다 하시면 같이 다니며 구입하곤 했었다.
누구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면 이것저것 챙겨서 갖다 드리고
(그때는 한국 식품점도 없을 때라서 사용하던 것조차 다 귀할 때였다.)
그렇게 민박을 하시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민박인데 식사를 명절 잔치상처럼 하셔서 내가 잔소리를 하곤 했었다.
이렇게 하시면 남는게 없는 게 아니라 적자예요~ 하면서.
너무 잘해주고 생일까지 챙겨주니 여행 왔다가 한 달을 머물다 가는
청년들도 있었다.
집사님은 항상
-하은엄마, 괜찮아~~ 집세도 내고 매달 살잖아.
하셨다.
처음 오셨을 때 아들 하나가 있는데 군대에 가 있고,
대학교는 휴학 중이라고 했었는데 제대하자마자 헝가리로 와서
어머니 모시고 가이드도 하고 했었는데...
이 집사님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아들은 남아서 가이드도 하고 했었는데
나중에 소식을 들으니 슬로베니아로 옮겨서 결혼도 하고
거기에서 사업을 한다고.
그리고 유럽에 같이 사니 이렇게 만나게 되더라는.
아마도 저 올리브기름이랑 발사믹초는 한 동안 저리 놓고
쳐다만 볼 것 같다.
이 집사님 생각하면서...
지금 생각하니 그때 이 집사님 연세가 지금 내 나이였구나....
군대 간 아들 놓고 혈혈단신으로 나이 60에 그것도 1998년도에,
루마니아로 오시고, 헝가리에서 민박하시다가 가셨으니..
물론 개인사가 있어서겠지만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 미장원하시던 집사님은 3년 정도? 있다가 한국으로 어느 날
훌쩍 떠나셨다.
남편 없이 아이 둘만 데리고 오셔서 집에서 미장원 하시다가
어느 날 남편이 나타났는데... 남편이 오자 얼마 안돼서 야반도주하듯
그렇게 애들 데리고 다시 한국으로 가셨다.
남편은 한 동안 혼자 가이드(전혀 헝가리 역사나 부다페스트 정보, 역사
알지도 못하면서 가이드를 하셨다. 당연히 헝가리어 한 마디도 못했는데)
하다가 어느 날 그분도 사라졌다.
미장원 집사님도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으셨겠지... 말 못 할.
성격이 밝고 호탕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시는 분이셨는데.
이 집사님 헝가리에서 다시 뵙기는 어렵지 않을까..
연세가 친정엄마랑 비슷해서....
한인이 500여 명? 되던 시절이라서 모두가 다 알고 지내던 때...
하은이 돌 때 오셔서는 하빈이 태어나고 유아원 다닐 때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참 옛날이다.
새벽에 내가 찬양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계속 머릿속에서, 내 입에서 웅얼웅얼...
내 죄사함 받고서 예수를 안 뒤 나의 모든 것 다 변했네.
지금 나의 가는 길 천국 길이요 주의 피로 내 죄를 씻었네.
나의 모든 것 변하고 그 피로 구속 받았네
하나님은 나의 구원되시오니 내게 정죄함 없어라.
다시 잠들려고 누웠는데
나의 모든 것 다 변했네...
그 피로 구속 받았네....
결국 새벽부터 그냥 이 찬송만 반복반복.
1월부터 목사님을 통해 주시는 말씀이
'천국'을 누리는 삶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천국이 아닌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천국.
오늘은 하루 종일 이 찬양이 입에서 맴돌며 나오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