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27년 전? 그런가 보다..... 그리고 새벽에 부른 찬양.

헝가리 하은이네 2025. 3. 13. 17:21

며칠 전, 

헝가리에서 민주평통중부유럽 회의가 있었다.

새벽에 들어온 남편.

아침에 내려가니 식탁 위에 선물이....

 

회의에 오시는 분들 중에서 준비해 오셨나? 하는데

-병연이가 오면서 가지고 왔어.

-이 정자 집사님 아들?  병연 씨?

-응. 슬로베니아에서 오면서 가지고 왔어.

 

작년 비엔나에서 회의가 있을 때도 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어머님이 꼭 뵙고 인사드리라고 하셨어요.

했다고.

 

언제였나..... 1998년? 

루마니아에서 비자 때문에 국경 넘어 도장 찍으러 오셨다가

루마니아보다 헝가리가 좋다며 바로 짐 싸들고 헝가리로 오신 

두 분이 계셨다.

그 중 한 분은 한국에서 미용실을 하셨던 분이어서 본인 집에서

간단하게 커트, 파마를 하시며 돈을 버셨다.

그때 함께 오신 분이 이 집사님이셨다.

친정엄마랑 연세가 비슷하시고 혼자 오셔서 남편이 옆에서 

어머니처럼 챙겨드렸었다.

회사 만드는 것도, 집 얻는 것도, 나중에 민박을 시작할 때

손님 모시고 오는 것도... 

이 집사님은 차가 없으셔서 일주일에 한 번은 내가 모시고

함께 장을 봐드렸었다.

간단한 것은 가까이 마트에서 산다고 하지만 무거운 것 들고

오르내리기 힘드실텐데 싶어 수시로 들렀고,

같은 구역이라서 내 차로 구역예배 드리러 다니면서 무엇이든

필요하다 하시면 같이 다니며 구입하곤 했었다.

누구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면 이것저것 챙겨서 갖다 드리고 

(그때는 한국 식품점도 없을 때라서 사용하던 것조차 다 귀할 때였다.)

그렇게 민박을 하시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민박인데 식사를 명절 잔치상처럼 하셔서 내가 잔소리를 하곤 했었다.

이렇게 하시면 남는게 없는 게 아니라 적자예요~ 하면서.

너무 잘해주고 생일까지 챙겨주니 여행 왔다가 한 달을 머물다 가는 

청년들도 있었다.

집사님은 항상 

-하은엄마, 괜찮아~~  집세도 내고 매달 살잖아.

하셨다. 

처음 오셨을 때 아들 하나가 있는데 군대에 가 있고, 

대학교는 휴학 중이라고 했었는데 제대하자마자 헝가리로 와서

어머니 모시고 가이드도 하고 했었는데...

이 집사님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아들은 남아서 가이드도 하고 했었는데

나중에 소식을 들으니 슬로베니아로 옮겨서 결혼도 하고

거기에서 사업을 한다고.

그리고 유럽에 같이 사니 이렇게 만나게 되더라는.

 

아마도 저 올리브기름이랑 발사믹초는 한 동안 저리 놓고 

쳐다만 볼 것 같다.

이 집사님 생각하면서...

지금 생각하니 그때 이 집사님 연세가 지금 내 나이였구나....

군대 간 아들 놓고 혈혈단신으로 나이 60에 그것도 1998년도에,

루마니아로 오시고, 헝가리에서 민박하시다가 가셨으니..

물론 개인사가 있어서겠지만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 미장원하시던 집사님은 3년 정도? 있다가 한국으로 어느 날

훌쩍 떠나셨다. 

남편 없이 아이 둘만 데리고 오셔서 집에서 미장원 하시다가 

어느 날 남편이 나타났는데... 남편이 오자 얼마 안돼서 야반도주하듯

그렇게 애들 데리고 다시 한국으로 가셨다.

남편은 한 동안 혼자 가이드(전혀 헝가리 역사나 부다페스트 정보, 역사

알지도 못하면서 가이드를 하셨다. 당연히 헝가리어 한 마디도 못했는데)

하다가 어느 날 그분도 사라졌다.

미장원 집사님도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으셨겠지... 말 못 할.

성격이 밝고 호탕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시는 분이셨는데.

 

이 집사님 헝가리에서 다시 뵙기는 어렵지 않을까..

연세가 친정엄마랑 비슷해서....  

한인이 500여 명? 되던 시절이라서 모두가 다 알고 지내던 때...

하은이 돌 때 오셔서는 하빈이 태어나고 유아원 다닐 때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참 옛날이다. 

 

새벽에 내가 찬양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계속 머릿속에서, 내 입에서 웅얼웅얼...

내 죄사함 받고서 예수를 안 뒤 나의 모든 것 다 변했네.

지금 나의 가는 길 천국 길이요 주의 피로 내 죄를 씻었네.

나의 모든 것 변하고 그 피로 구속 받았네

하나님은 나의 구원되시오니 내게 정죄함 없어라.

 

다시 잠들려고 누웠는데 

나의 모든 것 다 변했네...

그 피로 구속 받았네....

결국 새벽부터 그냥 이 찬송만 반복반복.

1월부터 목사님을 통해 주시는 말씀이

'천국'을 누리는 삶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천국이 아닌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천국.

 

오늘은 하루 종일 이 찬양이 입에서 맴돌며 나오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