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성적에 관한 담임 선생님 메일을 받고.

헝가리 하은이네 2025. 5. 24. 05:20

금요일,

이제 수업이 없기에 여유 있게 다운로드하여 놓은 드라마 보는데..

메일이...

담임 선생님? 캠프 메일인가?

하고 열었더니....

잉???

울 아들 담임 선생님이 프랑스어, 영어, 헝가리어로 

메일을 보낸 것인데...

참 좋은 세상이다.

바로 번역이 되니 난 한국어로 대충 읽어보니...

오~~~~ 내 생각이랑 같아서..

울 아들 담임 선생님 멋지네.

그런데 왜 이런 메일을 갑자기?

그것도 오후 3시에... 뭔 일이 있었나?

 

4시 30분에 우리 아들 만나서 집에 오는 길에 물어보니..

-오늘 수학시험 성적을 받았는데 여자 아이 한 명이 울었어.

-왜? B 받아서?

-응. B 받으면 엄마한테 혼난다고 울었어.

세상에... 한국도 아닌데... 헝가리 아니 외국 엄마들 중에도 

성적에 예민한 엄마가 있나 보다. 

9월에 중학생이 되니 더 성적에 예민해진 건가?

 

옆에서 누나가,

-다른 애들은 몇 점 받았는데?

-난 A고,  다 A 받았어.

( 반 아이들이 다 A를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아는 친구들이.

그리고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 평가다. 헝가리는,  우리 아들의 학교도)

-자기만 B 받아서 울은 거네.

작은 누나 말에 울 아들 하는 말이...

-그것도 속상하고 엄마한테 혼나니까..

한다.

 

그러더니 하는 말,

-엄마, 우리 반 여자애들 중에 인텔리전트 하지 않은 애들이 좀 많아.

-응? 왜?

-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프랑스 사람인데 프랑스어를 D를 받았어.

-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지 않아서 그렇지.

  수업 시간에만 잘 들어도 D는 안 받지. B는 받을 텐데..

  D 받은 거는 게으른 거다. 그건.

 

울 아들 저녁에 큰 누나 오니까 큰 누나한테도 자랑한다.

오늘 수학이랑 프랑스어 시험 성적을 받았는데 A였다면서.

누나가 오늘 이야기를 듣고는

-하겸아, 넌 B 받아도 엄마한테 안 혼나잖아. 

-응, 난 안 혼나지. 

 

딸들에게 한 이야기를 난 아들에게도 이야기한다.

시험지에는 하겸이 이름을 적고, 성적표에도 하겸이 이름이 나오고,

앞으로 대학 갈 때도 하겸이 이름이 적힌 성적표를 보내야 하고,

앞으로 모든 것에는 하겸이 이름을 적는 거니까 알아서 하면 된다고.

A는 감사하고, B는 괜찮다고, 아름다운 거라고.

하지만 C는 게으름이니 하겸이가 하겸이한테 미안해하면 된다고.

왜냐하면 하나님이 건강과 지혜를 주셔서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니

C를 받는 거는 최선을 다 한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C나 D를 받는다고 해서 엄마는 혼내거나 화를 내지 않을 거라고.

그건 하겸이 성적이니까.

엄마가 대신 시험 보는 것도 아니고 엄마 이름을 적는 것도 아니고,

엄마이름의 성적은 이미 있는데 맘에 안 든다고 다시

시험을 보고 고칠 수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하겸이가 알아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울 아들 집에서는 공부 안 한다.

수업 시간에만 집중해서 듣고, 숙제도 다 학교에서 하고 오는 아들은

집에 오면 축구하고, 게임하고, 첼로 연습하고... 논다.

그런데 A를 받으니 참 신통방통하다.

물론 B도 있지만 A가 있는 게 신기하고 대견하다.

어려서 공부를 잘 못했던 나는 B만 받아도 감동인데...

왜 애를 혼내서 울게 하는지... 안쓰럽다.

오늘 울었다는 레나가.

그리고 바로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부모들에게 메일을 보내주신 

울 아들 담임선생님께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