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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한국이구나... 정말 한국에 왔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7. 9.

작은 녀석 대학 입학할 때 한국에 왔었다.

그때 올케가 뇌종양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었고, 

엄마 이야기를 쓴 책을 계약하고 정말 정신없이 있다가 헝가리로 돌아왔었다.

작년에 한국에 가려고 표를 샀다가 코로나로 못 가고

백신 접종하자마자 표를 사고 한국에 왔다. 

남편은 오랜만에 한국에 가는 마누라랑 어린 아들이

예쁘게 하고 갔으면 하는 바램에

ZARA에서 옷이랑 신발, 가방.... 주문해서

입고 가라 신고가라... 하고.

엄마가 헝가리 전통 수를 놓은 블라우스를 좋아하시는데

코로나로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아 살 수가 없었다.

울 신랑 또 밤새 인터넷 뒤지고 사이트 찾아서 직접 주문했는데

시간이 또 많이 걸리네...

다시 전화하고 한국 오기 전 날 도착을 했다.

엄마 옷이.

딸이 부탁한 옷이랑 아빠가 딸 위해 주문한 가방...

가을에 결혼할 조카 선물..

한국에 갈 때는 짐이 별로 없다.

한국에서 헝가리로 돌아올 때 바리바리 정말 짐에 눌려서 오지만.

비행기 타기 전에 아들 과일이랑 스낵을 좀 준비해서 타는데...

늦은 아침을 먹고 공항에서 너겟을 사서 먹여야지 하고는

공항에 들어와서는 시간이 별로 없어 바로 이동을 했다.

코로나 시대라서 어찌 될지 몰라.. 중간에 여권 검사 한번 더 하고 들어가니 

먹을 곳이 없네.

3시 넘어 비행기 탄 우리 아들 배가 고프단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마침 학교 급식에서 먹어 본 헝가리 음식이 나와서 배고픈 울 아들 다 먹었다.

항상 과일이라도 챙기는데...

한국 간다고 에미가 너무 흥분해서 새끼 간식도 못 챙기고.

헝가리 돌아 갈 때는 짐도 많고 해서 남편이 비즈니스로 예약을 해줬다.

비즈니스석을 보니 앉자마자 음료수랑 간식부터 주던데....

앞으로는 아빠보고 비즈니스로 해달라 하자, 아들아.

구름 보면서 이름도 지어주고,

미리 다운로드하여간 단어 찾기 게임도 하고...

코로나라서 한 자리씩 건너 앉히려나 했는데 아니었다.

앞자리 남자아이는 멀미를 하는지 계속 토하고.

좁은 3자리 꽉 차서 앉으니 울 아들 거의 앉아서  가다 보니

10시간 넘게 가는 비행시간 동안 꼴랑 2시간도 못 자고

헝가리 시간으로 새벽 1시에 인천공항에 도착을 했는데 어찌나 의젓한지.

오히려 엄마를 챙겨주니 이제 에미가 의지하는 아들이네.

헝가리 시간 새벽 2시가 넘었는데 우리 아들 씩씩하게

저 긴 줄을 자기가 가방 끌겠다며

가방 끌고 기다려 주고,

많은 종이를 쓰고 사인하고 또 검사하고 다시 사인하고,

열 체크하고, 여권 검사하고 다시 열체크하고, 

하나 넘기면 벽이 또 있고, 

전화기에 앱 깔았는지 또 확인하고.

정말 끊임없다.

택시 타러 가면서 이제 다 되었나 했더니 택시 타는 것도 안에서

기다려야 한단다.

방역 택시 기사분이 오셔서 우리를 데리고 가고,

바로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하고 집으로 가야 한다고.

내 여권에는 격리 면제자라는 스티커를 붙여주고

우리 아들은 만 7살이라서 자가 격리해야 한다고

앱으로 하루 두 번 체크하고, 

상태 매일 확인해서 보내란다.

택시 아저씨가 기다려 주시기에 긴 줄 기다렸다가 검사를 받았는데...

울 아들 주민등록 번호를 모르겠네.

새 여권에는 이제 주민등록 번호가 없다. ㅠㅠ

혹시나 싶어 핸드폰에 있는 사진 다 뒤져서 구 여권 사진 다행히 찾아서

주민등록 번호 적고 나서야 코로나 검사하고 ,

땀은 줄줄줄 흐르고...

헝가리에서는 웃으며 받은 검사를 한국에서는 어찌나 깊이 찌르는지

깜짝 놀란 울 아들 눈물이 핑 돌고.

드디어 집에 왔다.

외할머니 집에 온 울 아들을 위해 작은 누나가

포켓몬 카드랑 천자문 카드를 주문해 줬다.

근데 정말 한국은 빠르구나.

바로 다음날 카드들이 도착을 해서 신이 난 울 아들.

헝가리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한국은 우리가 도착을 하자마자 확진자 천명이 넘었다면

4단계로 올리네 마네 뉴스가 시끄럽다.

그래도 한국에 왔다는 것만으로 좋은 에미다.

택시에서 내리니 안경에 김이 서리네, 한국이구나...

신호등이 바뀐 지 10초도 안되었는데 버스 아저씨가 빵빵 거리네....

한국이다.

모든 사람들이 정말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썼다....

정말 한국에 왔네.

저녁에 울 아들 짜장면을 배달시켜서

처음으로 중국집 짜장면을 먹이면서 

"하겸이 이게 짜장면이야. 그동안 엄마가 해준 거는...

그냥 엄마가 만든 거고, 

맛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게 먹는 울 아들.

한국이다

다음 날은 닭튀김을 배달시켜서 또 아들 먹이면서 

바로바로 배달되는 따뜻한 닭튀김, 한국 참 좋네.

어쩜 이렇게 빠르냐.

이제 요리 안 하고 시켜먹고 언니랑 엄마가 해준 밥 먹으니 

정말 한국이다. 친정에 왔다.

시차 적응 안된 아들이 잠이 안 온다고 새벽 4시 반이 넘어서야 자고

아침 11시가 넘어서 일어나도

괜찮다. 밖에 못 나가니 뭔 상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