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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슬기로운 격리 생활 ? 이 되어야 하는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7. 12.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우리 아들의 자가격리가 일주일 남았다는 말도 되고,

한국에서의 생활도 일주일이 지났다는 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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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 가지고 간 헝가리어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로

매일 30분씩 공부하는 울 아들.

헝가리어 공부하면서 바로바로 프랑스어로 바꿔서 표현 연습을 한다.

금방 잊을 텐데... 싶어서.

하루 30분이라서 너무 짧아 헝가리 동화를 유튜브로 30분 보고,

프랑스 어린이 만화 까이유 30분 보고.

온라인 예배 드리는 울 아들.

기억이 가물가물한 은빈이 형아가 화면에 보이고. 

밤에는 선한 목자 교회랑 분당 우리 교회 유치부 말씀도 같이 보고.

울 아들 1학년 2학기 수학책을 샀다.

혹시나 싫다하면 어쩌나 했는데 의외로 너무 재밌다면서

혼자서 계속 한다.....

사진 찍어 큰 딸한테 보냈더니 왜??? 하네. 

나도 궁금하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재밌다면서 엄마 또 해도 돼? 더 해도 돼? 하면서 푸네.

저거 안 샀으면 어쩔 뻔했어. 

난 친정엄마 지인이 보내주신 마늘을 깠다.

대충 두 접은 되는 거 같다.

마늘 굵기가 작아서 15kg 정도 되지 않을까...? 나 혼자 생각.

저울에 재본 건 아니니까.

이거 갈아서 냉동했다가 헝가리 집에 갈 때 가지고 갈 생각에 기분 좋아지고. 

울 신랑은 뭐하러 가져오냐고,

나중에 생각날 마누라 먹을 거나 가져오라 하겠지만서도

그래도 시간 많을 때 까서 갈아가면 편하니까.

어쨌든 할 일도 없는데. 

친정엄마가 몇 년째 밥 주는 길고양이다.

한쪽 눈이 아픈데 친정엄마만 보면 졸래 졸래 따라다니고

밥 달라고 집에 까지 들어온다.

그런데 저 녀석 내가 멀리서 지켜보면 안 먹는다.

알았어!! 안 본다 안 봐!!

문 닫으면 그제야 먹는 예민한 녀석.

 

난 자가격리 면제라서 일주일 뒤에 꼭 보건소에 와서

PCR(코로나검사)을 받으라고 했었다.

안 그러면 자가격리 면제가 취소되고 바로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그래서 아침 9시쯤 강서구 보건소로 갔는데...

충격 충격...

줄이 어찌나 길었는지 보건소 밖을 나와서 건물을 지나

골목을 지나 다시 큰길로 돌고 또 돌아

다시 보건소 정문 앞....

망연자실.... 언제 끝나려나...

다행히 박 완서님 수필집을 가지고 갔기에 서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데 어라?

내 앞에 할머니고 그 앞은 아가씨였는데?

언제 할아버지가 아가씨 뒤에 계셨지?

이틀 전에 강서구 이마트 냉동, 냉장 코너의 직원 중

확진자가 나왔다고 문자가 왔는데

그 시점을 기준으로 3일 동안 이마트 2층을 다녀간 모든 사람은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그래서 줄이 어찌나 길고 길은 지....

그러다 보니 할아버지가 책을 읽고 있는 나랑 일행이 오기로 했다며

자리를 부탁하고 자꾸만 뒤에 확인하러 가는 할머니 사이에

들어오셔서 당당히 서계신다.

처음에는 앞의 아가씨 일행인가 했었는데 아니다.

날도 덥고 그냥 모른 척했다.

그렇게 서서 책을 읽는데 보건소 직원이 나와서는

팔에 번호 스티커를 붙여 주시는데

나는 214번이다. 

그러니까 내 앞에 213명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1시간 30분 이상 걸릴 거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긴 줄이 궁금했는지 지나가시던 한 할머니가 "이게 무슨 줄이야?" 물으시고 

내 앞의 할머니가 "네?" 하니 "무슨 줄이냐고?" 묻는데 

물어봤으면 걸음을 멈추고 대답을 들어야 하는데

빠른 걸음으로 계속 걸으면서

질문은 했는데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사라지셨다.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등 뒤에 큰 소리로

"코로나 검사 줄이에요~~~"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혼란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정말 궁금한 표정이었고 두 번이나 물어보셨으면 대답을 듣고 가시지.

물어보면서도 걸음은 어찌나 빠르신지 순식간에 멀리 가버리신 할머니.

뉴스 보시면 아시려나?

한국이구나. 빨리빨리 바쁘신 어르신.

 

아마도 그 시점부터였나 보다.

내 뒤 한 50m 지점? 에서 큰 소리로 전화하는 내용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통화는 큰길을 돌아 상가를 돌아 거의 보건소 담까지 왔을 때야 끝났다.

"아니에요, 절대 안돼요. 사기야, 사기라고"

"영창 가요. 정말 사기라고요. 안된다고요"

계속 큰 소리로 안된다고, 사기라고 , 거짓말이라고, 속는 거라고...

책에 집중이 안되고 날은 더워서 목 뒤로 땀은 흘러내리고

마스크 아래로 땀이 차서 수시로 휴지로 턱을 닦아 줘야 하는데

아주머니의 전화소리는 어찌나 큰지...

그렇게 큰 소리로 흥분해서 통화를 하시던 할머니는

"알았어요. 난 몰라요,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해도 난 몰라. "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전화가 끝나고 다시 책을 펼쳤는데....

옆에서 전화 내용을 듣던 다른 아주머니가 물으셨다.

무슨 일이냐고....

하~~~ 묻지 말지....

다시 시작되었다.

딸이 누군가의 말을 듣고 사기를 당하게 되었는데... 시작된 스토리....

보건소 담장 쪽으로 돌자 바람이 살살 불어주어 숨통이 트이고.

드디어 보건소 뒤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니 끝이 보인다.

그런데... 자가격리 면제 서류를 달란다.

난 여권만 가지고 왔는데...

지난번에 드렸는데요... 매번 코로나 검사 때마다

자가격리 면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단다.

일단 코로나 검사는 받았고(오늘 안 받으면 면제가 취소되고

격리에 들어가야 해서)

결과는 내일 아침에 문자로 발송된단다.

 

힘들어라....

 

장애인 시설을 하는 친정언니는 매주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지긋지긋하다고.

이젠 어떤 분이 더 깊숙이 찔러서 아프게 하는지 어느 분이

그나마 살살해주는 안다고. 

친정언니랑 형부도 장애인 시설 근무자라서 코로나 검사받고 오고.

이걸 매주 해야 한다니 이런 시간낭비가 어디 있나 싶다.

그래도 어쩌겠나....

헝가리에서는 하루 천명이 넘게 사망자가 나오고 하루에 만 명 넘게

확진자가 나와도 코로나 검사받아 본 적이 없었다.

한국이구나...

이 더위에 의료진들, 보건소 직원들 정말 고생이 많고,

문자 받자마자 다들 길고 긴 줄을 서서 불평 없이 검사들을 받으니 말이다.

 

울 아들은 자가격리가 끝나기 전날인 다음 주 화요일에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벌써 심란하다... 아예 새벽부터 나가서 맨 앞에 서있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럼 덥지는 않을 테고 사람들도 없을 테니까.

그 길고 긴 줄을 서서 이러다 더 코로나 걸리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수시로 소독 스프레이 뿌리고 손 닦고...

 

헝가리 돌아갈 때까지 조심조심 다니면서 볼 일 다 보고 가야 하는데.

 

작은 딸은 하겸이 자가격리 끝나면 조카랑 같이 애견카페랑

놀이동산에 갈 것 찾아보고 예약하고. 나도 미리미리 전화하고 예약하고...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해서 물건 주문하고.

직접 나가서 사야 하는 거만 빼고는 거의 주문을 다 했다.

이번 주 내내 택배 상자 엄청 오겠다. 

 

하은이가 새벽에 태산이 산책시키면서 찍은 해돋이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