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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크리스마스 시장 구경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12. 9.

Szent Istvan Bazilika 성당 앞 광장에 크리스마스 장이 섰다.

항상 12월 1일에 부다페스트 곳곳에 (항상 같은 장소에 장이 선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24일 오후에 닫는다.

언제나 비슷비슷하기에 몇 번 구경하다가 춥고 귀찮아 안 나갔는데,

월요일 오후에 하은이 집에서 하겸이 선생님이랑 비대면 상담이 있었다.

딸들이 통역을 해줘야 하는데 시간들이 없어서

내가 노트북 들고 하은이 집으로 가고,

오후에 차가 밀려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는

하겸이 담임선생님이랑 상담마치고,

큰 녀석은 공부가 있어 집에 있고,

작은 딸이랑 바실리카 성당 앞에서 아빠랑 만났다.

그러고 보니 두 딸들이 아주 어릴 때.

부다페스트 리스트 음대 옆에 살 때 신랑이랑 같이

장 구경을 하고는 아빠랑 같이 구경한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어느새 딸들이 저리 컸는데....

그래도 이 날은 아빠가 사무실에서 성당으로 오셨다.

피곤하다 귀찮다 안 하시고.

울 아들이랑 같이 구경하자고.

그런데 막상 크리스마스 장을 보니 별로 재밌지가 않다.

그저 관광객 위주고 너무 비싸다.

당연히 지금 대목 장사이니 그렇지만서도....

특별히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무엇보다 백신 접종 안 한 울 아들 걱정에 아빠는 조급해하고.

작은 마켓이라서 대충 구경하고 베트남 국숫집으로 바로 가서

뜨거운 국물 먹으니 속이 다 풀리고.

우린 한 시간도 구경 안 하고 국수만 먹고 집에 왔다.

그런데도 다음 날 학교에 가야 하는 울 아들 넘 피곤해해서

저녁 마실은 울 아들이 더 클 때 까지는 쉽지 않겠다 싶다.

입장부터 줄이 길고, 백신 접종 카드랑 거주증을 보여야 입장이 되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헐~~~

성탄 대목이니까 당연히 그러려니...하지만서도

넘 비싸네. 

하나 사서 뜯어먹을까 하다가 손 시리고 춥고,

사진 대충 찍고 나가야지 싶어 서둘렀다.

울 아들 행여나 코로나 전염되면 안 되지 싶어 손 꼭 잡고 뭘 먹을 생각했다가

바로 접고 그냥 나갔다.

뒤쪽도 줄이 길다.

내가 좋아하는 끓인 와인, 뱅쇼.

먹고 싶다......

꾹 참고 걸었다.

내가 뭘 먹으면 울 아들도 마스크 벗고 어딘가에 앉아야 하고....

참자.... 내가 집에서 끓이고 말리라.... 다짐하고.  패스!!!

요 등도 예쁘네.

바실리카 성당을 배경으로 호두까기 인형도 보여주고,

우리는 새해를 희망하는 천사를 보았다.

눈이 오고 나비가 날아오나..... 했더니 천사였다.

그치...나비라니. 

나 혼자 웃었다.

크리스마스니까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임마누엘 천사겠지.

세상에~~~~ 나비라니.

그런데 나비가 어때서? 노안이 오니 팔랑팔랑 날아다니니 나비인 줄 알았지.

요것도 괜찮고. 

 

많이 화려해졌다. 헝가리 크리스마스 장이.

그런데 살게 없다.

그저 관광객 위주로 장이 서고.

좀 실망스런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서 오는 내내 그립다.

그리웠다.

서유럽 흉내낸 장 말고 오래 전, 아주 오래 전,

두 딸들 어릴 때, 부다페스트 시내 리스트 음대 옆 아파트에 살 때 구경하던 

동유럽 그 자체의 장이 그리웠다.

할머니들이랑 바구니 들고 같이 섞여서 구경하고 모자도 써보고,

양털로 만든 아기 신발, 양말, 모자, 조끼...사고 싶어서 만지작 만지작.

그때는 냄비, 프라이팬, 바구니들,칼.장난감, 책들 ...

그 때는 이런게 왜 크리스마스 장에 있을 까...그런 생각을 했었다.

말이 크리스마스 장이지 모든게 다 있었던 장이었다.

참 좋았는데.

그리웠다.

그리움 때문에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을 보며서 그냥 속이 허해졌다.

서민들이 함께 구경하고 가족들 선물을 고르고 또 고르던  그 시절의 동유럽 장이

너무 그리운 시간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반짝반짝 불을 밝힌 빌라모쉬(트램)이

부다페스트 시내를 돌아다닌다.

강가로도 가고 시내로도 가고.

보기만 하고 타 본 적이 없어서 안에도 저리 화려하게 장식해 놓은 걸 몰랐었다.

작은 딸이 사진 찍어서 보내주기에.

"딸~~~ 엄마도 타고 싶다. 엄마도 타 보고 싶어~~~"

했더니,

작은 딸 하는 말이 자기도 안 탔단다.

그냥 데악띠르 종점에 서 있길래 올라가서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고. 

그래도 난 울 아들 방학하면 반짝반짝 트램 타고 종점까지 왔다 갔다 해야지.

아들~~~

올 해는 모든 콘서트 다 취소되고,

울 아들 첼로 콘서트도 취소되고.

스키장도 못 가고.

저거라도 타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