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길.
출근이라고 말을 하려니 좀 그렇지만 어쨌든 출근이다.
손님이 없어도 난 매일 아침 10시쯤 거위털 이불을 팔고
수출하는 내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하겸이 하교시간에 맞춰서 월요일, 목요일은 보통 3시까지,
화요일 금요일은 1시까지, 수요일은 2시까지 있는다.
그것도 다른 일이 생기면 좀 바뀌기도 하고 내 맘대로 지만
그래도 출근이고 퇴근이다.
매일 출근 길에 보는 광경이 있다.
항상 관심있게 보고 꼭 그곳에서 신호등에 걸리니 나도 모르게 보게 된다.
어느 날은 유심히 보고, 어느 날은 그냥 무심히 보고...
그러다 보니 안 보면 이상해 진다. 아니 변화가 생기면
나도 모르게 왜???? 하게 된다.
그중 하나는 머르깃 다리 건너기 전 신호등 옆에 항상 앉아 계시는 분.
동전을 주려고 준비를 해도 차로 오지 않는다.
그냥 앉아만 계신다.
음.... 노숙자는 아닌것 같은데....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마스크를 드리네?
파시나?
아니다. 돈을 안 받고 그냥 주시네?
그런데 가끔은 차들 옆으로 지나가시는데
동전을 준비했다가 드리려고 해도
돈을 받으려고 준비하지 않으시고 돈 달라 기다리지도 않으신다.
하지만 매일 저 자리에 앉아 계시고 가끔 걸으시고.
그런데 11월 중순부터 안 보이신다.
아프신가?
코로나 걸리셨나?
벌써 2주째 안 보이신다.
오늘도 출근길에 보니 아주머니가 앉아 계시던 종이 박스도 사라졌다.
8월 말 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계시던 분이 안 계시니 자꾸 신경이 쓰인다.
출근할 때 마다 오늘은 나오셨나... 보게 되고 안 보이면 또 걱정되고.
참 오지랖이다.
그래도 내일은 저 자리에 앉아 계시면 좋겠다.
또 하나는 길거리 책방이다.
내가 헝가리에 처음 왔던 95년도? 그때 부터 봤던 건데...
아직도 건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고 사고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아침 10시쯤인데도 사람들이 책을 보고 , 고르고... 읽는다.
중고책을 파는데 아주 저렴하다.
헝가리말 알면 나도 사련만은...
머르깃(마가렛)다리 건너기 전에 항상 신호등에 걸린다.
신호등이 3개가 순차적이라서. 그러면 항상 책을 파는 곳을 보게 된다.
습관처럼.
아침 10시쯤인데도 책을 고르시는 분들.
이 모습이 매일 신기하다.
오늘은 책방 주인 출근이 늦네. 나보다.
500 포린트부터라고 쓰여있지만 박스에 있는 책들은
200 포린트(800원 정도?)도 있고, 300 포린트도 있다.
이곳은 데악띠르에 있는 중고 책방이다.
참 신기하다.
여기도 사람들이 서서 책을 고르고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헝가리 사람들 책 참 많이 보나 보네.
이곳은 머리깃 다리 건너 페스트에 있다.
그러니까 머르깃 다리 양쪽에 있다.
중고책 파는 곳이.
여긴 서부역 앞에 있는 헌책 파는 곳.
매일 출,퇴근하면서 3곳의 헌책 파는 곳을 지나는데
다 먼 거리가 아니고 트램 2~3 정거장 거리다.
그런데 신기한 건 볼 때마다 2~3명이 서서 책을 보고 있다는 거.
사는지 안 사는지 모르지만서도.
그리고 오늘 아침 작은 딸이 보내 준 사진.
유태인 회당 쪽에 있는 중고책 파는 곳을 사진 찍어 보내왔는데....
차 안에서 신호등 걸려 급히 찍은 에미랑 달리 멋지게 잘 찍은 작품이다.
조명이랑 분위기가 너무 멋지네.
언제고 걸어 다니다가 나도 헝가리 시인 시집이라도 한 권 사야겠다.
헝가리 전래 동화책도.
요즘 운전하면서 고전을 유튜브로 듣고 있다.
그러면서 나 혼자 웃고 가슴 저리고 한다.
그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 애절하게 읽었던 박 00, 김 00, 이 00...소설들이 고전만 못하다는.
이건 온전히 내 개인 생각이다.
어쩜 말들이 그리도 찰 지고 해학과 철학이 있는지.
너무 재밌다.
어설프게 독자들 감성 건드려 베스트 셀러 되고자 하는 그런 얄팍함이 없다.
요즘은 운전하면서 길이 막혀도 괜찮다.
가끔은 사무실에 도착해서 마저 다 듣고 내리려고 몇 분을 차 안에 있기도 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요즘 듣는 것도 좋더라는.
대부분 고등학교, 대학교 때 다 읽은 책들인데 너무 재밌다.
요즘 천로역정, 좁은문,이방인... 다시 듣고 있다.
우리 고전이나 서양 고전이나 그 시대 글들이 더 철학적이고 해학적이다.
이 무영 단편소설 아내를 들으면서 어찌나 혼자 웃었는지.
그러다 딸들에게 물었다.
얼마나 알아 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 언제 같이 듣자고.
당연히 싫단다. 울 딸들은. ㅎㅎㅎ
그래서 책으로 사다 줄테니 읽으라 했다.
벙어리 삼룡이는 또 왜그리 슬픈지.
읽으면서 우리나라 노틀담의 꼽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따라기'는 내 나이 젊어서는 잘 이해가 안 갔었다.
오늘 다시 듣는데 왜그리 가슴이 아리던지.
나이가 들어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야 그제서야 들리는 것들이 있다.
나이가 드니 그 나이만큼 시간이 지나서야 가슴을 움직이고 담기는 것들이 있다.
'빈처'는 그 옛날 여학생 시절에 읽을 때도 답답하면서 먹먹하더니
그 옛날 현실이 지금도 발 동동 구르며 뛰어다니다 쓰러지는 지금 현실과
어째 자꾸 오버랩된다.
딸들이 쓰지 말라는 표현
'참 좋은 세상이다'
책을 다 읽어서 친절하게 들려주니.
그래도 책은 내가 눈으로 활자를 읽으며 느끼는게 좋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분칠해서 들으면 자꾸 그 분칠한 얼굴과 냄새로 기억이 되기에.
하지만 지금 책도 없고 시간도 없을 때는 이것도 감사하다.
들려주는 분께.
감사히 듣고 있다고 댓글로 인사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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