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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특별한 저녁 식사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11. 14.

대사관저에서 부부동반 저녁 식사 초대가 있다 연락이 왔다.

그럼 난 맘이 분주해진다.

울 아드님 땜시.

카톡으로 큰 딸 수업이 어떠한지 조심스레 물어보면서(꼭 와서 동생 봐야 한다고

꼭 그래야 한다는 분위기를 가득 담아서) 늦어도 5시 30분에는 와야 한다고.

그런데 목요일에 오기로 한 거위털 이불이 기다려도 안 오더니 금요일에 온단다.

딸아~~~ 일찍 와주라~~~

결국 하은이가 수업 끝나자마자 집으로 와서 열쇠 받아서 기다렸다가

하겸이 학교에 데리러 가기로 하고 난 바로 사무실로 가고.

화장하고 갔는데 (저녁에 관저에 가야 해서리) 이불들 위층으로 올리고 정리하고 땀이....

사무실에서 거위털 이불 정신없이 정리하는데 카톡으로 사진이 날라 왔다.

큰 딸이 태산이 데리고 하겸이 학교까지 가서 함께 집으로 걸어가는 사진.

대충 이불 정리하고 큰 딸이 꽃집에 주문해 놓은 관저에 들고 갈 꽃다발 찾아서 집으로 오니,

울 아들 놀자고 눈이 반짝반짝.

며칠 전부터 딕시트 하자고 했는데 아빠가 몸이 안 좋아서...

아빠가 너무 늦게 와서....

매일 목 빼고 기다리다 실망했던 울 새끼.

큰 누나랑 아빠랑 엄마랑 (작은 누나는 인턴 하는 회사에서 아직 안 와서) 같이 놀으니 

너무너무 신났다.

어찌나 눈물 나게 웃으면서 게임을 했는지.

오랜만에 아빠도 활짝 웃으면서 가족이 게임하고 좋았는데 

시간이 없어 게임 한번 하고 아들은 누나랑 같이 있고,

엄마, 아빠 빨리 온다 약속하고 나갔다.

나가기 전에 냉동해 놓은 피자 꺼내 놓고,

감자 갈아서 감자전 준비해 놓고,

차 안에서 대충 립스틱 바르고 향수 뿌리고.....

6시 20분인데 너무 캄캄하다.

우리나라 대사관저라서 태극기가 잘 보이게 찍고 싶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태극기가 안 보여 아쉽다. 자세히 보면 보이지만서도....

"여보, 나무를 심었다." 

몇 년 만에 온 관저.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고 대사님이 어떤 분이 오시느냐에 따라 좀 달라진다.

한인이 적었을 때는 대사 사모님이 주최한 티타임도 있었고, 

국경일 행사도 관저에서 있었지만 정말 오래전 일이다.

올라가는 한쪽에 나무를 심었구나....

10분 일찍 도착을 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민주평통 임명장 수여식이 미뤄져서 

대사님께서 부부동반으로 저녁식사를 겸해서 임명장 수여식을 하시겠다 하셔서

간 특별한 저녁 식사였다.

대사님과의 대화는 유쾌하고 즐거웠다.

격의가 없었고 헝가리와 교민에 많은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셨다.

헝가리에 26년을 살면서 많다면 많은 대사님을 뵈었는데...

왕자님이란 별명으로 통하시는 분도 계셨고, 학자 같은 인품의 조용하신 분도 계셨고,

권위적이어서 나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답니다~~~ 하는 맘이 들게 하시는 분도 계셨다.

오래 기억되고 참 좋은 분이셨는데... 생각나는 대사님은 누구나 그렇듯이 

교민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시고 한인 체육대회를 하면 사모님과 같이 참여하셔서

게임하시고 함께 즐겨주신 분들이시다.

어디서든 그저 연설하시고 권위적인 분들은 별로......

음악회에서 뵈었을 때도 권위적이지 않으셔서 첫 인상이 참 좋았었는데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탈하시고 헝가리에 참 많은 관심과

교민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보이시는데 그 관심이 대사라는 직분때문에

그저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서 참 좋았다.

관저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내가 앉을자리에 네임카드가 있고,

그 옆에 오늘 식사의 메뉴가 있다.

여기까지는 언제나처럼 같다.

그런데 식사를 다 마치시고 대사님께서 요리사를 우리에게 인사시켜주셨다.

처음이다.

그동안 관저에서 많다면 많은 식사를 했지만 

식사를 준비한 요리사를 안에 들여서 인사를 시킨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는 관저 요리사는 연세가 좀 많은 분들이셨다.

사연 많은 분도 계시고,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오신 분도 계셨고....

그러다 연령이 조금씩 젊어진다.... 했는데.

이번 관저 셰프는 20대 중반의 아가씨였다.

집에 돌아오면서

"여보, 우리가 참 많이 관저에서 식사했지만 요리사를 인사시켜주신 분은 처음이다.

대사님 인품의 한 면을 본 것 같아 기분 좋네"

했다.

기분 좋은 특별한 저녁 식사였다.

감사합니다. 초대해 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