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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오랜만에 만난 유딧 머머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6. 3. 9.

슈라니 뻐뻐가 9년 전에 돌아가시고,

유딧 머머는 그동안 아들 다니엘이 있는 캐나다에서 오래 머물다 보니

매년 여름에 하던 유딧 생일 파티, 크리스마스...

슈라니 뻐뻐가 안 계시고 더니도 없으니 유딧은 항상 캐나다에서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랑 함께 지내다 보니 정말 오랜만에

만난 유딧 머머.

1992년 남편이 총각으로 처음 헝가리에 와서 만난 몇 안 되는 헝가리 친구.

그중 한 분이 슈라니, 유딧뜨 부부다.

우리가 결혼할 때는 한국 주재 헝가리 대사관에 공사로 근무를 했다.

한국에서 하은이 돌잔치를  할 때 와주시고,

변호사인 유딧이 헝가리 관습(문화?)에 따라 슈라니, 유딧이 우리 하은이의

대부, 대모가 되어 주셨다.

우리는 카톨릭이 아니고 크리스천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상관없다시면서...

헝가리의 대부, 대모는 정말 부모와 같다.

그냥 형식적인 대부, 대모가 아니다.

진짜 부모처럼 챙겨주면서 관심을 가지고 함께 자녀를 키운다.

우리 하은이, 하빈이 성적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셨고,

아이들 생일, 절기마다 선물을 챙겨주셨다.

2002년 유딧 생일 때 찍은 사진이구나...

저때는 이집트에 외교관으로 근무할 때라서 

우리 딸들에게 이집트 전통 의상, 아랍 상형문자로

아이들 이름을 적어서 선물해 주시곤 하셨다.

유딧의 아들 더니(다니엘)는 지금은 결혼해서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

두 아들을 낳고, 

토요일 아침,

서둘러 마트에 다녀와서는 김밥을 말았다.

유딧을 만나러 갈 때는 항상 김밥과 잡채를 준비해서 가곤 했었다.

이날은 그냥 김밥만 준비했다. 

 

우리 가족은 유딧을 몇 년 만에 만나 서로 꼭 끌어안고

헝가리식 뿌시뿌시 인사하고,

슈라니 뻐뻐가 떠난 지 벌써 9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고,

그동안 계속 캐나다를 오가던 유딧은....

이제 집을 팔기로 했단다.

집을 팔고 아예 캐나다 더니에게 가서 살기로 했다고.

이렇게.... 사람들이 떠난다.

우리 나이가 그런가 보다..

그리고....

슈라니의 첫 번째 부인이 낳은 이스트반의 첫째 아들 소식을 전해준다.

며칠 전에 여자친구에게(여자 친구가 좀 문제가 있는 아이였단다.)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는 너무 낙심하고 우울해하다가 스스로 창밖으로

몸을 던져 삶을 마감했다는 너무 충격적인 소식을. 

우리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 찍은 사진 속에 그 아기가 있다.

슈라니랑 이혼한 첫 번째 부인인 주저도  이혼한 남편이 재혼한 부인인

유딧의 생일 파티에 항상 참석을 했었다. 주저니니의 아들 이스트반도 함께.

이스트반이 이혼하고 다시 재혼하고 낳은 아들이 슈라니의 첫 손자였다.

그래서 저 날도 유딧의 생일이었지만 첫 손자의 생일도 함께 했다.

나로서는 이런 게 문화차이인가? 했었던 순간.

그래도 이혼했어도 웬수가 아니라 가까이에 살면서 두 아들들도 친하지는 

않더라도 서로 알고 지내고, 손주도 보고... 좋지 싶었는데...

그 뒤에 이스트반이 다시 이혼하고 3번째 재혼을 해서 또 아이를 낳고.

그런데 저렇게 귀여웠던 아기가 16살에 창밖으로 몸을 던지고 삶을 마감했다 하니

어쩌다가... 왜.... 살다 보면  잊히고...  또 다른 사랑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사고도 아니고... 육체적인 병도 아니고...

주저니니랑 이스트반... 가족들의 아픔이 얼마나 클까.

 

이제 유딧은 아들이 있는 캐나다로 가기 위해 집을 부동산에 내놨고,

모든 것을 다 정리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팔 수 있는 건  팔고... 나머지는 다 버려야 할 텐데...

유딧은 오래전에 이 장을 아주 비싸게 샀다고...

헝가리 전통 장이다.

이젠 그냥 준다고 해도 아무도 안 가져간다면서 아쉬워한다.

 

주한 헝가리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선물 받은 것들이 정말 많다.

저것들도 처리해야 한다고....

사진은 다 찍었지만 너무 많아서 몇 개만...

그런데 아무도 안 가져갈 것 같다.

그냥 버려야 할 듯싶다. 

슈라니 뻐뻐 책상이다.

고풍스럽고 멋진.

이건 바로 팔릴 것 같다고.

여기에 앉으셔서 아코디언을 멋지게 연주하시곤 하셨었는데.

슈라니 뻐뻐 아코디언은 아들 다니엘이 가져가겠지?

6월 말이면 저곳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었다.

오른쪽에는 와인 저장소가 있고, 

가든파티를 위한 키친과 쉴 수 있는 공간, 샤워실이 있는

작은 집이 있는 마당.

지금은 아래층에 아이가 셋이 있는 이웃의 자녀가 세 들어 살고 있어서

마당에 모래 놀이랑 작은 미끄럼, 그네가 있네.

 

캐나다에 오래 머물다 오시곤 하는데도 식물들이 너무 예쁘다.

거실, 침실, 서재... 정말 화분이 많은데 저 많은 화분들이 

다 건강하고 싱그럽고...

하은이가 나중에 이 중 하나를 가져가고 싶다고.

잘 키울 자신은 없지만...

 

유딧뜨와 슈라니의 젊었을 때 사진.

더니의 둘째 아들이 할아버지 슈라니를 꼭 빼닮았다며

유딧이 웃는다.

중학생이었던 더니가 이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돌쟁이 하은이는 이제 의사가 되어 레지던트를 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늙어가고 있다.

삶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다 팔고 버리고... 캐나다로 가면 미니멀 라이프로 살고 싶다는 유딧.

나도 그렇다고... 정말 좀 버리고 정리하면서 간소하게 살고 싶은데...

어째 그게 잘 안된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정리할 때 고생하지 않게 내가 알아서 대충은 

정리하고 가고 싶은데....

그래야지. 내가 정리하고 가야지.

 

유딧 만나면 우리 다 같이 사진 찍자... 하고는

또 사진도 못 찍었다.

유딧 떠나기 전에 사진 꼭 찍어야지....

다 정리하고 캐나다로 가면 또 언제 보려나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