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 밭에~~~~~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5. 27.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 밭에

채송화도 봉선화도 한창입니다.

 

남편이 즐겨 부르는 동요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안고 불러주고, 무릎에 눕히고 불러주고....

 

토요일 오후 난 너무 더운 날 아이들과 4시간 수업을 하고 지쳐서 오니,

착한 남편은 우리 오는 시간 맞추어서 짜파게티를 끓여놓고

배고파하는 마누라와 아이들이 오자 마자 먹을 수 있게 해놓았다.

그런데

진 빠진 마누라는 고맙다는 인사도 생략하고 말투도 짜증이 좀 섞여있다.

속은 미안해하면서....

 

그런데 아이 둘을 데리고 차 갖고 나가더니 소똥과 여러 종류의

꽃을 사 가지고 왔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마당으로 나가더니 작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의 얼굴이 환해진다.

엄마에게 잔소리 들으며 와서 시무룩해졌었는데 오늘은 아빠가

그 마음을 풀어주었다.

작은 아이는 자기 꽃이라며 사 와서는 기분이 날아간다.

잊지 않고 물이나 잘 주려는지.......

흙에 소똥을 섞어서는 정성껏 화분에 옮겨 심고는 만족한 표정의 하빈.

에미 닮아 귀찮은 일은 안 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오늘은 신이 난다.

하은이는 너무 재미있단다.

아빠 닮아 밖을 좋아하는 아이는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다.

이르드로 이사 왔을 때 남편은 여러 가지 색의 장미를 심었다.

너무 우거져서 가끔 가지치기를 해주는데도 참 잘 자란다.

어제 고추밭에 물을 주러 가다가 들딸기를 발견했다.

그것도 우리 집 마당의 호두나무 아래에서....

너무 신기하다.

마침 작은 아이가 딸기는 나무에서 열린다고 하여

아빠랑, 언니랑 나가서 현장 확인을 할 수 있었다.

매년 목을 매고 기다리는 체리가 점점 빨갛게 익어간다.

이렇게 날씨가 덥고 저녁마다 한차례 비가 지나가면 다음 주면

먹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작년에는 꽃이 필 때 비바람이 몰아쳐 열매가 많지 않았다.

올해는 체리가 제법 많이 열렸다.

2주 뒤에 있는 우리 구역 식구들의 가족모임 때는 사다리 놓고

따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부다페스트를 벗어나 시골로 오길 잘했다고 항상 생각한다.

여름이면 고슴도치가 우리 마당을 산책하며 지나간다.

겨울이면 까마귀들이 떨어진 호두를 먹으려고 5-6마리씩 무리 져서

딱! 딱! 소리를 내며 호두를 까먹는다.

 

우리 아이들이 유년시절을 기억할 때 자연과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길.....

특히 아빠랑 함께한 시간들을.....

 

에미의 간절한 바람이고 기쁨이고 행복이다.

 

두 딸들!

좋은 아빠 주심, 함께하는 자상한 아빠가 있음을 감사하자.

'우리들의 이야기 > 우리 가족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들의 방학 이야기 1  (0) 2007.07.11
1995년 헝가리에서 살던 때에는....  (0) 2007.06.01
42살 생일  (0) 2007.05.24
댄스 발표회  (0) 2007.05.22
헝가리 땅에 한국 고추 심기  (0) 2007.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