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딸들의 방학 이야기 1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7. 11.

한량이 따로 없다.

아침이면 늦잠 자는 엄마 귀에 속삭인다.

'엄마, 텔레비젼봐도 돼요?'

귀찮은 엄마는 '응'하고 또 잔다.

8시쯤 일어나 아이들 아침밥 또는 토스트 주고,

아이들 책 한 권 읽게 하고는 또 논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빨라 벌써 방학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러다가는 곧 개학이지 싶어 에미가 더 조급해진다.

시간이 좀 더 천천히 가면 좋겠다.

개학 싫은 에미가 나 말고 또 있을까?

있겠지.....

오늘은 방정리하라고 큰 소리 치니 두 딸들이 후다닥 뛰어가서는

방정리를 한다.

내일이면 작은 엄마와 사촌 오빠들이 오니 오늘은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해야 한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아이들 모습이 한가롭고 편안해 보여 좋다.

그래도 아무리 에미가 공부하는 소리 안 해도 그렇지

한 번쯤 책 좀 들추고 하지.....

하고 잔소리가 나오려다가 개학하면 또 힘들 것 생각해서

다시 말을 고쳐

"매일 책 한 권, 성경 한 장만 읽으면 하루 종일 무엇을 해도 좋다! 알았나?"

하고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미아 목욕시키며 행복해하는 하은이.

미아도 얌전히 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전 장군이와 똘똘이는 목욕 한번 시키려면 전쟁이었는데....

 틈만 나면 밖에 나가 미아랑 바닥에서 뒹구는 하은이.

이러면 난 문을 벌컥 열고,

"큰 딸, 정말 이럴 거야.

하루에 옷을 몇 번 벗어 놓냐?  이제부터 이 옷은 네가 빤다. 알았나?"

그럼 넋 놓고 있던 미아가 깜짝 놀라서 멍멍 짖으며 부르르 떤다.

그 모습에 하은이와  난 너무 웃겨 눈물 나게 웃는다.

미아 놀라게 하기 성공하고 신이 난 에미..

 서울에서 작은 아이 약 부쳐올 때 담아서 보낸 빈통을

아이들이 아빠랑 만들기를 했다.

큰 아이는 동방신기와 슈퍼 주니어 사진을 오려서 꾸미고,

 작은 아이는 제일 좋아하는 뿌까를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심혈을 기울여 그려서는 꾸몄다.

저녁에 퇴근하면서 스프레이를 남편이 사가지고 와서는 베란다에서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 뿌려보는 스프레이에 실수 연발이더니

제법 잘한다. 

 하루 한 권 책 읽기 숙제한다고 들어가더니 조금 있으니 조용하다.

서로 작게 읽어라,

발 이쪽으로, 저쪽으로 치워라,

실랑이를 하더니

너무나 조용하다.

이상타 싶어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독서 삼매경이 아니라 꿈나라로들 가셨다.

에구구구구...

꿈에서라도 세종대왕이랑 이황 조상님 좀 만나고 오면 좋으련만.....

아침 엄마 불호령에 딸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책정리 하랴 가방 정리하랴

침대 정리하랴.

내일 밤에 작은 엄마, 사촌오빠들 오면 북적거리며 정신이 없겠지.

이러고 한 달이 가면 일주일 뒤가 개학이니 벌써 방학이 다 끝난 기분이다.

한달 남은  방학을 정말 재미있게 신나게 실컷 놀았다고 생각이 되어야 할 텐데.....

 

개학하면 큰 아이는 5학년.

작은 아이는 3학년이다.

 

공부에 눌리지 않고 크면 좋겠다는 에미의 바람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지길 바라며

딸들아 실컷 놀아라.

 

오빠들 오면 오빠들하고도 수영장도 가고 시내 구경도 다니면서...

함께 지내기는 처음이라서 한 달 동안 많이 친해지고 정도 들고.

 그래서 사촌오빠, 동생으로 가까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