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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가족여행/헝가리여행

비가 오는 크리스마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0. 12. 25.

어제부터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아침에 눈을 뜨니 비바람이다.

헝가리는 보통 24일 오후부터 25일 오전까지 대중교통이 중단이 되었다.

1995년 처음 헝가리에서 맞는 크리스마스 때 무지 당황했었다.

대중교통이 없기에 교회에 오는 유학생들 전화해서 서로서로

태워오고 데려주는 것을 보면서 ...

그리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서 참 당황스러웠었다.

조금씩 변하는 헝가리.

올해는 배차 시간이 점 길어서 그렇지 빌라모시도 다니고

버스도  보인다.

11시.

성탄 예배를 좀 엄숙한듯, 우울한 듯(100% 내 기분이다.) 드렸다.

그리고 처음인듯 싶다.

성탄예배를 드렸지만 빵도 차도 커피도 없이 그저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그전에는 여행 안 가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간단히 빵을

만들어 와서는 나누었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맘이 답답해져서 그냥 서둘러

교육관을 나왔다.

왜 이리 속이 답답한지........

그리고 괜스레 우울해 지려 한다.

옆에서 보던 남편 하는 말.

그럼 네가 만들어 오던가......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아주 애매한 그런 것.

그리고 우린 25일 있은데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영업을 하는

스타벅스에 갔다.

 

반신반의하면서 리스트 음대 쪽으로 차를 몰았다.

차가 생각보다 많았지만 여전히 썰렁한 크리스마스.

 

오우~~~~

OPEN이란다. 어찌나 반갑던지.

 

헝가리 사람들도 있지만 외국 관광객들이 더 많았다.

헝가리에는 올여름에 스타벅스가 들어왔다.

그다음부터 하은이는 틈만 나면 가고 싶어 했다.

 

두 딸은 따뜻한 음료를, 난 레몬 머핀을 주문하고는 옆 KFC로 갔다.

 

참 신기하다.

크리스마스에도 영업을 하다니.

우린 점심을 이렇게 닭튀김으로 먹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다.

신기한 것은 영수증에 화장실 문을 열 수 있는 번호가 있다는 것이다.

그 번호를 눌러야만 화장실 문이 열린다.

바찌의 맥도널드에서는 화장실에 갈 때 영수증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여긴 아예  잠근 장치를 해놓고는 영수증에 화장실 문 번호를 적어서 준다.

거참~~~ 신기하다.

딸들 신기하다며 한 번씩 영수증을 들고 가서는

번호를 누르고 화장실을 간다.

헝가리 정말 많이 변하네~~~~

 

버스도 다니고,

 

빌라모시도 다니고,

 

어라~~~~ 웬줄이 저리 길지?

 

비도 오는데 줄이 건물을 지나 멀리까지 늘어섰다.

남편 말이 크리스마스에 식품을 나눠주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다들 큰 가방이나 비닐 가방을 들고 빗속에 저리 줄을 서서

식료품을 받아 간다.

비라도 안 왔으면 좋았을 것을.......

 

관광객도 신기한지 사진을 찍는다.

그래도 아기 예수님 오신 날은 이래서 좋다.

다들 평소보다 마음이 넉넉해져서 조금씩 내놓고 모아서 저리 나누니 말이다.

그런데 집으로 오는 내내 내 맘은 편치가 않았다.

신랑, 나 우울하다.

그냥 우울하다.

옆에서 신랑은 이 마누라 또 시작이구나..... 싶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