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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가족여행/아일랜드

아일랜드에서의 첫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6. 8. 5.

바람이 불고 잿빛 하늘이 낮게 있는 곳일 거야, 아일랜드는,

그러다 구름 사이로 한줄기 빛이 내릴 거야, 아일랜드는,

책에서 보면 그랬고, 어쩌다 본 제목도 기억안나는 영화에서 그랬다.

런던에서 비행기 타고 한시간,

아일랜드로 갔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처음부터 아일랜드는 관광이 아니었다.

런던에서 관광하고 더블린 가서는 쉬었다 집으로 오자는 거였다.

그래서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무작정 갔다.

아일랜드로.

새벽 4시 30분에 택시 타고 공항에 도착을 해서 

비행기표 받고... 기다리고...

하겸이 그래도 자동차 가지고 잘 논다.

따라쟁이 우리 하겸이,

운동화 끈 묶는 누나 따라 한다.

끈이 없는데도 열심히 고무줄 잡아당기고,

유모차 기다리는 동안 작은 누나가 놀아주느라...

도착을 하니 이런 진수성찬이.

감사해라....

영국에서 시리얼에, 라면에...

아침부터 얼마나 바빴을 까....

하겸이랑 퐁이랑.

저 멀리서 여우가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우리, 특히나 소리 지르는 하겸이) 때문에

가까이 오지 못하고 경계를 하며 바라보고 있다.

식사하고 바로 우리를 태우고 멋진 곳을 안내해 주셨다.

아일랜드의 산과 산이니까 들판은 아닌데 끝이 없는 들판 같은 산등성.

바람이 엄청 불었다.

이래서 아일랜드임을 실감했다.

 

이곳의 물은 검은색이란다.

신기해라...

저곳이 바로 유명한 맥주 기네스의 별장이라고,

자다가 깬 하겸이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숨을 못 쉬고

엄마,,, 엄마... 엄마....

귀여워라.

하겸이 바람 때문에 숨을 못 쉬는 것도 태어나 처음이지.

얼마나 놀래고 이상했을까. ^ ^

산 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갈색 거품이다.

이것을 보고들 맥주 거품이라고 한단다.

그러고 보니 진짜 맥주 거품 같다. 

이날도 17도 정도였는데 차가운 물속에 들어간 가족.

보기만 해도 춥다.

이곳도 물이 검은색이다.

6세기 때 지었다는 수도원 앞에서 엘보 파이프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시는 분.

 

 

적을 피해 이곳에 숨었단다.

음식과 물을 저 안에 넣고 보물들도.

안에 들어가서 밖의 사다리를 없애면 절대로 들어 올 수가 없었단다.

옆의 벽을 보니 돌의 두께가 엄청나다.

그러니 아직까지 건재하지.

6세기의 수도원,

지붕도 사라지고 사방의 벽만....

그리고 무덤들.

멀쩡하게 남아 있는 이 건물은 식당이었다고.

수도원에서 염소랑 양을 키웠단다.

이곳에서 염소들이 물을 마셨다고.

 

내리막길 뛰어가는 녀석을 하빈이가 잡았다.

저 에너지를 어찌할꼬....

어째 꼭 위험한 곳만 골라서 뛰고 점프하고.

시원한 바다가...

이곳에서 저녁을 대접받았다.

생선. 내가 좋아하는 생선. 

그런데

신기해라.

이곳 바다에서는 짠내가 안 났다.

바다인데.

짠내가 비린내가 없었다.

이상하다.....

아마도 기온이 낮고 바람이 심해서 인 것 같다고.

어쨌든 깨끗하고 시원하고

비린내 짠내 나지 않는 바다는 처음이었다.

 

 

 

오전에 만났던 여우가 오후 다시 왔다.

퐁이 엄마가 날계란을 주자 입에 물고 

한참을 바라본다.

고맙다고? 지금 고맙다고 인사하는 거지?

나 혼자 상상.

계란을 가져가서는 뒤에서 기다리는 새끼에게 준단다.

아일랜드에서 그것도 집 마당에서 여우를 볼 줄이야.

그것도 아침저녁 매일.

아예 자리를 잡고 두 앞다리를 공손히 모으고 아침을 기다리고

햇살 좋은 곳에서 낮잠도 자고,

그러다 저녁까지 받고서야 어딘가로 간다.

만나서 반가워, 여우야.

난 손님이라 이름을 못 지어 주겠다.

그냥 여우라고 부를게.

엘보 파이프를 연주하면서 

아주 작고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가사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성가가 아닐는지.

좀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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