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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은이 이야기

하은이가 상 받은 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6. 7.

하은이 학교 학년말 시상식이 있다며 학부모를 초대하였다.

하은이 건강이 안 좋아서 갈등을 하다가 하은이가 가고 싶다고 하여 학교에

등교시키고 혹시나 싶어 차 안에서 기다렸다가 강당으로 올라갔다.

그저 아이에게 엄마가 뒤에 있으니 안심하라는 의미에서 눈 한번 맞추고

앉아서 교장선생님 말씀이 무슨말인가 영어공부하는 기분으로 멍하니 있었다.

기도하고 찬양하고....

찬양시간에는 아이들이 모두 일어서더니 춤을 춘다.

참 예쁘다.

자유로운, 엄숙하거나 조용해야 한다는 그런 짜증스러운 긴장감도 없고,

아이들이 큰 소리로 대답하고 웃고 춤추고.....

 

그런데,

갑자기 "초이 크리스티나! " 하며 호명을 한다.

나도 어안이 벙벙한데 하은이도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저 앉아있다.

그러다가 다시 호명을 하니 나간다.

집중하지 않고 앉아있어서 대체 무슨상인지도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은이 학교에서는 성적상은 없단다.

품행이나 신앙,섬김에 관한 상을 선생님들이 의논하여 준단다.

초등학교 아이들 중에서 하은이가 "MOST RESPECTFUL"상을 받은 것이다.

 

감사하다.

성적상이 아니라서 감사하고,

우리 하은이에게 격려가 필요한데 마침 오늘 큰(우리에게는) 상을 받아서

너무나 기쁘다.

평상시에는 먹을 수 없는 피자를 오늘은 선물로 점심을 피자를 먹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너무 맛이 있단다.

남편은 하은이가 성적이 아닌 성품으로 상을 받은 것이 기쁘단다.

그 점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눈에 띄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어서,

칭찬을 해주어도 적절하지 않으면 식상하고,

어떤 때는 아이가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오늘은

학교 전체 선생님들에 의해서 받으니 하은이도 내심 기쁜 눈치이다.

 

마음 여리고 남을 먼저 항상 배려하기에 어떤 때는 피해의식이나 자기 것을

항상 손해 본다고 느끼지는 않는지 염려가 되곤 했었다.

 

마음에 상처를 안고 학교를 옮기고 헝가리어에서 영어로 공부를 하느라

말은 못 하고 하은이는 많이 힘들어했었다.

한 언어로 공부하기도 힘든데 헝가리학교를 다니다가

3학년 2학기때 아무 준비 없이 급히 일주일 만에 결정하고 전학을 했기에

아이의 힘듦은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영어로 모든 학업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그래서 그런지

하은이는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아이에게는 마음이 쓰이나 보다.

자기가 경험한 그 감정이 느껴지나 보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친구에게는 자기가 먼저 다가간다.

아무래도 동양아이로 시선을 받으면서 살아서 그 시선을 느끼는 아이가

안쓰럽고 감싸주고 싶은가 보다.

 

어쨌든 오늘은 우리 가족 모두 기쁜 날이다.

내일은 하은이가 좋아하는 중국집을 가야겠다.

잘했다고...

엄마, 아빠는 하은이가 자랑스럽다고.....

이런 귀한 딸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