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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태산이 이야기

미아 집 만들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7. 4.

남편이 전화를 받았다.

우리가 개 보호소에서 데리고 온 미아의 전 주인이란다.

어쩔수 없어서 포기했지만 다른 집에 갔다하니 보고싶다나......

내 참.

무슨 우리가 남의 아이 입양한 것도 아닌데....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언제든 보고 싶으면 오라고 했단다.

그러고 보니 미아 집이 좀 그렇다.

미아 데리고 올 때 남편이 아이들하고 집을 사러가자고 하긴 했는데

난 별로 신경을 안썼다.

기회되고 시간 되면 사거나 얻어 오면 되지 싶었다.

그런데 미아 전 주인이 오고싶다니 이왕 살 거 미리 사야지 싶다.

남편과 아이들하고 함께 미아 집을 사러 여기 저기 다녀 봤는데

너무 비싸다.

웬 개집이 10만원이 넘고 25만원 짜리도 있다.

기겁을 하고 그냥 상자안에서 살라고 할까 하는데 남편이 직접만들겠단다.

내 참.

그 비싼 장군이(콜리종)와 똘똘이(싸모이 종)도 그냥 베란다에서 살았는데

그냥 줘도 안가져가는 똥개를 데려와서는 집까지 만들어 주니....

지 복이지 싶다.

땀을 비오듯 쏟으며 긴 나무 사다가 아이들하고 미아 집짓기 프로젝트에 들어간 남편.

 25,000원 들여서 멋진 미아집 만들기 시작!

 

 

 

 

 

 엄마 닮아서 힘든일 하기 싫어하는 뺀질이 작은 딸.

우리 집 짱구다.

생긴거와 성격과는 달리 너무나 엉뚱한 일을 잘 벌린다.

옆에서 도와주기는 커녕 그저 장난하고 놀기 바쁘다.

 

자기 집 만드는 줄을 알기나 하는지....

미아는 개가 아니다.

개구리 같다.

높이 뛰기 선수다.

항상 반갑다고 작은 아이 머리까지 뛰어서는 앞발로 작은 아이 머리를 때린다.

정말 뛰어도 너무 뛴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차타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차 문을 열어 놓으면 뒷 좌석에 앉아서는 안나오려고

때를 쓴다.

힘으로 억지로 끌어내면 삐져서는 한동안 불러도 안온다.

삐지기는 어디서 삐져~~~~~

어디 달래주나 봐라.

난  절대로 안달래 준다.

그러면 아쉬워서 꼬리 흔들고 온다.

 제법 모양이 갖춰진다.

옆에서 조수 노릇 톡톡히 하는 하은이.

작은 녀석은 보이지도 않는다.

 

 드디어 집이 완성되었다.

미아도 궁금한지 안을 들여다 보더니 들어가 본다.

바닥이 딱딱해서 나오나?

낡은 카페트를 깔아 주어야 겠다.

 

 뒷 마당으로 집을 옮겼다.

오늘 부터 새 집에서 자야하는데 어쩔려는지.....

이제 미아 전 주인이 언제든지 와도 되지 싶다.

아마도 감동을 받지 않을까 나 혼자 생각해 본다.

 

 

  

지붕을 무슨 색으로 칠할 것인지를 두고 한동안 의견이 분분하더니 초록으로

정했다.

문패쓰는 것을 두고도 서로 하겠다더니,

한글은 언니가,

헝가리말은 동생 쓰기로 정했단다.

 

미아 넌 웬 복이 이렇게 많으냐....

 

갑자기 장군이와 똘똘이에게 미안해 졌다.

목욕이나 자주 해 줄것을....

가끔 차 태워 마실도 함께 갈 것을.....

끈 묶어 동네라도 한 바퀴 돌아다닐 것을....

 

정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수의사가 와서는 감탄을 하는 개들이였는데....

집 나가자 마자 누군가가 데리고 갔을 거라는 말을 안 믿었는데,

장수와 미아(둘다 잡종이다. 공짜로 얻은)를 키워 보니 확실히

인물이 인물이 아니다.

 

미아라도 안 잃어 버리고 잘 키워야지 싶다.

 

그래도 헝가리니까 이 한 여름에 보신탕감은 안되었을 테니 이 얼마나

안심인가.

 

오늘도 혹시나 하며 차로 돌아보면서

마이크 잡고 외치고 싶다.

"장군아, 돌아오면 목욕 자주 시켜줄께.

산책도 자주 데리고 나가 줄께.

돌아와 다오 ~~~~~~

장군아~~~~~~"

 

대문 열리자 미아가 또 개구리처럼 뛴다.

어휴,

저건 개가 아니라 개구리야.

아니나 다를까 펄쩍 뛰더니 하빈이 뒤통수를 앞발로 찬다.

저걸 때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또 삐질까봐 그냥 참고 들어 왔다.

 

전에 장군이와 똘똘이는 말안들으면 혼도 내고 고추밭 망가뜨리면

신발도 날라가고 했는데...

 

오늘도 미아가 쓰레기 봉지를 뜯어서 마당한가득 어질러 놓았다.

이젠 화도 안나고 하은이에게 묻는다.

"하은아, 엄마가 미아 5대를 때릴까, 아니면 하은이가 마당을 청소할래?"

하은이가 청소하겠단다.

한숨쉬며 들어오면서

"에구, 저것이 지복이지.

맞을 짓을 하고도 안 맞으니. ㅉㅉㅉㅉㅉ"

 

참 시기라는 것이 묘하다.

마침 이때 우리 집에 들어와서는 장군이 똘똘이 장수도 안 누린 호강을 누린다.

미아야,

버림받은 상처가 있어서 아마도 이 시기에 우리집에 왔나보다.

아이들이 끔찍히 위하고 나도 이젠 야단도 안 치고.

다 니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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