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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태산이 이야기

미아의 교통사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7. 30.

하은이가 대성통곡을 한다.

옆에서 하빈이는 언니의 슬픔에 함께 운다.

딸이 너무나 울어서 나도 마음이 아파 눈물 몇방울이 나온다.

남편의 굳은 표정이 심각함을 말해주고,

개구장이 조카들도 조용하다.

 

아이스크림 차를 오후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늦는다 싶었는데

오후 5시가 넘어서 음악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흥분하여 지갑을 들고 대문 열쇠를 찾는데 나도 어디에 두었는지

잘 눈에 안띄고 음악소리는 가까워지고.

우리모두 서둘다가 열쇠를 찾아서는 하은이가 뛰어나갔다.

작은 아이도, 동서도....

그리고 나는 컴퓨터를 보면서 저녁준비를 언제부터 시작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은이가 피묻은 상태로 울면서 들어온다.

 미아가 찻길로 뛰어 들어 빠른 속도로 오는 차에

치어서는 차가 급정거를 못하고 질질 끌려가다가 차가 섰단다.

뛰어나가 보니 하은이가 차에 치인 미아를 안고 와서는 마당에 눕혀놓았는데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의식이 없다.

남편이 수의사에게 전화하고 고맙게도 바로 수의사가 와주었다.

바늘로 찔러도 보고 일으켜 세워도 보고 입도 벌려보고......

수의사 말이 아무래도 척추신경을 다친것 같으니 내일 아침까지 지켜보다가

가망이 없으면 안락사를 시켜야 한단다.

 

미아 옆에서 한없이 목놓아 우는 하은이를 보니 억장이 내려앉는다.

미아와 하은이를 보는 남편도 표정이 굳어서 감히 말도 못걸겠다.

 

의사가 응급처치를 해주고는 내일 새벽에 다시 오겠다며 돌아가고,

하은이는 계속

미안해,

내 잘못이야.

사랑해.....

하며 미아곁을 떠날줄을 모른다.

정말 이럴때는 개키운것이 후회가 된다.

 

우리 아이들이 가까이에 친구가 없으니 강아지,고양이가 친구이다.

 

동서도,나도,하은이도,하빈이도.....

모두들 이럴것을 하며 후회를 한다.

나도 미리 열쇠를 찾아 줄 것을.

동서는 미아를 잡은 뒤에 문을 열것을.

하은이는 미아를 끈으로 묶어 놓고 문을 열것을......

 

우리 모두 이럴것을 하며 가슴아파했다.

 

하은이는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하더니 미아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한다.

하빈이는 목사님에게 전화를 하란다. 미아가 안 죽게....

 

생명인 것을.

함께한 시간이 짧았어도 많이 정이 들어서 더.

하은이의 아파하는 눈물이 가슴저려와서.

그리고

고통스러워 하는 미아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우리 모두 많이 반성하고 후회하고.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고.

운전한 아저씨도 과속은 잘못이지만 갑자기 뛰어든 미아의 잘못도 있으니

용서하자고.

그 아저씨도 많이 미안해했다고.

하은이도 더 이상 죄책감을 갖지 말자고,

그리고 우리 모두다 서로 절대로 책임추궁을 하지 말자고.

그동안 미아때문에 즐거웠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감사하자고,

미아도 개 보호소에 있는 것보다도 하은이 만나서 행복한 시간이었으니

우리 모두 감사하자고 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미아가 더 고통스러워하면 의사선생님 말씀처럼 하늘나라로

보내주자고.

그것이 미아를 힘들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은이와 이야기를 했다.

 

밤에 남편은 아무래도 힘들겠다고 하고,

난 다리를 절어도 좋으니 그저 살아만 있으면 좋겠다고.

하은이가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안락사를 시킨다면 아이의 상처가 너무나

클것 같아서 걱정이 앞선다.

 

새벽에 남편의 소리가 귀에 들리며 눈이 번쩍 뜨인다.

"미아야, 괜찮아?"

기적이 일어났다.

척추신경이 마비된것 같다고 했었는데

의식도 없었는데

살아날 것 같지도 않았는데

 절뚝거리며 걷는것이 아닌가.

어찌나 기쁜지.

그러면 된것이다.

 

 

 

 

의사가 와서는 살아났다며 기뻐한다.

다시 주사를 준비하는데 미아가 금요일에 예방접종때에 주사맞은 기억을

되살리고는 의사선생님을 향하여 짖으며 절뚝거리며 도망을 간다.

의사선생님을 기억한것도 기특하고,

주사가 무서워 자꾸만 도망가는 것도 귀엽고,

무엇보다

활짝 웃는 하은이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 졌다.

하은이와 아빠가 붙잡고 안아서는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았다.

 

앞으로 대소변 보는 것을 눈여겨 보란다.

앞으로 3개월은 안정을 취하고 조심을 해야한단다.

그것이 대수랴.

살아 주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예배당으로 갔다.

 

살아준것이 너무나 고맙다.

고통스런 밤을 이기고 일어나 주어서.

얼마나 놀랐을까.

충격을 이기고 안정을 찾아 주어서 고맙다.

 

생명을 키우는 일에는 항상 책임이 따르는데.

우리의 부주의로 생과사를 오고간 미아에게 미안하고,

겁없이 찻길로 뛰어든 미아도 이번기회에 차를 무서워하게 되게 않을까 싶다.

 

항상 분주함이 사고를 불러온다.

요즘 내가,

우리가 너무나 분주했었다.

분주함. 서두름.

항상 경계해야할 것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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