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시작인 금요일 저녁 남편이 퇴근하며 산책하자고 전화를 했다.
준비하다가 쳐다보는 미아와 눈이 마주치고,
하은이를 불렀다.
미아 준비시켜 함께 산책을 하자고.
신이난 두 딸은 난리가 아니다.
아빠차에서는 이렇게 해라.
목에 줄을 묶고는 어디를 갈거다.
말을 잘들어라.
우리도 신난다. 미아도 신나지?
웬 수다가 그리 많은지.
드디어 남편이 오고 미아도 함께 간다고 말하고 뒷자리에 아이들하고 함께
탔다.
어쩜그리 얌전한지.
워낙 차타는 것을 좋아하는 미아지만 오늘은 교통사고 나고 처음 하는 산책이라서
우리 가족모두 신이나고 즐겁다.
천천히 집구경삼아 산쪽으로 돌아보고 디오쉬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저녁 산책을 했다.
낯선 개의 냄새와 소리 때문인지 온동네 개들이 짖고 난리이다.
미아는 무지 신이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덩달아 줄을 놓칠세라 열심히 뛰는 하은이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아이들은 산책하며 운동하고,
난 예쁜 집을 발견하고는 사진한장 찍었다.
일단은 지하가 없는 것 같아서 맘에 들고 베란다가 넓은 것도 맘에 든다.
돌아 오는 길에 아는 분 집에 전화를 드렸다.
산책 중인데 잠깐 들러도 되는지....
그리고 예고도 없는 불청객이 되어 방문을 했다.
들어가면서 아이들이 감탄을 한다.
엄마, 한국 참외가 있어요.
하며.
노란 참외가 예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항상 감탄을 하는 바지만 우리집 고추와는 비교가 안된다.
고추도 깻잎도 호박도 어찌나 탐스렇게 열렸는지
그 동안 알뜰 살뜰 정성들여 가꾼 수고의 결실일 것이다.
언제나 손길없이 스스로 크고 자라 고추와 깻잎을 주는 우리집 텃밭의
고추와 깻잎이 안쓰러워진다.
얌전한 성품대로 어찌나 정갈하게 잘라서 말려 놓으셨는지
예술품을 보는 듯하다.
이렇게 말려 저장하여 한 겨울 찌게에, 볶음에 치장하고 식탁에 올라온다.
난 말리는 것에는 자신이 없어서 가르쳐 주신데로
열심히 깍둑 썰어 냉동고에 보관하여 겨우내 된장찌게와 수제비에 넣어서 먹는다.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돌아 오는 길에 참외와 엄청나게 큰 호박도 선물로
얻어서는 부자가 된 기분으로 산책을 끝냈다.
낯선 집에 간 미아는 열심히 하은이만 부르고 하은이가 없으면 또 부르고...
젖떨어진 애 모양 하은이만 찾는다.
불안한 모양이다.
집에가는 차 문을 열자 미아가 제일 먼저 탄다.
무지 집에 가고 싶었나 보다.
앞으로 자주 산책을 하면 좋겠다.
문만 열리면 들어 오고 싶어 호시탐탐 노리는 미아.
내 눈치 보다가 슬쩍 들어와서는 아이들 옆으로 간다.
들키면 미끄러지면서 도망을 하면서도 열심히 들어온다.
딸들 웃음소리가 심상치가 않다.
숨넘어 가는 소리로 까르르 까르르..
살짝 가보니
이런 미아까지 들어와서는 시체놀이가 한창이다.
웃겨 정말.
미아야,
너 정말 웃긴다.
시체놀이가 끝나는 것은 미아가 먼저 일어나 간지럽히면 일어나고
다시 시체놀이가 시작되면 저렇게 저도 함께 누워서는 시체가 되는 미아.
이러다가 안방까지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일단은 건강을 회복했기에 감사하고
딸들의 웃음소리가 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하니 이또한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