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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볼보, 잘 부탁한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2. 21.

차를 바꿨다.

남편이 한 달여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찾아보고 하더니 결정을 하고는

함께 가서 차를 가지고 왔다.

깨끗하고 참 맘에 든다.

수동기어라서 기름도 적게 들 것 같고 전의 차보다도 조금 작아서

담하니 무엇보다 주차와 기름사용량이 줄어 들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가볍다.

2004년도 출고된 차이다.

변호사가 잘 관리를 하면서 타던 차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상태가 좋다.

무리해서 바꾸어 주는 것이니 조심조심 제발 사고 치지 말고

타라며 손세차하는 곳으로  가서는 깨끗이 닦고 왁스 칠까지 하니

새 차 같다.

그런데 세차하고 나오는데 눈이 온다.

그나마 겨울 타이어라고 하니 가는 길이 안심이 된다.

학교 끝나고 나오던 딸들이 엄마의 새 차를 보더니 신이 났다.

그리고 정말 엄마 차 맞냐며 몇 번을 물어보다.

지난번 차는 안이 가죽시트였는데 이번 차는 가죽시트가 아니니까

절대로 주스를 흘리면 안 된다고,

과자를 이젠 차 안에서 먹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처음 남편에 나에게 준 차는 7년 된 벤츠였었다.

좀 낡고 컸지만 그래도 아이 둘 데리고 버스, 전철 타기 힘들던 때라

정말 좋았었다.

그런데 돌도 안된 둘째 딸이 어찌나 우는지, 게다가 기어를 바꾸느라고

잡은 손을 놓으면 파랗게 질리며 넘어가곤 해서 급할 때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아이를 띠로 앞으로 묶고는 운전을 조심조심했었다.

결국 보다 못한 남편이 5년 된 로버로 바꾸어 주었다.

자동 기어다 보니 오른손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운전이 가능해서

꽤 편하게 잘 사용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큰 아이 학교 앞에서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서있는

내 차를 뒤에서 내리 박아 버리는 사고가 생겼다.

너무나 놀라고 화가 나서 " 무슨 일이야?"하고 내려서 보니 바로

우리 뒷집,  작은 아이의 친구 엄마, 큰 아이의 학교선생님인

릴리의 엄마였다.

내차에서는 두 딸들이 울고 있고 릴리 엄마 차 안에서는 릴리와 마틴이

놀라서 울고 있고....

결국 그 사고로 내차는 폐차를 했다.

아이들 안 다친 것이 너무나 다행인 사고였다.

그리고 남편이 타던 대우 레간자를 나에게 주었다.

2002년에 출고된 레간자는 자동기어라서 편하지만 기름이

너무나 많이 들었다.

워낙 부다페스트를 오가는 데다가 아이들 아침, 저녁 등하교에

바이올린 레슨에 운전하다 보면 하루에 보통 70-100km를 달리니

기름값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던 중에 내가 차를 잘못 주차하여 버스가 치고 가는 사고가 생겼다.

그 사고로 엔진을 손 봤는데 그때부터 레간자가 급격히 늙어갔다.

결국 몇 번의 수술을 더 받고 입원도 했는데 아무래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남편차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길에서 서 버리면 아이들하고 말 못 하는 내가 너무나 난감해서....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온 4번째 내 차.

남편은 2년만 잘 타면 2년 뒤에 다시 좋은 차로 바꾸어 주겠다며

깨끗이 세차를 해서 주고는 기분이 좋은 표정이다.

차를 가지고 집에 오는데 실실 실 웃음이 삐져나온다.

혼자 운전을 하면서 히히히 낄낄낄 하하하하 프하하하하 계속 웃는다.

기분이 무지 좋다.

일단 수동기어라서, 차가 너무 크지 않아서,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은 잘 달릴 것 같아서.....

 

아이들이 엄마 차를 부를 때는 벤츠, 로버, 레간자로 불렀었다.

이번에는 아빠차도 엄마 차도 볼보이다 보니 아이들이 아침이면

엄마 볼보 타요, 아빠 볼보 타요? 하고 묻는다.

 

볼보,

잘 좀 부탁한다.

나도 조심조심 운전할 테니 너도 아프지 말고 나랑 함께 잘 지내보자.

네가 아프다고 드러누우면 내 발이 묶여 아주 곤란하거든.

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