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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타짜의 조짐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2. 29.

밤새 감기 몸살로 끙끙 않아 누웠다가 좀 늦게 일어나 보니 아빠와 딸들이 고스톱을 치고 있다.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아침으로 떡라면을 끓여 먹고는 고스톱판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 연말 이때쯤 남편이 아이들에게 고돌이를 가르쳤었다.

장난 삼아 아이들하고 하는데 옆에서 보는 난 어찌나 웃기던지... 사실 남편도 고스톱을 잘 모른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니 방향도 반대로, 점수도 뭔가 엉성하다.

딸들은 윷놀이처럼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줄 안다.

그런데 어디서 찾았는지 딸들이랑 남편이 아침부터 고스톱 판을 벌렸다.

타짜의 재능이 있나 ....? 하고 귀 기울여 듣다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어 버렸다.

 

 

작은 아이는 우기기 대장이다.

이긴 사람 오른편으로 도는 순서도 바꾸자고 한다.

자기가 꼴찌로 하고 싶으니 아빠가 이겨도 자기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고 우기고,

앞에서 점수가 나서 스톱을 외쳐도 자기는 아직 화투가 남았다며

자기 순서가 남았다고 우기고......

재미있는 것은 아빠가 청단을 두 개 먹으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청단을 보여주면서

"내가 파란색 가지고 있어요."하며 약 올리다가

막상 내주어야 할 때는 안된다고 우기고,

다른 것이랑 바꾸자고 떼쓰고, 그러다가  "그럼 안논다!" 하면  "아니야, 아니에요" 하고

다시 꼬리 내리고 열심히 그림 맞추기를 한다.

 

아빠가 사무실 가면 엄마랑 놀자며 온갖 애교를 다 떤다.

1점에 한 대씩 맞기로 하는데 당연 엄마가 매번 이기고

작은아이는 한 번도 못 이기고 맞기만 하는데도 재미있단다.

엄마 바쁘다며 빠지면 나중에는 언니랑 둘이서 앉아서 한다.

점수가 무지 웃긴다.

10짜리가 1자리에 가있고 2 끝짜리가 하나로 계산이 되고......

내 멋대로 계산이니..... 그래도 재미있단다.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다 더니 이르드의 고스톱법칙도 조금 다르다.

우리끼리 만든 법칙.

 

무지 진지하다.둘이 앉아서 심각한 표정으로 그림 맞추기를 한다.

그런데 옆에 앉아서 지켜보면 진짜 웃긴다.

특히 6장 깔고 7장 들고 둘이 고스톱을 치니 점수도 무지 많이 나온다.

그러면 신이 나서 좋아라 한다.

점수가 많이 나오면 본인이 정말 잘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고보면 겨울이 되면 하는 것들이 참 많다.

윷놀이도 우리 집 겨울 놀이이다.

아이들하고, 아니면 손님 왔을 때 딸들은 윷부터 찾는다.

 

감사하다.

아직은 컴퓨터에 앉아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아직은 텔레비전 앞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아직은 게임기에 관심을 갖지 않아서,

아직은 연예인에 빠지지 않아서,

 

아직까지 가족과 함께 하는 놀이를 즐겨해서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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