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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Papa에서 함께한 송년 모임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2. 11.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딸들을 바꾸란다.

딸들 표정을 보니 긍정적인 반응이다.

남편과 함께 일하는 헝가리 연구소의 모든 분들이

올 해도 송년 모임을 갖는데 초대를 했으니 갈 거냐고....

2년 전에 함께 하고 작년에는 일이 있어서 함께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금요일 밤이란다.

아이들이 피곤할 텐데.....

다음날 한인학교에도 가야 하는데..... 숙제는 했나?

예상처럼 딸들은 간다고 난리다.

금요일 저녁 출발하는데 비가 내린다.

남편은 사무실에서 출발했는데 금요일 저녁인 데다가

비가 와서 길이 너무 막혀 예상시간보다 40분 늦게 출발을 했다.

 

12월 6일 산타가 헝가리를 방문하면서 송년모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오늘 가야 할 곳은 약 200km 떨어진 Papa다.

오스트리아 국경 가까이에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 연구소가 있다.

서둘러 열심히 달려갔는데도 늦었다.

차에서 잠이든 딸들을 깨워서 식당에 들어가니 모두들 모여 계시다.

낯익은 얼굴들.

벌써 알고 지낸 지 꽤 오래되었다. 약 7년이 되었나....?

 안내한 자리로 가보니 이스트반 아저씨의 이름과

그의 손님이라고 적힌 종이가 있다.

작은 레스토랑 전체를 예약했나 보다.

 빤짝빤짝 불이 들어오는 산타 모자를 쓰고 여기저기 분주히

다니며 주문을 받는다.

 연구소 소장이시며 대표이신 이스트반 아저씨가 딸들에게

종합선물 세트(?)를 하나씩 안겨주신다.

하얀 수염과 불룩 나온 배.

그리고 사람 좋은 웃음. 산타 그 자체시다.

 연구소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의 가족이 모두 모여서 하는 파티라서

(약 60여 명) 아이들을 위한 그림방을 준비해 놓으셨다.

딸들은 재작년에는 그림도 그리고 놀더니 올해는 얌전히 의자에 앉아서

이스트반 아저씨랑, 아줌마랑 함께 이야기를 한다.

특히 말을 키우는 이스트반 아저씨 딸이랑 열심히 말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래도 심심할 엄마를 위해서 간간히 통역도 해주고.....

 음식도 종합세트.

이렇게 칠면조,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치즈튀김이 나오고, 샐러드가 따로 나왔다.

와인도 한 잔 하고....

저혈압에 좋다나. 그래서 한 잔 더하고....

 커다란 케이크를 먹으러 줄을 선 하은이,

엄마 몫까지 잘라다 주고.

케이크가 맛있다.!

 남편과 딸 주위를 맴도는 개구쟁이 꼬마.

재작년에는 갓난아기였었는데....

파란 눈과 노란 머리가 인형 같다.

담요를 입에 물고 다니다가 이렇게 끌고 다니는 꼬마.

한순간도 담요를 놓치지 않는 아가.

무엇이 그리도 불안한 건지.....

엄마가 한순간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 옆에서 보기가 안쓰럽다.

표정에는 많은 생각이 그려지고 무엇이 그리 심각한지....

 일 년 동안 참 열심히 일하고 이렇게 다들 모여서 수고했다고,

애썼다고,  고맙다고 서로 격려하고 감사를 표하는 자리.

그리고 다시 새해를 맞겠지.

이렇게 일 년이 가는구나.

내년에는 이 분들과 함께 일하는 남편의 일이 잘되기를.....

그동안 수고한 열매가 주렁주렁 맺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동안 수고한 손의 열매가 보이기를 간절히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