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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힐리즈 타는 공주님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2. 14.

그렇게 기다리던 딸들 크리스마스 선물이 어제 도착을 했다.

연말이라서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평상시처럼 4일 만에

항공우편으로 안전하게 우리집에 도착을 한 것이다.

초록색 우체국 벤과 우체부 아저씨가 산타이상으로 너무나 반갑다.

뛰어나가 사인을 하고 소포를 받으니 묵직하다.

이걸 들고 우체국에 가서 부치고 했을 친정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스치며 지나가고  우편비를 보니 안의 내용물 보다도

우편비가 더 비싸서 미안함에 우편비와 연말이니

용돈이라도 보내드려야 하는 데.... 죄송함과 고마움에 목이 멘다.

 

집에 들어와서 아이들의 선물을 보니 내가 더 기쁘다.

큰 아이는 학교에서 힐리즈를 타는 아이들이 너무나 부러웠었나 보다.

조르거나 떼를 쓰지 못하는 아이는 눈치 보며 참았다가

작은 소리로 말을 했다.

"엄마, 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힐리즈를 신고 싶어요."

"힐리즈? 그게 뭔데?"

"교회에 승원이 오빠가 타고 오는 신발이요."

"아~~~~  밑창에 바퀴 달린 거~~~~ 그거 어디서 사는데? 비싸니?"

" 아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사가지고 왔데요."

기억을 더듬어 보니 컴포나에서 본 적이 있었던 거 같다.

일단 컴포나를 가서 찾아보니 마침  두 종류가 있는데 발 사이즈가

안 맞는다.

게다가 가격이 너무나 비싸다.

큰 아이발에 맞는 것이 12만 원이다.

찾아도 남편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 큰 아이 걱정이 크다.

그다음 날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예상대로 안 된단다.

신발 신고 학교 가려 나오면서 벌써 큰 아이 눈에 눈물이 떨어진다.

내 생각에도 12만 원이면 너무나 비싼 것은 사실인데

아이가 우니 또 마음이 쓰리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걱정 마, 만약 아빠가 안 사주시면 엄마 한글학교 월급으로 사줄게!"

 

작은 아이 학교 도착도 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한국은 너무나 싸다고....

큰 아이 발사이즈를 물어보고, 큰 아이를 바꾸라더니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대답하는 큰 아이 목소리가 환히 밝았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보니 정말 가격이 너무나 싸다.

그래서 큰아이, 작은 아이, 내가 개인적으로 선물하고 싶은 왕자님 것까지

3개를 주문했는데 그것이 어제 아침에 도착을 했다.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이다.

헝가리에서는 12만 원이나 하는 힐리즈가 엄청 싸다.

물론 상표가 다르지만 무슨 상관이랴.....

애들 발이야 무지 빨리 커지는 것을.

그때까지만 건재해 주면 무지 감사다.

 출근하면서 아빠가 어딘가에 숨겨 놓으셨다가 퇴근한 뒤에

딸들에게 직접 주면서 신발 끈도 묶어주고 바퀴도 갈아주고....

에구~~~~ 참 좋은 아빠다.

딸들은 신고서 여기저기 비틀비틀 다니고,

이 닦을 때도 신고 다니고, 화장실 갈 때도 신고 가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신발부터 신고서 화장실로 가는 딸들.

학교에 신고 가겠다는 것을 눈이 오니 위험해서 다음에 신고 가자고

겨우겨우 달래서 보냈다.

아무래도 하교시간에 신발을 차에 싣고 가야겠다.

그리고 차에서 갈아 신고 좀 타도록.

 

딸들이 행복해하니 에미는 더 행복하다.

딸들이 좋아서 헤벌죽하니까 에미는 더 좋아서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이것이 자식 키우는 행복이겠지.

그저 자식이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면 에미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된다.

자식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면 에미는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람이 된다.

남편은 그런 내가 가끔은 못마땅하고 그러지 말라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그냥 내 새끼들이 삶이 즐겁고 그래서 많이 웃고 또 웃고.....

어린 시절을 기억할 때 많이 웃었다고...

잔잔한 행복으로 환하게 그려지기를....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나도 그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래서 이 행복한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는 이들을 안타까이 여겨

많이 나누고 품어 줄 수 있는 딸들이 되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방학하자마자 딸들 태우고 영웅광장에 가서 스케이트도 타고,

힐리즈도 타고 그래야겠다.

그나저나 방학이 2주밖에 안되니 좀 짧기는 하다.

그래도 방학 끝날 때쯤이면 잘 타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