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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무자년 새해맞이 2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1. 2.

오후에 급하게 만든 갈비찜을 들고 유리네 집으로 갔다.

 한 해가 어찌 이리 빠른지....

아이들에게서 새배받고 세뱃돈 준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가 온단다.

아이들은 그저 신이 난다.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그저 들떠서

나팔을 불고 뛰어다닌다.

 10시쯤 미리 폭죽을 터트리기로 했다.

옷 다 챙겨 입고 베란다로 나갔다.

태풍이(유리네 셰퍼드다.)는 무서워서 집에서 바들바들 떨고

나오지를 않는다.

초저녁부터 여기저기 폭죽 터지는 소리에 지레 겁먹고 간이

콩알만 해져서 무서워 나오지를 못한다. 불쌍한 태풍이.

밖에서 미리 샴페인을 터트렸다.

아이들은 아이들용으로. 병나발을 부는 하빈이.

맛이 어때? 맛이 이상해. 맛이 없어.

인상 쓰며 맛이 이상하단다.

 

올 해는 이렇게 아이들과 신나게 폭죽도 터트리고 귀 아플 정도로

나팔도 불고....

밤 12시가 다 되어 집에 오는 데 본격적으로 여기저기

불꽃이 날아간다.

눈감고 들으니 전쟁터에 서있는 것 같다.

서로를 향하여 대포를 쏴대는 것만 같다.

그렇지. 삶이 전쟁터이지.

꼭 올 해는 더 잘 싸울 것을 다짐하는 대포소리 같다.

치열한 전쟁터 한가운데에 있는 것만 같다. 어찌나 폭죽을 쏴대는지....

평상시에는 밤 9시만 되어도 집 안에 불이 안 켜지는 헝가리 집들이

밤 12시인데도  집집마다 불이 환하다.

밖으로 음악소리도 들리고.....

이 날은 음악소리가 커도,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밖까지 들려도,

신나게 나팔 불고  폭죽을 터트려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길거리에는 생각보다 젊은이들이 적다.

이르드라서 그런가? 다들 부다페스트로 올라갔나?

한참을 창문을 통하여  검은 밤을 수놓는 불꽃을 정신없이 구경을 했다.

온 동네 개들은 무서워서 다 숨었나 보다. 개 짖는 소리가 안 들린다.

그저 나팔소리와 폭죽 터지는 소리만 하염없이 들린다.

 

정말 2008년 무자년이구나.

올 해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올 해는 기쁜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올 해는 아프지 않고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올 해는 수고한 손의 열매가 결실을 맺었으면...

올 해는 다른 이들의 짐을 나누어져 주고 아픔을 더 많이 함께하기를...

올 해는 정말 올 해는 하나님을 더 많이 기뻐하고

그런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도 기뻐하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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