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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가족여행/한국방문

언니의 우리집 단기보호시설 -2010년 한국 방문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0. 6. 29.

 1층은 사택이고 2층은 교회이다.

그리고 3층과 4층은 언니가 운영하는 장애인 시설이다.

3층은 단기 보호시설(시설에서 생활하다가

한 달에 한번 집을 다녀오는 아이들)이고,

4층은 주간 보호시설(매일 등하교하는 아이들)이다.

언니는 나랑 같이 어린이집을 하다가 내가 결혼한 뒤에

혼자 어린이집을 했었다.

그런데 특수학교 교사로 정년퇴직을 한 아빠가 학부모들의 부탁으로

장애인 단기 보호시설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을 했다.

워낙 경제적 개념이 없는 아빠는 장애인시설을 한 지 3년 만에

퇴직금을 모두 써버렸고,  얼마의 빚까지 안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언니가 어린이집을 정리하고 아빠가 하던 장애인

시설을 맡아서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못할 줄 알았다.

내가 기억하는 언니는 물을 마시다가도 컵에서 냄새가 난다고 못 먹고,

어느 날은 숟가락에서 비린내가 난다며 못 먹는 비위가 약한 언니였고

결혼 전까지 몸무게가 40kg 정도밖에 안 나간 너무나

비쩍 마른 허약한 언니였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도 아니고 몸은 등치 큰 성인이지만 정신지체인

그들을 어찌 돌볼까 했었는데

6년이 넘는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후원도 좀 늘었다고 했다.

들어가는 입구.

3년 전에는 없었던 그림이 있다. 저리 그림을 그려 놓으니 

훨씬 정감 있고 좋다. 

잠시 기억을 더듬는다.

저기가 분명 화장실이었는데.... 아닌가?

저리 이쁘게 그리고 말씀을 적어 

놓으니 문을 열면 화실이나

카페가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화장실 맞다. 

교회 입구이다.

저 문을 열면 기도하는 집이다.

몇 안 되는 주일학교 아이들의

작품이란다.

예전처럼 길거리 전도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 그저 교인들의

아이들이 전부인 주일학교이다. 그래도 전도사님은

매주 토요일 아파트를 돌며

전도를 하신단다.

예전에는 부모 동의 없이 아이들이 혼자 걸어서 교회도 오고 했었는데.....

워낙 세상이 험하다 보니.

여기도 화장실.

맞다.

예전에는 둘 중 하나는 여자 화장실이고 또 하나는 남자 화장실이었는데... 

순박한 모습의 아이들.

시골 순이, 영희 같다. 

그리고 우리 집 단기보호시설이다.이다.

신발을 보면서 등치들을

가늠해 본다.

어린이집 할 때는 아이들이 어려서 웃을 일이 많았다.

가끔은 미안했었다.

일하시는 부모님이 못 보는 이쁜 짓을 나 혼자 보고 웃고

행복해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비디오를 찍어서 일 년에 2-3개의 테이프에 녹화를 해서 선물로 주었었다.

신발들은 성인들의 것이었다.

이쁘다~~ 하니

언니 말이,

아이들이 저기에 앉아 머리를 자꾸 쿵쿵  찢어서 다칠까 봐서 앉아서 못 기대게 

저리 놓았단다.

맞다. 그렇구나...

교육 가능급이 아니라 훈련 가능급과 보호 가능급의 장애우들이 있는 곳이지. 

거실과 방 3곳에 흩어져서

놀기도 하고 텔레비전도 보고

있었다.

선생님 4분에 언니와 형부가

22명에서 25명의 장애우들을

돌보고 있다.

전에는 남자 장애우들은 형부 혼자 씻기고 기저귀 갈아주고 산책시키고

돌보느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남자 선생님이

두 분이라서 그래도

전보다는 괜찮단다.

일명 북 치는 소녀다.

언제나 탬버린을 목에 걸고 다니는데 이날은 모두 아침 먹고

휴식을 취하는데 혼자 청소를 하신단다.

뱅글뱅글.......

거실이 반짝반짝 윤이나요.

시설 장애우들은 서로서로 돕는다.

좀 큰 언니가 동생들 머리도 말려주고 빗겨준다.

또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친구를 위해서 옆에서 도와주기도 한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을 시설에서 먹으니 매일 저리 요리를 한다.

처녀 적에도 언니는 요리를  정말 잘했었다.

난 요리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먹고 싶은 것을 말하면

언제나 뚝딱 만들어 주던 언니였는데

지금은 저리 장애우들을 위해서 요리를  한다.

 

보호 가능급인 아가(?) 재현이 밥 먹이는 형부.

재현이는 정신지체 1급이다.

직접 밥도 먹여주고 씻겨 주어야 한다. 밥 먹이 고는 물도 천천히 먹여주어야 하고.

 

 저녁밥 먹는 사이에 북치는 소녀의 탬버린을 슬쩍 가져온  오빠.

언제나 저 탬버린이 들어있는 가방을 목에 걸고는

놓지 않는데 한눈판 사이에 오빠가 슬쩍했다.

선생님이 방에서 밥을 먹여주고 계셨다.

스스로 먹는 친구들은 다 먹고는 식판을 부엌으로 가지고  왔다.

 

선생님이 자기보다 저 북치는 소녀를  더 여러 번 먹여 주었다며 삐졌다.

분홍 머리띠의 예쁜 언니가.

옆에서 긴장해서 쳐다보는 북치는 소녀.

그리고 자존심(?)에 배 안 고파요 만 말하는 예쁜 머리띠 언니.

선생님 왈,

딱 한번 더 먹여 준거야. 한번. 진짜 배 안 고파?

아휴~~~ 힘드시겠다.

오후가 되자 훈련 가능급 장애우들이 선생님을 도와서 쓰레기를 정리한다.

가벼운 종이 쓰레기들을 모아서 분리수거를 한다.

여자 선생님들만 있다가 남자 선생님이 두 분이나 있으나 듬직하니 너무나 좋다.

형부 혼자 고생하는 것이 언제나 맘이 아팠었다.

다 먹고는 상을 정리하는 노란 티셔츠.

"네가 최고야? 대장이구나?!"

하니 좋아서 웃는다.

그러더니 상을 번쩍 들어서는 부엌으로 들고 가 제자리에 놓는다. 

등치는 저리 큰데 순하고 엄살이 무지 심하다고 했는데 정말

나가다가 발이 살짝 다른 친구에게 밟혔는데 어찌나 엄살이 심하던지......

 귀염둥이 재현이.

원장 선생님(언니)이 너무나 좋단다. 수시로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일 보는 언니 뒤에 앉아서

슬쩍슬쩍 다리도 만지고

툭툭 팔도 건드려 보고...

언니 말이 아마도 자기 엄마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다고.

아~~~ 재현이 엄마가 말랐구나......

그랬더니 재현이가 웃는다.

소리를 내어서.

그래서 또 우리 모두 웃었다.

"재현이 알아들었어?"

 웃다가 수줍어서 의자 밑에

숨어버린 수줍은 총각(재현이는 26살이라고 했다. ).

사무실에 수시로 시설 장애우들이 들어와서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만지고 뒤진다.

그래도 문을 잠그거나 닫아 놓을 수 없어 저리 열어 놓으니

수시로 들락거리는데 오히려

난 그것이 좋아 보였다.

지금도 내 어깨를 두드려서 보니 북 치는 소녀 주영이가 내 커피를 달란다.

안된다 하니 삐졌다. 커피는 안 돼요~~.

오늘 외부에서 미술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과 미술 활동을 했단다.

아이들의 작품.

뒷산으로 산책도 나가고(형부랑) 외부로

도자기도 구우러 나간다.

계속 외부로부터 자극을 주어야 더 이상 상태가 나빠지지 않기 때문에

반복학습을 한다. 좋아지거나  향상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대부분이 심한 정신지체이기 때문에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모두 함께 만들었다는 태극기.

우리 집만의 특별한 태극기란다.

시환 선생님의 말.

"다 틀려요. 모두 다 성격도 다르고 틀려서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해요."

그렇지.

정신지체 장애우라 해서 모두 같을 수는 없지요.

그분들도 하나님이 특별히 만드신 작품이니까 같지 않음이

당연하지요.

 

매일매일 씻기고 이 닦기고 기저귀 갈아 주고.....

참 힘든 일이다.

나처럼 어쩌다 시설 방문해서는 하루 봉사하는 일이야 할 수 있지만

저렇게 매일매일 해야 한다면 지칠 것만 같다.

밤에도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하루씩 자야 하는데 여자 선생님은 할 수가 없어서

남자 선생님과 형부가 돌아가면서 자고 일주일에 3-4일은 밤에만 와서

장애우들을 돌보는 경험 있는 선생님이 파트타임으로 오신다.

밤에도 혼자는 힘들 텐데......

수시로 화장실 데리고 가야 하고, 기저귀 갈아주어야 하고, 깨어서 잠 못 드는 친구들

돌봐야 하니 사실상 잠을 잘 수는 없는 환경이다.

두 명씩 하면 좋으련만 국가 보조가 그렇지 못하단다.

사회복지사들의 월급은 또 어찌나 작은지.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다 보니 이직률이 높다.

이 일은 보람 있는 그리고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몸과 마음이 지치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에피소드 하나.

화장실에서 언니의 큰소리가 났다.

"누가 화장실에 치약 놨어요?"

시설 장애우 중 한 명이 치약을 제일 좋아해서 치약만 보면 한통을 모두

짜서 먹는단다. 그리고 치약을 먹는 동안 물도 엄청 많이 마시기 때문에

옷에 실수를 여러 번 하게 된다고.....

옆에서 작은 소리로 형부가 "어....? 내가 그랬나?"

그리고는 긴장.

수시로 화장실로 데리고 가  일을 보게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에피소드 둘.

어느 날 선생님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데 누가 벨을 눌러서 나가보니

시설 장애우 중 한 명이 밖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먼지 연기를 풀풀 날리며

서있더란다.

얘가 왜 밖에서 들어 오지?

선생님들이 아무리 생각을 해보고 서로 물어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고.

분명 거실에서 놀고 있었는데.....  귀신 곡할 노릇이었단다.

그런데 이 친구의 모습이 가관이었단다. 먼지를 푹 뒤집어 써서는 온몸에서는

연기 먼지가 풀풀 나고 얼굴은 놀래서 문을 열자마자 들어와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더란다. 

알고 보니 비상용 미끄럼틀이 3층부터 1층까지 연결이 되어 있고 커튼으로 덮여있었는데

그것이 뭔지 몰랐던 친구가 아무 생각 없이 그 미끄럼틀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으니

얼마나 놀랬을까.......... 

안 잠가? 내가 물으니, 잠가 놓으면 안 된다고. 비상용이기 때문에 커튼으로

살짝 가려 놓는단다. 그리고 아무도 관심이 없었는데 이 친구가 궁금했었나 보다.

다시 미끄럼 안 탔어?

얼마나 놀랬는지 그다음에는 엄두도 안 냈지.  ㅋㅋㅋㅋㅋ

가끔 한 번씩 심심할 때 미끄럼 태워줄까 생각도 했다가 수시로 태워달랄까봐 안 해.

재미 붙이면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말릴 수 없는 친구들이니까.

 

에피소드 셋.

어느 날 전화를 하니 조카(그때 조카가 고등학생이었다.)가 냉장고 앞에 앉아서

냉장고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냉장고를 왜 지켜?

전날 4명의 시설 장애우들이 선생님들이 한눈 판 사이에 20여 명분의 식사와 간식을 모두

먹고는 배탈이 나서 병원으로 간 사건이 있어서 열쇠든 잠금장치를 할 때까지는

조카가 지키고 있단다.

일반인들이 보면 오해할 수 있지만 절제와 통제가 안 되는 정신지체 장애우들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이 되는 환경이 더 위험한 것이다.

먹는 것도 절제가 안되기 때문에 옆에서 말리거나 정확한 양만 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토하면서까지 계속 먹어 결국 병원신세를 져야 한다.

가끔 정보가 없는 일반인들이 장애인 시설을 방문하고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에피소드 넷.

함께 점심 식사를 하다가 형부가 갑자기 뛰어들어간다.

알고 보니 힘이 센 친구가 힘이 약한 친구에게 자기가 먹고 조금 남은 밥을

억지로 먹이고 있었던 것이다.

"야~~ 그러면 안 되지~~~ 이러다 큰일 나!"

형부는 입안에 가득 찬 음식을 손으로 다 빼내고는 물을 먹였다.

심술이었는지 아니면 자기보다 약한 친구에게 순수하게 밥을 먹여주고 싶었는지

알 수는 없다. 의사 표현이 분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위험할 때가 있는데 그들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언젠가 언니가 한 말이다.

자원봉사자가 필요해.

우리가 원하는 봉사자들은 와서 청소 안 해줘도 되고 요리 안 해줘도 돼.

그냥 와서는 그들에게 웃어주고 인격적으로 대해주면서 놀아 주기만 하면 되거든.

왜냐하면 선생님들은 생활훈련을 시켜야 하기에 엄하게도 하고 남을 때리거나

자신을 학대할 때는 혼내기도 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분들이 어쩌다 한 번씩

와서는 이뻐해 주고 안아주고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면 좋겠어.

대한항공 스튜어디스(지금도 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들이 와서 아이들 모두

눕혀 놓고는 마사지를 해주는 날이 제일 행복한 날이지. 그들에게는.

이쁜 언니, 누나들이 와서는 그 고운 손으로 얼굴을 만져주니 좋아서 입을 못 다물어.

또 교회에서 나와서는 일대일로 손잡고 산으로 소풍 가는 것도 너무 좋아해.

선생님수가 적어 모두 데리고 밖으로 나가기 힘들거든.

 

나라에서 중고등학생들 봉사 시간을 적어 내라 하고 점수화한다고 들었지만

그것도 빈익빈 부익부지 싶다.

큰 시설로 몰리고 사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또 마구 이것저것 시킬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

 

이번 주부터 지하 공사가 시작되었다.

비워두었던 지하를 복지 디자인 연구소의 도움으로 시설 장애우들의 체육시설과

문화공간, 그리고 오후에는 지역 공부방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했다.

일단 리모델링이 시작되지만 안의 시설물과 가구, 가전제품, 책들은 하나둘씩

기증을 받아서 채워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반만 하면 되겠지......

 

그저 2주를 지켜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다.

하나님이 이 수고를, 이 땀방울들을 닦아 주시기를.

힘들 때면 나도 옆에 있어 속삭여 주시며 위로해 주시기를.

그리고 언니가 운영하는 이 시설에 아이들을  위탁한 가정들이

아이들이 이 시설에서 지내는 동안 잠시라도 무거운 짐을 나누어

평안해지기를 기도한다.

하나님은 숨어서 은밀하게 보신다 하셨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