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딸들 손을 잡고 명동을 구경하기고 하고 명동 전에 광화문부터 갔다.
광화문에서 내리니 6.25를 기억하자는 취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너무나 반갑고 고맙고.
남한, 북한으로 갈라져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아이들에게 설명하면서 아직 휴전 중인 즉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쉬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말로 설명을 했지만 사진전을 보면서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중에 배우면서 질문이 많았었다.
북한에 대해서, 한국전쟁에 대해서.
딸들이 우리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더 쉬운 녀석은 열심히 영어로 읽는다.
처음에는 왜그럴까.... 했는데 내가 한국말 설명을 읽어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군인들의 지위와 지명, 전쟁용어들이 대부분 처음 들어 보는 용어들이다.
그러니 인명인지 지명인지도 헷갈리니 아예 묻기를 포기하고는 영어로 읽는다.
두 딸들이 "엄마, 빨리 오세요"
소리를 지른다.
우리나라를 도와준 나라에 헝가리도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 알았다.
헝가리도 우리나라를 도와주었구나.
군인이 아니었다면 물자로라도.
고마운 이웃었구나.
헝가리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흥남부두의 일을 TV로 본 적이 있는 딸들이
사진을 보더니 생각이 났나 보다.
무기를 모두 버리고 사람을 태운 미군과 그 배안에서 태어난 5명의 신생아들.
너무나 처참한 광경의 사진이 우리나라였다는 것을 알아가는 딸들.
우리가 사진들을 보는 동안 살펴보니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이 더 많았다.
내국인은 우리 말고 청년 한 명만 보았는데 외국인은 20여 명이 보았으니까....
어찌 보면 내국인이야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들의 관심이 의외였다.
너무나 꼼꼼히 살펴보는 젊은이들.
작은 녀석의 5학년 마지막 리포트가 세종대왕이었었다.
그때 작은 녀석은 나에게 엉뚱한 질문을 했었다.
아마도 믿기지 않아서 물었겠지.....
엄마, 세종대왕은 부인이 몇 명이었는지 알아요?
아이가 몇 명이었는지 알아요?
글쎄.....
부인이 열명 정도 되었었나?
자식은 30명이 넘었지?
엄마, 몰라?
대충 그 정도 됩니다~~~
부인과 자녀가 많은 것이 세종대왕의 그 수많은
업적보다 신기했었나 보다.
해시계 어떻게 읽어?
그림자로.
그럴걸......?
엄마 몰라?
맞아, 그림자야.
딸들과 토닥토닥.
뭘 저리 보나.....
측우기다.
이게 뭐야?
(분명 참고서에서 사진을 보았는데 기억이 안 나나 보다.)
측우기. 비가 얼마나 많이 왔나 재는 것.
알아, 알아.
알아?
진짜로?
점점 더워지는 날씨 탓에 짜증이 나는 딸들.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는 더위에 벌써
많이 지쳐있었다.
헝가리는 38-39도가 되어도 그늘에만 있으면 시원하고
습하지가 않아 땀이 잘 안 나는데 하은이는 걸으면서 땀이 줄 줄이다.
엄마, 고등학교 때는 3.1절 행사 때면
모두 동원이 되어서는 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삼일절 행사를 하곤 했었어.
너무 더워 귀에 안 들어오겠지만.
엄마가 하은이 나이에 말이야.
교복 입고 노는 날이 3월 1일에 동원되면 얼마나 싫었다고....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허수아비 같이다.
작은 녀석 아예 자리 잡고 앉는다.
딸,
지금 더위는 진짜 더운 거 아니야.
조금만 더 있으면 진짜로 더울 거야. 참아야지.
머리로는 알겠는데 처음 경험하는 습한 더위가 참기 힘든가 보다.
순간 빨대로 만들었나.....
생각하다 피식 웃었다.
설마 빨대일까....
너무 높이 있어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
하은이가 찍어준 사진.
이유는 엄마만 우리를 찍고 자기들은 엄마를 못 찍으니 억울하다나...
별게 다 불공평해요.
엄마는 사진 찍는 것이 더 좋아요.
그래도 제법 잘 찍었다.
분수 앞에서 물을 적시며 더위를 식히는 딸들.
그나마 저 물이라도 있어 짜증이 좀 가라앉았다.
한국의 더위를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한국의 끈적끈적한 습한 더위.
우리 옆으로 외국인 관광객 가족이 함께 걷는다.
아마도 우리를 일본인이나 동남아쯤 생각하는 눈치다.
똑같이 카메라 들이대며 사진 찍고
배낭 메고 운동화 신고 터벅터벅 걸으니 말이다.
딸들.
저건 고종황제 즉위 4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기념비랍니다.
엄마 혼자 감동하고,
딸들은 명동이 어디냐 묻는다.
처음 마음은 광화문에서부터 구경을 하면서 명동을 가는 것이었는데
길이 가물가물.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광화문 갔다가 다시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그때도 당연히 옆사람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갈 수 있었다.
또 경인 미술관도 가고 싶었고 역사박물관도 가고 싶었는데 다음날로 미루기로 했다.
딸들이 궁금해하는 명동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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