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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은이 이야기

이 건망증을 도대체 어찌한 답니까........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1. 15.

2주였던가....... 이것도 잘 생각이 안 나네....

아무튼 얼마 전 퇴근하고 오는데.....

아! 퇴근이니까 방학 전이었다!

퇴근하고 오는 차 안에서 하은이가 라볶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떡은 냉동고에 있는데 집에 라면이 없었다.

"하은아, 하은이가 인터스파에 가서 라면을 2개 아니 3개를 사서

엄마를 기다려. 엄마는 그 사이에 앞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고

다시 하은이 데리러 올게. 알았지?"

알겠다며 하은이는 인터스파에서 내리고 난 주유소로 갔다.

지금 생각하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서 그때 바로 잊은 것이었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출발을 하는데 깜빡이를 넣자 오던 차가 들어 오라며

양보를 해준다.

웬일이야....?

아무 생각 없이 집에 왔는데 차에서 하빈이만 내린다.

"하빈아 언니는?"

차 안에서 자던 하빈이는 이게 뭔 말이야.... 하는 표정이다.

그때부터 머릿속은 하얘지고 손발은 떨리고......

도대체 하은이는 어디에 있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났다.

주유소에 놓고 왔나?

어떻게 생각이 안 날 수가 있지?

다시 시동 걸고 출발을 하는데 앞이 캄캄하고 머릿속은 멍~~ 하고

일단 주유소로 가는 도중에 생각이 났다.

맞다. 인터스파. 라면 사러 갔지.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잊을 수가 있을 까.......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인터 스파에 가니 그래도 무지 추운 날 하은이가 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차가 오나 안 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하은아~~~~ 하은아~~~~"

라면 봉지 들고뛰어 온 하은이 첫말이

"엄마, 엄마 나 잊고 집에 갔다 온 거지?"였다.

하은이가 울고 있으면 어쩌나, 추위에 밖에서 나 기다린다고 떨고 있으면 어쩌나......

혼자 걱정을 하면서 어찌나 울었던지.

"하은아,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진짜 진짜 미안해" 

말하면서 엉엉~~ 울고.

하은이는 자기를 잊고 집에 까지 갔다가 다시 온 엄마가 어이없어 웃는다.

그러더니 엉엉 우는 엄마가 안쓰러운지 오히려 나를 웃겨주려 한다.

"엄마, 내가 5분 10분 기다리다가 알았어. 우리 엄마 분명히 까먹고 집에 갔구나.. 내가

바로 알았다니까. 그리고 기다리다가 엄마가 계속 안 오면 걸어서 유리 언니네 집에

가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이젠 딸이 나보다 낫다.

너무나 놀래서 또 손이 달달 떨리고,

집에 가서는 하은이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라볶이를 맛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신신당부를 했다.

다음에는 꼭 전화를 가지고 다닐 것.

그리고 잊지 말고 너희들이 엄마를 꼭 챙겨서 모시고 다닐 것.

엄마가 생각 없이 차에 시동 걸고 간다던지 아니면

엄마 혼자 너희들을 잊고 신나서 구경하러 가면 너희들이 엄마를 챙겨서

다시 데리고 집에 올 것.

알았어?

딸들 라볶이 먹으면서 알았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저녁에  남편이 퇴근을 하니 쪼로로 달려가서는 바로 엄마의 무용담(?)을 일러바친다.

그래도 할 말이 없는 기죽은 엄마.

핸드폰이 냉장고 야채칸에 있었을 때도,

핸드폰을 국냄비에 빠트렸을 때도,

쌀만 붓고 물 없이 취사 눌러 밥을 했을 때도,

행주가 냉동고 안에 들어가서는 꽁꽁 얼어 있을 때도.

핸드백 없이 장 보러 코라에 가다가 경찰 검문에서 차서류도 여권도 없어 결국

경찰 아저씨 호위받으며 다시 집으로 왔을 때도........

난 언제나 당당했었다.

하지만 

이날은 어찌 에미가 딸을 잊고 덜렁덜렁 집으로 올 수 있는지.

내가 생각해도 정말 어이가 없다.

 

딸들아~~~~ 엄마를 부탁해!!!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