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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내 귀빠진 날이라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2. 5. 24.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난 생일이 없었다.

아니 우리 가족 모두가 그랬다. 아빠만 빼고.

우리 식구들은 언제나 아빠 생일만 챙겼다.

안 그러면 무지무지 삐져서 우리가 피곤했기 때문에......

그리고 항상 엄마는 열심히 하루하루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어라? 선미 생일 지났네...."

또, 여름날 보름달을 보다가 뜬금없이

"어쩐다냐~~ 보름달 보니 선주 생일이 지났다~~~ " 하시곤 하셨다.

보통 한 달 정도가 지나서야....

생일을 챙긴것은 아니지만 유일하게 남동생 생일은 우리 모두가 알았다.

어린이날이라서.

전 국민이 노는 날이라서.

그렇다고 선물을 주고받거나 하지도 않았고 케이크에 초를 켜지도 않았었다.

워낙 살기가 팍팍하고 바빴었다.

그러다 대학을 들어갔는데 어느 날 친구들이 물었다.

내 생일이 언제냐고.

그제사 엄마에게 물어 내 생일을 알았다. 주민등록증에 있는 가짜 생일이 아닌

진짜 내가 귀빠진날이 언제인지.

그때부터 친구들이 생일을 챙겨주었는데 어찌나 쑥스럽던지.

결혼하고는 신랑이 매년 자상하게 내 생일을 챙겨주었다.

또 낯선 헝가리 땅에서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친구들이.

그리고 학교에 취직해서 일을 시작하니 맘 따뜻한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챙겨주고.

그런데 아직도 케이크 초 끄는 것이 쑥스럽고 그 분위기가 어색하고.....

4월 연휴 때 비엔나 아웃렛에 가서 신랑이 미리 사준 생일선물.

가기 전에 농담하나 했는데 진짜 가방을 사주었다.

좀 비싸서 망설였는데....

색도 디자인도 특히나 이것저것 마구 집어넣고 다니는 나라서

크기도 맘에 들었다.

땡큐~~~ 신랑~~~

하은이는 올여름 한국에 가서 엄마가 좋아하는 것으로

사주겠다 미리 말을 하고,

하빈이는 이렇게 귀걸이와 목걸이를 만들어 주었다.

내일 하고 학교에 가야지~~~~

그런데 또 하나의 선물이 있단다.

자기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릴 수 있게 해 준다고.

일 년 동안이야~~!!

그건 좀 너무 한다~~

그래도 선물이니까 일 년 동안 사진 자유롭게 찍게 해 줘야지.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찍는 것은 좀 그렇다~~.

뭐가 그래? 일 년이야. 알았지?

그렇게 일 년 동안 작은 녀석 사진을 허락 없이 찍고

블로그에 올릴 수 있게 해 준다는 선물을 받았다.

살다 보니 이런 선물도 받네....

고마워~~ 딸들~~~

요건 헝가리를 떠나는 선생님들 드린다고 요즘 만들고 있는

귀걸이와 목걸이들.

엄마도 만들어 달라 자꾸만 보챘더니 진짜 엄마가 좋아하는

하얀 꽃으로 만들어 주었다.

미리 헝가리에서 만난 귀한 친구들이 해준 생일 파티.

외롭고 힘든 이곳에서 이런 친구들이 있어 살만하다.

10년 지기 이웃친구가 준비해 준 귀여운 케이크.
고마워요~~~~ 난 이렇게 못해줬는데....

크리스타가 만들어준 케이크. 정말 맛있었다. 

 

1학년 담임인 미스 크리스타가 내 생일이라고

예비반, 1학년, 2학년 아이들에게 줄

컵케이크를 모두 만들어 왔다.

그리고는 점심시간에 미스 세라가 만들어 온 케이크에

초를 꽂아 와 감동시키더니

큰 가방에서 계속해서 컵케이크가 나왔다.

아이들에게 줄.
그래서 미안했다.

그냥 나에게 준 4개의 컵케이크가 아니라

40여 개의 컵케이크를 만들어서.

그리고는 하은이에게 물어보니
내가 푼츠케이크 
를 좋아한다고 했다며 따로 준비해 준 케이크.
초콜릿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물어봤단다.봤단다. 

아침에 내 생일이라고 말한 소리를
듣고는 
따뜻한 빵을 만들어서 준 정성에 감동하고.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도 괜찮은 것인지....

1학년 교실에 들어가니 이쁜 풍선이 책상 위에 있었다.

이런 따뜻한 마음에 고맙고 미안하고.....

마당에서 아침에 꺾어 왔다는 향기가 좋은 꽃. 고마워~~

종이접기 교실에서 만든 카드.

다시 하나 같이 만들어야겠다.

다음에 이모 차 태워줄게~~~

그리고 1학년 아이들이 만든
카드들.
고마워요~~~~ 

 

예비반 아이들이 내가 프리스쿨에 가있을 때

미스 세라랑 함께 만들었다면 준 카드들.

고마워~~~  아가들~~~~

아무것도 준비 못한 난 그저 미안했는데 마침 아래에서 12학년 학생들이

사탕을 팔길래  사탕을 사서 고맙다며 하나씩 주었다.

선물도 받았다. 냄새가 무지 좋은 핸드크림

그리고 비타민도

너무나 이쁜 꽃들.

잘 키워야 할 텐데...... 

초콜릿은 하은, 하빈 주고...

미스 에디나, 고마워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물 잘 주고 햇볕 잘 받게 해서 잘 키울게요

 

너무 많이 받아서 어찌 다 갚나......

항상 조용히 지나갔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밖으로 알려져 커진듯한 느낌이다.

어려서 못 받은 축하와 선물을 한 번에 다 받나 보다.

고마워요~~~~

내가 세심하게 챙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에.....

좀 당황스럽지만 앞으로 나도 좀 주변을 살피며

챙기며 그리 살려 노력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