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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가족여행/한국방문

수동으로 시 외 할머님을 뵈러. -2012년 한국 방문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2. 7. 23.

지난 주말,

간단히 짐을 꾸려 상계동 시어머님 뵙고, 수동으로 갔다.

 

어머님 집에서 내려다본 상계역.

함께 가면 좋을 텐데 어머님은 그냥 집에 계시겠다고.....

아마도 다리도 아프시고, 기침도 하시고..

무엇보다 아이들끼리 놀다 오라 그러신가 보다.

 

가는 길이 새롭다. 새길이 나서 어찌나 빨리, 좋은 길을 가는지.

결혼 전에 매주 금요일이면 철야기도로 다니던 길이었는데 참 많이 달라졌다.

이곳에 90세 된 시외 할머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막내 시 이모님과 함께 시 외할머님을 뵈러 올라가니 2년 전 보다 더 마른 모습으로

누워계셨다.

"엄마~~ 엄마, 귀선이 딸, 하은이, 기억나? 하빈이 도. "

기억을 더듬으시는지 한참을 바라보신다.

"선미, 선미 생각나?"

그렇게 한참을 보시는 시 외할머니.

그러더니 우신다. 큰 손주 이름만 나오시면 우신다.

"엄마~~~ 왜 울어~~? 울지 마~~~"

막내 시이모님이 말씀하시는데도 남편 이름만 들으시면 우신다.

나중에 우리가 먼저 내려간 뒤에

"엄마, 귀선이 보고 싶어서?" 하시니

"응" 하셨단다.

시외할머님께서 18살에 시어머님을 낳으셨고,

시어머님은 24에 남편을 낳았으니

시외할머님은 너무나 젊은 할머니셨고 첫 손주라 정이 남다르셨단다.

게다가 막내시 이모님과 남편은 3살 차이로 함께

초등학교를 다니셨기에 특히 정이 남다르다.

그 첫 손주가 보고 싶으시단다.

시외할머님의 가슴에는 너무나 젊은 나이에 비행기 사고로 잃은

셋째 아들 이경희 목사님을 묻으셨고,

멀리 있는 손주에게 전화를 드릴 때면 "복 받아라. 매일 기도한다" 말씀하시면서

너무 멀어 항상 걱정하는 손주가 있었나 보다.

이제 90세인 시외할머님.

남편 다음 출장 때는 꼭 찾아뵐 겁니다.

몇 년에 한 번씩 만나니 서로 어색한 4촌, 6촌.

그래도 이렇게 저녁같이 먹으면서 조금 친해진 아이들.

나이들이 비슷해서 가까이 살았으면 참 친한 사촌, 육촌일 텐데.....

저녁에는 시이모부님 칠순이었다.

시외삼촌이신 이태희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해주시고

가족들과 가까운 교회 식구들이 모여 축하를 했다.

딸들, 외삼촌 할아버지, 이모부 할아버지...... 열심히 가족관계 익히느라 바쁘고.

게다가 결혼한 아가씨들과 우리가 못 본 조카들.

너무 이쁜 아가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올해 헝가리로 한번 여행을 하실까 계획을 하신다 하는데 꼭 한번 오세요~~~

인사드리고 헤어졌다.

이렇게 몇 년에 한 번 들어가면 안 본 사이 태어난 아가들이 신기하다.

다음에 오면 또 새 식구들이 우리를 낯설어하며 쳐다보겠지.

다음에는 헝가리에서 봬요.

언제나 손님처럼 그렇게 짧게 머물다 간다. 우리는.

그래서 항상 아랫동서에게 미안하다.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요.

참으로 가까운 가족 이건만 멀리 떨어져 살다가

이렇게 몇 년 만에 만나면 정신없는 스케줄에

얼굴만 한번 보고 언제나 고맙다고, 미안하다 인사하고

떠나니 얼마나 얄밉고 서운할까.... 싶다.

어머님보다도 어쩌면 동서에게 항상 더 미안하다.

이번에도 손님처럼 그렇게 왔다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