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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축구 클럽, 첼로 수업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4. 9. 6.

9월부터 축구 클럽을 다시 시작한 아들.

10살이 된 아들은 큰 아이들과 함께 이제는 오후 5시 30분에

축구를 한다.

11월부터는 깜깜한 한 밤중이겠지만 그래도 동생들이 아닌

또래들과 함께 하는 축구니까.

아빠가 새로 주문해 주신 황 희찬 유니폼 입고,

33도 더위지만 그래도 울 아들 축구하는 5시 30분에는 

해가 좀 넘어가는 듯... 바람이 살랑살랑....

그래도 덥긴 하다.

페렌츠랑 언드로가 반갑게 인사하고.

에휴~~~

문제의 언드로....

하겸이 한테 자기는 자기 맘대로 안되면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난다고 그렇게 말했다고.

축구가 잘 안 풀리거나, 팀이 맘에 안 들면 화를 내고 바로

축구장 밖으로 나가서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아이다.

그런데....

저렇게 하겸이가 좋다고 끌어안더니만.....

 

안에서 책을 읽다가 사진이나 찍어 볼까...

하고 나갔더니 우리 아들이 골키퍼다.

축구 끝나고 집에 가면서 물어봤다.

-하겸이가 골키퍼가 하고 싶어서 한 거야?

- 아니, 아무도 골키퍼를 안 한다고 하니까.. 그래서 내가 한 거야.

 ......

- 그런데 내가 오늘 잘 못해서 언드로가 왜 이렇게 못 하냐고

 나한테 화를 냈어.

-뭐라고? 이런... 그럴 때는 아무도 안 한다고 해서 내가 한 건데

그럼 네가 골키퍼 해. 내가 공격할 테니까. 그렇게 말해. 알았지?

- 응.

- 하겸아, 골키퍼는 따로 훈련도 받고 골키퍼만 하는 거잖아.

 그런데 하겸이는 따로 훈련받은 게 없는데, 그리고 하겸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닌데 언드로가 그렇게 말하면 기분 나쁘잖아.

내가 기분 나빠, 그렇게 말하지 마. 하고 말을 해야 해.

 

열심히 설명을 하고 표현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금요일에 축구 클럽에 가면 지난번에 내가 골키퍼 했으니까 이번에는

안 할 거라고 꼭 말하라고... 그렇게 말해줬는데....

 

식탁 등을 바꾸느라 남편 도와주느라 작은 누나가 하겸이 데리고 올라가서

잠 잘 동안 같이 있었는데... 10시 훌쩍 넘은 시간에 작은 딸이 내려오면서

-엄마. 하겸이가 잠들었었는데 갑자기 깨서 울어.

놀래서 올라갔더니 베개에 얼굴 묻고 운다.

물어보니...

오늘 자기가 축구를 너무 못해서 속상한데

언드로가 자기한테 골키퍼 못했다고 한 말이 속상해서

눈물이 난다고....

 

아침에 학교에 데리고 가면서 다시 말을 했다.

하겸이는 공을 잘 뺐고  골도 잘 넣으니까 골키퍼 하지 말라고 했다.

아무도 안 한다고 해도 괜찮다고.

아무도 안 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돼서 하겸이가 나서서 안 해도 

되는 거라고...

어째 우리 아들은 저리도 맘이 여린지....

첼로 첫 수업이다.

이제 우리 아들은 첼로 3학년.

아들이 레슨 받는 바로 앞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

아들 첼로 소리, 옆 방의 바이올린, 

그리고 끝 방의 피아노 연주.

정말 귀가 호강을 한다.

그러다 기침이 나면 밖으로 나와 계단 쪽에 앉아서 기다린다.

나의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아들 축구하는 한 시간,

첼로 레슨 받는 동안 한 시간.

다음 주 월요일부터 솔피지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