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에는...
내 기억에는 아궁이에 가마솥을 얹고 불을 지펴서 밥을 했다.
엄마랑 고모들이.
내가 어릴 적에는 전기불이 없어서 호롱불을 켰다.
그게 너무 옛날옛적 일 같지만 아니다.
1970년대 초, 중반이었다.
냇가에서 빨래를 하거나, 우물에서 물을 길어 밥을 지었다.
우물물을 길어 날라서 씻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마당 한편에 펌프가 설치되었고,
겨울이면 뜨거운 물로 펌프를 녹였고,
사시사철 물이 콸콸 나오는 펌프는 물 한 바가지(마중물)만 있으면 되었다.
펌프질 하는 것도 어찌나 신이 나던지.
펌프질 할 때마다 펌프에서 물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펌프질이 끝나면
배고픈 소리를 꼬르륵 내면서 물이 내려갔다.
정말 방물장수가 마을마다 다니면서 물건을 팔던 시절이었다.
전화가 많지 않던 시절 전화교환원이 전화를 연결시켜주었다.
그런데...
집집마다 전화가 생기고,
전화 교환원이라는 직업이 사라지고,
자동차에 전화가 있는 카폰이 생겨서 사장님 차에는 긴 안테나가 달려있었고,
그러다가 핸드폰이라는 것이 생겼다.
작은 벽돌크기의 무겁고 큰.
그러다가 사이즈가 점점 작아지더니...
스마트폰이 생기고...
요즘 세대가 이해를 할 까.
카톡도 없고 유튜브도 없고 손 편지, 전보, 팩스로 연락하던 시절을.
그 시절은 느렸다. 속도가 느렸다.
기다렸고 기다린 만큼 기쁨도 컸다.
이렇게 사설이 긴 이유는 이렇게 자란 에미 때문에
울 아들이 닌텐도 게임에서 친구 초대를 못하게 되어
친구들끼리 게임하는 것을 페이스톡으로 바라만 보는 것을
본 나이 많은 에미가 너무 속상해서 딸에게 부탁하고.
남편에게 짜증 내고...
어떻게 좀 해보라고.
울 아들도 닌텐도 안에서 친구초대해서 같이 게임하게 해 보라고...
시작은... 한 달 전쯤? 에픽 게임에서 나에게 메일이 왔다.
에픽 게임??
그리고 무시했다.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큰 딸이 보더니 다시 등록을 해서 계정을 연장했어야 했는데
게임? 뭐지? 하고 무시한 에미 때문에 울 아들 계정이 연장이 안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 초대를 하고 싶다고 6자리 핀코드를 입력해도
친구 수락이 안되고, 결국 울 아들만 친구들 게임 방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
2023년 7월에 한국에 갔을 때 사준 울 아들 닌텐도.
그리고 그때는 칩을 사서 넣고 게임을 했었다.
그래서 별 문제가 없었고.
아들도 게임을 별로 안 해서 문제가 안됐는데.
작년 아들 생일 선물로 누나들이 요 게임을 사줬다.
이건 칩을 넣는 것이 아니라 다운로드해서 받는 건데...
그래서 내 이메일 주소도 넣고 계정도 만들고...
울 아들이 12세가 안되기 때문에 다시 보호자 계정을 만들고
메일도 보내고, 큰 누나가 애써주어서 드디어 게임을 시작했는데.
얼마 전 친구들이 핸드폰이 생기고(5학년이 되니 핸드폰이 생긴
친구들이 생기면서 단톡방도 만들고, 게임도 서로 초대하기 시작했다.)
울 아들 너무 신나서 친구 추가를 하려고 하는데 안된다고.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안된다.
큰 누나가 메일을 보내고,
답장이 오고, 또 메일을 보내고 하라는 대로 해보다가 안돼서
또 메일을 보내고.
일주일이 넘게 계속 메일을 보내고 답장이 오면
또 해보고 안되면 다시 메일을 보내고...
새 이메일 주소 다시 등록하고,
보안코드 받기만 20여 차례.....
큰 딸 퇴근하면 노트북 들고 큰 딸한테 가서 다시 해보고
정말... 힘들다....
닌텐도를 초기화해서 다시 시작하게 되면
다운로드한 작년 생일에 받은 게임이랑
이번 크리스마스 때 선물로 받은 게임이 사라진다고...
그건 또 안되지...
돈이 얼마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에미는 너무 답답해서
메일이 오면 큰 딸한테 보내고,
퇴근시간 맞춰서 노트북, 닌텐도 들고 큰 딸 공부하는 곳으로
가고, 또 안되면 큰 딸 다시 메일 써서 보내고...
오늘 다시 메일이 왔는데 큰 딸이 오늘은 당직이라고.
내일 아침에 퇴근하면 보겠단다.
아들이 혼자 게임하는 건 문제가 없는데 친구 추가가 안돼서
친구들이랑 함께 게임을 못하니 아들은 시무룩하고,
도와주지 못하는 에미는 속이 답답하고,
그것도 한 달 전에 메일이 왔을 때 바로 계정 연장을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요즘 세상이 너무 빨리 자꾸만 업데이트되고 또 새로운 내용이 업로드
되었다며 메일이 계속 오고, 돈내고 가입하라 메일이 계속 오고,
이러다 보니 호롱불 켜고 살았던 에미는 멀미가 날 지경이다.
정말 승질 같아서는 닌텐도 안에 있는 다운로드한 게임 두 개를
다 포기하고 초기화해서 새로 시작하고 싶지만...
게임 하나가 60유로가 넘으니 아까워서....
내일 다시 해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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