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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올 해도 명이 절임.. 명이 김치...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5. 4. 5.

피츠에서 연락이 왔다.

올해는 명이 주문 안 하느냐고...

그래서 주문했다 

우리 것만 18kg...

예년에 비해서는 적은 양이다.

혼자서 40kg을 주문해서 명이 절임. 명이 김치 담그곤 했는데.

올해는 반으로 줄였다.

이제 나이도 있고 힘들어서..

18kg인데 새벽 4시까지 하고 꼴랑 2시간 자고 일어나 아들 학교에 보내고,

학교에 가서 수업하고...

다시 저녁에 또 늦게까지 명이 씻어 한 잎 한 잎 정리하고.

그렇게 이틀을 꼬박 학다리 하고 서서 명이랑 전쟁을 치렀다.

 

올해는 피츠에서 명이를 따서는 직접 차로 갖다 주셨다.

택배로 오면 아무래도 박스 안에서 열이 높아져 상할 수가 있는데...

명이는 묶어서 저리 오면 박스를 열면 후끈후끈하다.

명이 잎에서 열이 나오기 때문에...

그늘진 곳에서 뜯은 명이는 연하고, 

해가 잘 든 곳에서 뜯은 명이는 벌써 좀 억센 느낌이다.

내가 직접 뜯는 것도 아니니 그저 감사.

시중에서 파는 것의 50% 저렴하게 주시니 그것도 감사.

작년에 절인 명이는 올해 먹고,

올 해 절인 명이는 내년에 먹는다.

이젠 여기저기 퍼 나르지 말아야지....

학다리 하고 서서 새벽까지 뭐 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이렇게 이틀만 고생하면 일 년을 먹는데... 나 혼잣말을 반복하면서

명이 한 잎 한 잎 곱게 펴서 켜켜이 올리고 절인다.

작년에 명이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올해는 

명이 절임보다 김치를 더 많이 하기로 했다.

아무리 많이 해도 숨이 죽으면 그 양이 엄청 줄어들어서....

명이 김치가 4통.

명이 절임이 꽉 찬 한 통.

명이 김치는 숨이 죽은 뒤에 합치면 저 4통이 2통이 될 듯싶다.

18kg의 명이가 명이 김치 2통, 명이 절임 한 통이니 고생한 것에 비해

양이 줄어들면 좀 허무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면 절임은 1년은 먹고,

명이 김치는 두 달은 먹으려니 싶으니 위안이 된다.

새벽까지 명이 씻어 손질하다가...

젊었을 때나 40kg를  혼자 했지... 이제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눈알이 빠질 듯해서 더는 못하겠단 혼잣말이 계속 나왔다.

이러면서도 내년에도 이 정도는 또 주문하지 싶고...

기록해 놨다가 내년에 깜박 잊고 많이 주문하는 일은 없어야지 생각한다.

명이 씻다 보면 불청객을 만난다.

달팽이....

그래서 더 꼼꼼히 씻는다.

달팽이랑 같이 절이거나 버무리면 안 되니까...

올해는 달팽이 손님이 둘.

피츠에서 엉겁결에 부다페스트로 이사를 왔네..

어쩐다나... 

여기서 적응하고 살아야지..

아들이 보면 키우자 할까 봐서 몰래 숨겨 내보내고.

 

마치 초겨울 김장 끝낸 그런 기분이다.

작년에 담근 명이 절임 꺼내서 올해 먹고,

지금 담근 명이장아찌는 내년에 먹게 다음 주쯤 간장 달여서 다시 붓고.

명이 김치는 지금도 맛있지만 그래도 좀 익혀서 김치 냉장고에 넣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