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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은이 이야기

친구랑 밤샘하는 하은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8. 13.

서울 손님이 수요일에 돌아가고,

두 딸들의 도움을 받아서 집안정리를 하루 만에 끝낼 수가 있었다.

하루에 두번씩 이틀을 세탁기 돌린 후 우린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딸들에게 참 고맙다.

엄마랑 한방에서 한달을 살아주고, 많이 불편했을 텐데

불평 없이 잘 지내준 딸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10여일 남은 방학을 딸과 함께 원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 첫번째가 큰 아이 친구들을 초대하여 집에서 잠을 자는 거다.

항상 하은이는 친구집에 가서 자거나 아니면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자는 것을 원했었다.

작은 아이는 아직 어려서 그저 언니 친구들이 오는 것만으로도

들뜨고 좋아한다.

앞으로 2-3년이면 작은 아이도 원하겠지....

엄마들에게 허락을 받고 들뜬 딸들을 데리고 약속장소로 가서

친구 2명을 태우고 집에 오는 길에 먼저 봅슬레이를 탔다.

처음에는 겁을 먹고 조심조심하더니 나중에는 신이 났다.

집에 와서는 자기들 끼리 이것저것 하고 논다.

나중에는 방안의 인형이란 인형은 모두 던지며 논다.

나중에는 창밖으로 까지 던져져서 미아가 입으로 물고 온다.

에구구....

미아 침으로 범벅이 되어 세탁기 속으로 들어갔다.

비즈로 팔찌를 만든다며 열심이더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몇 번 쏟아지기도 했다. 묶어 준다며 나도 한번 쏟아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저녁 먹고는 남편이 아이들 데리고 마당으로 가더니 불꽃놀이를 해준다.

공중에 그림도 그리고 꺼지면 서로 끝을 모아서 불을 붙이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원래는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줄까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건 안 하기고 했다.

특히 공주님들이 미아를 조금 무서워해서 나가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불꽃놀이로 만족하기로 했다.

 밤이 되니 아이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할지 모르겠단다.

그래도 TV 보거나 비디오 보는 것이 아니라서 기특하다.

"엄마는 글쎄 잘 모르겠다. 아빠에게 물어보지 그러니"

했더니 남편이 아이들 모아놓고 윷놀이를 가르쳐준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재미있게 윷놀이를 했다.

시간이 늦어 나는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남편이 깨워서 눈떠보니 벌써 아침 7시가 넘었다.

아이들을 깨우니 셋이 모두 함께 화장실로 뛰어들어 가길래 웬일인가 보니

친구 머리를 총총하게 다 따서는 묶고 잤나 보다.

둘이 열심히 머리를 풀러 주고 묶은 친구는 아프다며

살살 풀러 달라고 부탁을 하고....

푸는 중간중간 상태를 확인하며 웃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곱슬거리지 않은 모양이다.

세 공주님이 귀엽고 예쁘다.

이렇게 밝게 예쁘게만 자라준다면 무슨 걱정이 있으랴.....

식탁에 앉으니 너무 미안하게도 남편이 아침을 준비해 놨다.

시리얼과 우유, 계란 오믈렛과 소시지. 그리고 마당에서

아침에 딴 배까지...

아이들이 아빠가 준비해 주신 아침을 감사히 먹고는  

윷놀이 한판을 더한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엄마들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되어 간다.

다음에 다시 만나 놀기고 하고는 약속장소로 출발을 했다.

 

자주 이렇게 못해주는 것이 미안하다.

에미가 직장 생활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고작

1년에 한두 번인지...

남편에게 내년에는 자주 주말에 친구들 데려다가 재우고

놀게 해 주어야겠다고 했다.

항상 외로워하는 딸들.

아침이면 묻곤 한다.

"엄마, 오늘 누가 와요?"

"아니"

"그럼 오늘 어디 가요?"

"아니"

"심심한데...."

그리고는 둘이서 미아와 놀곤 한다.

그전에는 다른 강아지 장군이와 장수, 고양이 토미가 딸들의 친구였다.

되도록이면 자주 놀게 해 준다고 하지만 다들 바쁘고 각자의

시간이 있으니 참 힘들다.

또한 다니는 학교가 다르니 더욱 시간 맞추기가 힘들다.

 

해외에 살면서 부모 된 나와 남편의 고민은 그리고 가슴 한편 저려오는 것은

아이들의 친구이다.

항상 3-4년이면 떠나는 친구들. 그리고 낯선 새로오는 친구들.

그 속에서 딸들이 잘 자라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상처받지 않기를....

너무 잦은 이별로 아이들이 메마르지 않기를.....

어른인 에미도 힘든데 감수성 예민한 시기의 딸들이 자꾸만

걱정이 되고 마음이 쓰인다.

 

그래도 어쩌랴.

좋은 점만 보고 감사하며 살아야지.

개학을 하면 미국에 간 학교 친구들이 돌아올 것이고 자주 초대하여

많은 즐거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부족한 에미는 오늘도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을 , 지금 현재 함께하는 친구들과 행복한 기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

멀지 않아 그들도 본국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다.

 

딸아이가 초등학교를 , 중학교를 그리고 고등학교를 생각할 때마다

정말 좋았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길 에미는 간절히 바란다.

 

다음 주는 영화도 한편 보고(이번에는 엄마도 함께 봐야 한단다.

말도 못 알아듣지만 이번에는 정말 함께 영화관에 들어가야 할 모양이다.) 

낡고 허름한 놀이동산이지만 놀이동산도 하루 갔다 와야겠다.

그러고 나면 바로 개학이다.

그렇게 기대하고 기다렸던 여름방학이 끝난다.

왜 에미가 더 아쉬운지 모르겠다.

방학이 한 달만 더 연장되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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