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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큰 딸 스케이트장 도우미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7. 12. 19.

부다페스트에 야외 스케이트장이 있다.

사실은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이 되고 여름에는 물을 받아 배띄워

물놀이를 하다가 국경일에는 콘서트 장이 되는 곳이다.

겨울에 차를 타고 영웅광장을 지나가다가 한밤중에 조명 아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영웅광장옆에 있으면서 농업 박물관이 떡 하니 버티고 있어서

고풍스러우면서도 묘한 분위기가 참으로 아름답다.

 

오늘은 큰아이 학교에서 스케이트를 타러 간다며 도우미할

학부모의 신청을 받았었다.

특별한 일도 없고 해서 도우미로 따라 갔다.

뒷자리에 앉은 아가씨들이 어찌나 시끄러운지.....

그러고 보니 벌써 10대 사춘기에 접어든 나이이니

나뭇잎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을 나이이지.....

 

영하 1도로 햇살이 차갑다. 그래도 스케이트 타기에는

너무나 좋은 날씨이다.

나 말고 한 어머니와 다른 분은 아예 가족 모두가 왔다.

아빠까지 함께....

 헝가리에 와서 처음 이 건물을 보았을 때, 난 서울역이 생각이 났었다.

그리고 관공서인 줄 알았었다.

밤에 조명아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보고서는 어찌나 아름답던지....

 내가 제일 먼저 왔길래 기다리는데 참 재미있는 자전거를 보았다.

아마도 아빠가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스케이트를 타러 왔나 보다.

나도 자전거를 탈 줄 안다면 뒤에 딸을 앉혀서 함께 타면 좋으련만.....

차 3대는 도착을 했는데 한 대가 아직 안 와서 기다리는데 역시나

개구쟁이들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나무에 올라가고 못 올라 가게 붙잡고....

 입장료는 300 포린트(1500원)이고 스케이트 대여비는

한 시간에 600 포린트(3000원)이다.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빌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얼음 위에서 신이난 하은이와 친구들.

 큰아이 반에는 메리그레이스라는 뇌성마비 친구가 있다.

운동회도 수영장도 견학도 어디든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물론 도우미가 함께 한다.

오늘도 3명의 도우미가 함께 왔다.

앞의 언니가 매일 학교를 함께 가서 도와주는 헬퍼고

두 오빠는 오늘을 위해서 따라온 도우미 오빠이다.

스케이트를 신을 때 다리가 아파서 울더니 조심조심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위에 올라섰다.

모두들 기다려주고, 참아 주며, 도와서 함께하는

교육이 난 정말 마음에 든다.

얼음판 위에서 다 같이 모였다.

운동화 신고 사진 찍으러 들어갔다가 경호원 아저씨에게 혼났다.

위험하기 때문에......  

그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서둘러 나왔다.

아저씨,나도 스케이트 타고 싶어요. 

무서워서 못 타는 것이 얼마나 속상한지.....

 두 살 이란다.

정말 너무나 귀엽다.

아빠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타는 꼬마.

스케이트가 좀 특이하다.

날이 양 옆에 나란히 있어서 미끄러지기는 하지만 일단 하나가 아니라서

덜 위험하지 싶다. 너무나 앙증맞고 귀엽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 아빠 손잡고 스케이트를 배우는

꼬마들이 꽤 많다.

아빠들이 이 시간에 회사를 안 가시나.... 

갑자기 묻고 싶어 진다.

헝가리는 참 좋은 나라이다.

돈으로 절대로 받지 못하는 휴가가 있다.

꼭 쉬어야 한다.

일 년에 쉬어야 하는 날이 정해져 있는데 그 해가 가기 전에 다 써야 하니

이 날 스케이트장에 오신 분들은 휴가인가?

 너무나 멋진 할머니, 할아버지들.

정말 멋진 폼으로 스케이트를 타신다.

연세가 70은 훌쩍 넘으신 어르신들인데.....

할아버지께서 처음 스케이트를 타시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며

한 발 한 발 가르쳐 주신다.

나중에 나도 우리 신랑에게 가르쳐 달라 해야겠다.

은퇴하고 심심할 때 손잡고 저리 배워야지~~~

 무지 싱싱 잘 달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스케이트 땀나게 타고 바로 옆에 있는 세체니 온천에 들어가서

온천욕을 하면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이지 싶다.

돌아오는 길에는 국수 한 그릇 말아먹고...

 9시부터 12시까지 끊임없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배우러 단체로 온다.

스케이트장이 문을 열면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은 일주일에

한 시간씩 레슨을 받는다.

그러고 보면 헝가리는 바다가 없는데도 전 국민이 수영을 잘하고

스케이트장이 제대로 없는데도 거의 모두가 스케이트를 잘 탄다.

참으로 신기하다.

보통 아침 9시부터 12시 30분까지 개장을 하고

문을 닫았다가 다시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오후에는 젊은이들과 퇴근한 직장인들이 참 많다.

 

마음은 타고 싶고 할 것 같다가도 넘어지는 분들을 보면 겁이 나서

감히 시작을 못한다.

저 딸들이나 가르쳐야겠다.

 

만약 겨울에 헝가리를 온다면 야밤에 조명 아래에서

스케이트 타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