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베란다에 빗방울이 있다.
갑자기 긴장이 된다.
오늘 아이들과 견학을 가는 날인데..... 좀 시간이 지나면 풀리겠지
싶어 준비를 하고 학교로 갔다.
다행히 해가 나면서 화창해진다.
아이들의 표정이 상기되어서는 평상시 보다도 더 활기차다.
미셸 선생님이 12명의 아이들을 6명씩 두 팀으로 나누었다.
3명은 오늘 결석을 했다.
아이들은 빌라모시를 타고 걸어서 과학관에 간다는 사실에
흥분되어 있지만 그러면서도 긴장이 되어 둘씩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과학관까지 잘 갔다.
특히 개구쟁이 아나르가 의외로 잡은 손을 안 놓고 제일 얌전히 잘 갔다.
먼저 표를 받아서 손목에 차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옷과
도시락 가방을 큰 서랍에 보관을 했다.
그리고 자유롭게 과학 놀이 하기 시작~~~~!
그럼 그렇지.... 제일 먼저 비행기에 앉았다.
그런데 자꾸만 비행기가 추락을 한다.....
브라질에서 와서 학교에 온 지 이틀 된 마태오.
열심히 달리기를 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달리기가 빠른 편이다.
아직 영어가 안 되어 답답함을 저리 푸는가 싶어 자꾸만 안쓰러워진다.
가끔 모국어로 나에게 무언가 웃으며 말을 하는데 나도 못 알아듣고
저는 나의 짧은 영어를 못 알아듣고 서로 마주 보며 웃는다.
우리 딸들도 저랬겠지....
저리 답답해하고 눈치껏 알아서 움직였겠구나.......
준비해 간 도시락 맛있게 먹고 나니 선생님께서 사탕을 하나씩
사 주신단다.
아이들 신이 나서 고민 고민하며 하나씩 어려운 결정으로 사탕을
고르고 하나씩 입에 물고 행복한 표정들이다.
사탕 하나로 저리 행복할 수 있는 나이. 정말 천사 같다.
집에 와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예전의 내가 떠오른다.
오늘처럼 선생님 둘이서 12명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 둘이서 40여 명을 데리고 나갔었다.
가끔은 보조선생님이 아니라 교생이 대신할 때도 있었고....
그때는 어찌 다녔는지....
내가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을 하면서는 항상 한 달에 한 번은 꼭
현장 견학을 가고 한 달에 한 번을 꼭 연극을 간다는
원칙을 고수했었다.
그때도 35명 정도의 아이들을 데리고 국립묘지로, 암사동으로,
대학로로, 용산 전쟁기념관으로, 과학관 그리고 고궁 등으로
매달 나갔었는데.
밖으로 나가면 일단 아이들 스스로가 긴장을 하고 조심을 하기에
생각보다 사고가 없고 위험이 없다.
그저 난 아이들보다 키가 크니까 천천히 앞서서 걸어가면서 간간히
뒤를 돌아보며 주변의 사물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기만 하면 되었다.
"얘들아, 꽃 좀 봐. 너무 이쁘다."
"얘들아, 저 강아지 좀 봐 너무 귀엽다." 등등등.
그러면 아이들은 다른 곳에 시선을 두지 못하고 선생님 말과
시선을 쫓으며 따라오게 되어 있다.
8년 동안 무사고로 다녔었다.
내게 맡겨진 6명의 아이들.
그중 가장 개구쟁이와 항상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 손을
양쪽에 잡고 뒤에 두 명씩 손을 잡아 따라오라 하며 가다가
옛일이 생각이 나서 주절주절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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