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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벽보고 혼자 하는 이야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5. 15.

며칠째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안정이 안 되고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으로 꽉 차있다.

그래 정리를 할 겸 벽보고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이야기할 상대가 없음이 참 가슴 아프다.

전에는 블로그에 주절주절 잘 적었었는데 이젠 쪼끔 눈치가 보여 속 이야기 다 적을 수가 없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엿보는 것 같아서.....

그래서 오늘은 여기저기 안 걸릴 정도로만 혼잣말을 하련다.

또 혹시나 어쩌다 들어와서 이 글을 읽고는 이러쿵저러쿵 말을 해도 신경 안 쓸란다. 

정말 이제는 그러고 싶다.

더 이상 그런 일에 에너지 소비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마음처럼 그리 될지는..... 쉽지는 않겠지만

정말 그러고 싶다.

그렇게 노력하고 싶다.

무엇이냐 하면......

우리를 두고 하는 그 어떤 말에도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간절히 바라는 것은 우릴 두고 뒤에서 무슨 말을 하든

그들 마음이니 상관은 안 하는데 그 말이 제발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우릴 생각해서, 염려해서 하는 말이라며 해주는 그 말들이 참으로 상처가 된다.

그냥 뒤에서 무슨 말을 하든 그들 자유이니 내 알바 아니지만

제발 제발 내 귀에만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좀 지난 이야기인데 남편은 골프를 안 친다.

헝가리 초창기 때는 다들 테니스를 쳤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골프 바람이 불더니 다들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하은이 태어나던 해에 남편도 골프를 한번 해 볼까 하고

어떤 분이 연습용으로 사용하라며 주고 간 골프채를 가지고

몇 번 해보더니 안 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경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고 시간을 많이 빼앗기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골프가 재미없단다.

그런데 골프를 안 치는 남편을 두고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더니

사람이 여러 번 바뀌었고 그때마다 묻는 분들께 일일이 설명하기도 우습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말이 이상하게 돌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이 건방지다느니, 혼자 잘났다느니, 사업하려면 골프를 쳐야 하는데

저리 하면 안 된다느니.....

아무튼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말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냥 무시하면 될 것을 참다가 나도 남편에게 골프를 하면 좋겠다고 하기에 이르렀고

남편은 맘이 좀 상했었다.

그리고 말하기를 사업도 그렇지만 아이들 클 때 까지는 아이들하고 함께 주말을 보내고 싶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는데 왜 그러냐고.....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났다.

내가 미쳤지.....  정말 내가 사람들 말에 이리저리 흔들려서 잠시 미쳤었구나....

사실 이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들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만 안심이 되는 가 보다.

자신들이 재미있으면 모두가 좋아해야 하는 것인가?

싫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난 낚시를 왜 할까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낚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세상에 제일 재미있다고 하신다.

그렇게 모두가 다른 것인데.....

좀 자신들과 다르면 그것을 못 견뎌하고 이상하다 하며

우릴 그들과 같은 길을 가게 하고 싶어지나 보다.

그러나 우린 그럴 수가 없다.

우리가 사는 방식이 여기에서 사는 사람들과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우리를 두고 말들이 많다. 뒤에서 들 모여서는.....

 

헝가리는 유별나게 교민이 없다고 보아야 하는 곳이다.

거의가 지상사와 공무원, 그리고 유학생들이다.

우리처럼 개인 사업하는 분들은 별로 없다.

그래서 가끔 정신을 놓으면 마음이 번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정신줄 꽉 잡고 내 위치에서 굳건하게 버텨야 한다.

 

우린 회사에서 몇 년 발령받아 온 사람들이 아니다.

우린 언제까지 여기에 살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간이 정해진 분들이 그 시간 안에 연휴 때마다 유럽을 여행하지만

우린 그럴 수가 없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리저리 여행 다니면 생활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그때마다 잘 설명을 한다.

회사에서 나온 분들과 우리의 다른 점을.

또한 한국 방문도 그렇다.

회사에서는 2-3년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그래서 아이들이 여름방학이면 한국을 정말 많이들 들어간다.

그러나 우린 그럴 수가 없다.

아이들이 크니 자꾸만 한국을 그리워하고 가고 싶어 한다.

특히 하은이는 그렇다.

그때도 우린 아이들에게 우리 가정의 특별함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생활은 잠시 머무르며 유럽을 여행하고

아이들 외국학교에서  교육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생활이 아니기에

다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헝가리에서 잘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나와 남편은 우리만의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아이들이 최소한 3년은 헝가리 공립학교를 다니게 한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헝가리어를 아주 잘한다.

 

또한 개인사업을 하니 다들 궁금한가 보다.

대체 뭘로 먹고사는 거야? 이리 묻는단다.

삼성이니 엘지니 하는 회사가 아니니 무척 궁금한가 보다.

그런데 그것도 이상하다.

그냥 사업한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할 것이지 왜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지.....

그래서 작년에는 정말 어이없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난 여자가 수다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들의 수다가 더 엄청나다.

골프장에서, 식당에서, 술자리에서 정말 남자들의 수다는 여자보다 더하다.

그런데 알다가도 모르겠다.

대체 뭐가 그리 궁금한 것인지.....

그럼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면 될 텐데 왜 직접 물어보지 않고

뒤에서 끼리끼리 궁시렁대는지.....

 

 헝가리는 짧게는 2년에서 길어야 5년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아이들이 참 많이 힘들어한다.

나도 참 많이 힘들다.

처음에는 가족처럼 친해지고 정말 허물없이 지내다가

시간이 다 되어 돌아가면 공항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며칠을 힘들게 지냈었다.

아이들도 함께 지내던 언니들이 보고프다고 눈물짓기도 했었다.

언제나 오는 사람 맞아들이고 가는 사람 가슴 아파하며

며칠을 가라앉아 지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웬만해서는 공항에 안 나간다.

집에서 따뜻한 밥해서 함께 먹고, 그 자리에서 인사하고, 공항에는 안 나간다.

또한 사귀는 것도 예전에는 내가 먼저 인사하고, 다가가고, 전화하고, 그랬었는데

이젠 안 그런다.

누군가가 전화하고 먼저 손을 내밀면 그때는 따뜻하게 다가가지만

내가 먼저 접근하 지를 않게 되었다.

지난주도 디오쉬드의 인터 스파에서 장을 보는데 분명 한국 가정이었다.

나도, 남편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사실 속으로 좀 놀랐다.

어느새 남편도 지쳤구나.....

사교적인 남편이 예전 같으면 먼저 다가가서 "한국 분이세요? 언제 오셨어요? 어디에서 사세요?"........

물었을 텐데.....

지금은 나나 남편이나 그쪽에서 아는 척을 할 때까지 그냥 지나친다.

그런 우릴 보고 또 뒤에서 무어라 하겠지......

그런데 사실 이 정도도 힘들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왔다가 간다.

일 년이면 교회에서 20여 가정이 떠나간다.

그리고 또 새로 온다.

오래되었기에 기대함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내 맘에 너무나 많이 박혀있어서 아프다.

빼도 아프고 그냥 두어도 아프다.

그냥 우릴 내버려 두어 주면 좋겠다.

골프를 안 치는 것도, 지방에 사는 것도, 사람 좋아 여름이면

주말 저녁에 가까운 집 함께 저녁 먹는 것도,

청년들 좋아 청년들 데려다가 밥 먹이는 것도......

우리 가족이 함께 노는 것이 좋아 집에서 우리끼리 노는 것도.....

 

그리고 제발 우리 염려하는 것처럼 하면서 뒤에서 하는 말들이

내 귀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좋겠다.

난 정말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다.

모르면 그분들을 보고 웃을 수 있는데 알고 나면 정말 의지적으로도 웃을 수가 없다.

굳어지는 내 표정이 무서워 내 스스로 피하게 되니 말이다.

이러다 어느 날 참고 참았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다 폭발하면 어쩌나 나도 내가 무섭다.

제대로 방향을 잘 잡아서 터지면 좋은데 엉뚱한 곳에서 터지면....

에구구구구......

바로 그 날밤으로 표 끊어 헝가리 떠야지......

그래서 오늘 밤도 난 또 참고 또 참는다.

엉뚱한 데서 뻥하고 터질까 봐서......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다들 알아줄 거야.

다들 이해할 거야. 진실은 밝혀질 거야... 했는데

이젠 기대도 안 한다.

다들 떠나가고 새로운 분들이 계속 오기에 그냥 눈감고 살란다.

기대? 절대로 안 한다.

냥 부탁인데 내 귀에만 안 들어오면 정말 감사하겠다.

새로 온 분들은 또 궁금해서 물어볼 테고

이야기하다가 다시 살이 붙어서 엉뚱한 우리가 만들어질 테고.....

그냥 포기하고 우린 우리대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딸들이 상처 안 받게 보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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