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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딸과 함께 걷는 아침 산책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5. 17.

오늘은 금요일이다. 금요일은 학교로 출근하지 않고

구역예배를 드리러 간다.

그래서 아침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하은이 혼자 걷지 않고

나랑 함께 차를 중간지점에 세워두고 하은이 학교까지

함께 걷는다.

오늘따라 하은이 가방이 너무나 무겁다.

이리 무거운 가방을 메고 그동안 걸었었나?

하은이에게 물어 보니 매일은 아니고 가끔은 무거웠었다고.

아침에 엄마랑 함께 걷는 30분의 시간이 하은이는 너무나 좋단다.

매일 못 해주니 좀 미안하지만 이렇게 함께 하는

이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하은이랑 길을 걸으면 온 동네 개와 인사를

하며 걷게 된다.

워낙 개를 좋아하는 하은이는 온 동네 개를 다 알고 있고,

나름 파악을 했다가 어쩌다 이렇게 엄마랑 함께 걷는 날은

개 소식을 엄마에게 일일이 전해 준다.

헝가리 사람들은 개를 정말 무지무지 좋아한다.

자식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해가 가는 것이 자식은 모두 떠나지만 개는 안 떠나고 언제나

함께 있어 주니 그래서 그런가 보다.

아무튼 집집마다 개들이 한 두 마리는 꼭 있다.

엄마, 엄마 불도그 좋아하지요?

나 안 좋아해.

엄마 불도그가 재미있다고 좋아했잖아요?

그냥 못 생겨서 보면 웃음이 자꾸만 나오잖아. 그래서 재미있지.

사진 찍어요. 이쁘잖아요

. 이쁘기는.....

사진기를 꺼내서 사진을 찍으려 하니 갑자기 일어나 짓기 시작한다.

어찌나 놀랬던지 뒤로 자빠질 뻔했다.

그 모습에 하은이 웃겨 죽겠단다.

 너무 놀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하은이가 날 흔든다.

엄마, 엄마, 이 흰색 불도그 소리 너무 웃기지요?

응?

들어 보니 정말 웃긴다.

생긴 것은 무서운 불도그인데 소리는 낑낑거린다.

야! 그래도 명색이 불독인데 소리가 어째 그러냐?

하은이 또 웃겨 죽겠단다.

 이 개는 다리가 아프단다.

그러고 보니 잘 못 걷는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쉬를 하신다.

긴장을 하셨나..... 어....?

봉고 한 대가 서길래 보니 하은이 담임선생님께서 출근하시다가

우릴 보고는 하은이를 태워줄 거냐고 묻는다.

하은이 아니라고, 산책하며 걷는 중이라고 답하니 웃으시며

쌩하니 털털거리고 가신다.

봉고차가 좀 낡았고 많이 망가졌다.

세상에....  어느새 벌써 이 꽃이 벌써 이리 피었다.

이 꽃으로 헝가리 사람들은 집에서 음료수를 만든다.

나도 바이올린 선생님께 배워서 음료수를 만들어서

여름에는 시원한 가스 물에 타서 마시는데 향도 좋고

비타민도 많은 건강음료란다.

당연히 집에서 만드니 좋겠지..... 

사서 먹는 음료수에 비할까....

하은이 사진 찍는 옆에서 올 해도 꼭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달란다.

생각해 보고......

 얼라?  밤 새 뭘 하셨길래 저리 곤하게 주무시나.....

하은이랑 또  이야기 한 편을 만든다.

주인공은 저 두 강아지이고 이야기는 두 강아지의 밤 사이 활동들.

 우린 이 강아지를 대걸레라고 부른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대걸레 뭉치처럼 보여서.... 

씻어도 저럴까나?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저 두 강아지는 짖기도 무지 많이 짓고

까불대기도 무지 까분다.

그런데 내 눈에는 못난이다.

하은이 눈에는 귀엽다는데 난 아무리 봐도 못난이다.

 불쌍한 곤충.

하은이 슬리퍼의 뒤에 밟혀서는 뒤집어져서 바둥거린다.

빨리 뒤집어 주었는데 충격이 컸었나 보다.

 그런데 정신이 하나도 없는지 움직이질 않는다.

살며시 들어서는 옆 풀사이에 옮겨 주었다.

길가에 있다가 다시 밟혀서 죽을 까 봐.

엄마, 죽었나 봐요?

아냐, 기절한 거야. 아니면 죽은 척하는 걸 거야.

너무 놀래서 잠시 정신이 없거나.

죽었나 봐.

아니래니까~~~  하은이 슬리퍼가 큰 점보 비행기만 하니까

비행기에 깔린 줄알고 놀래서 잠시 기절한 거고,

깨어나면 친구들에게 가서 이야기 할꺼야.

내가 오늘 비행기에 깔려서 죽을 뻔했다고...

그럼 친구들이 야!  뻥이지! 하고 안 믿을걸?그럼 다 모이라 고해.

그래서 우리가 보여주는 거야.

그럼 여기에 모이면 하은이가 슬리퍼 보여 주고 진짜라고 말해.

안 믿는 곤충은 하은이 슬리퍼로 살며시 밟아서

그 충격이 얼마나 큰지 실제로 보여줘.

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ㅎㅎ

엄마랑 5학년 딸이랑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그런데 이 엄마랑 12살 딸은 그래도 재미있다며 실실 실 웃는다.

 오늘 오후 2시에 엄마가 학교에 올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더 확인하는 하은이.

오늘 학교에서 아이들이 만든 동화책들 전시와 시상식이 있는 날이다.

하은이는 엄마가 꼭 왔으면 좋겠단다.

구역예배 빨리 드리고 시간 맞추어 가겠다고 하은이랑 약속을 했다.

무지 무거운 가방을 하은이 어깨 위에 들려주고 돌아 서는데

학교 주차장 한쪽에 자전거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전에는 못 봤는데 자전거로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많아지니

만들었나 보다.

가까이 살면 하은이도 자전거 타고 학교에 오고 가면 좋으련만....

30분을 걸어 하은이 학교에 도착을 하고나 혼자 다시 30분을

걸어가다가 트라반을 보았다.

세상에~~~~세상에~~~~

아직도 트라반이 있네.

사진기 꺼내 찍으니 벌써 저만치 가버렸다.

처음 헝가리에 오니 (95년도) 대부분의 차가 저 트라반과 라다였었다.

오토바이 같은 소음에 매연을 내뿜으며 거리를 활보했었는데...

좋은 차종으로 다 바뀌고 거의 없어졌는데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갑다.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다.

동명여중을 다닐 때 이때쯤이면 위에 있는 감리교신학교에서

아카시아 꽃이 우리 학교 마당과 복도, 창문을 통해 교실까지

날라 오곤 했었다.

날씨가 화창하고, 식후 나른해 졸릴 때면, 아카시아 꽃 향기에 취해

더 비몽사몽이었었는데....

살랑살랑 바람 불면 꽃과 함께 날아온 진한 향기에 머리가

아플지경이었었다.

한참을 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꽃구경을 하다가

향은 한국이 더 진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앙상했던 포도나무마다 초록잎으로 뒤덮였다.

곧 꽃이 피겠지. 여름이면 포도가 열리고 익어 가고 초가을이면

미처 따지 못한 포도에서 진한 포도향이 번져갈 것이다.

초록색 포도가 열릴 때가 제일 예쁘다.

남의 포도밭에 손 집어넣어 만지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로 예쁘다.

 집에 와서 뒷마당을 보니 체리가 콩알만큼 자랐다.

2주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맛이 어떻려는지......

작년에는 많이 열리고 맛이 있었는데.

이젠 구역예배를 드리러 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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