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추 모종을 한걸음에 가서 염치 불고 하고 받아 와서는
미루고 미뤄두었던 밭을 갈아엎었다.
다는 아니고 아주 쪼금만....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 팔, 허리,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래도 여름에 깻잎 따먹고, 고추 따먹고,
쑥갓이라도 버무려 먹으려면 이 정도 수고쯤이야.
쑥갓과 상추씨앗을 뿌렸다.
얼마 전 서울에서 오시면서 사 오셨다는 유리 할머님께서 나누어 주셨다.
쑥쑥 자라서 우리 밥상 위에 얌전히 분단장하고 올라오겠지...?
적당히 자란 뒤에 우리 집으로 이사 온 고추 모종.
이렇게 큰 화분에 옮겨 심고 또 작은 텃밭에도 심었다.
씨받이용 깻잎도 작은 화분에 하나 옮겨 심었다.
이대로 그냥 놔두면 가을에 씨앗이 떨어져서 내년 봄에 다시 깻잎 싹이 나온다.
작은 텃밭. 너무 힘들어 그 작은 텃밭도 다 일구질 못하고
조금만 아주 조그마했다.
그런데도 아침에 어찌나 힘들던지....
아직 옮겨 심지 않은 이 깻잎은 이번 주 토요일에
우리 구역 식구들이 와서 가져갈 것들이다.
일일이 일회용 컵에 옮겨서 주면 좋겠지만 워낙 내가 힘들어서.....
자꾸만 꾀가 난다.
허리가 아프고 목이 아프고..... 그래서....
물들어 가는 체리.
올해는 무화과가 풍년일 것 같다.
벌써 많이 열렸고 저리 탐스럽게 익어 간다.
크기도 아주 크다.
뒷마당의 자두는 올해 별로 열매가 없다.
벌써 여름 냄새가 난다.
체리가 저리 익어가니 다음 주말쯤이면 따먹을 수 있겠다.
난 이때가 참 좋다.
마당에서 사다리 놓고 딸들이랑 체리 따먹는 기분.
일상생활에서의 잔잔한 행복을 느낀다.
살구를 주을 때도, 자두를 따먹을 때도, 사과를 따거나 호두를 주울 때도.
그러고 보면 농사는 이런 기쁨을 주는구나 싶다.
풋고추 따서 고추장 찍어 먹는 기분. 정말 좋다.
그래서 딸들이랑 올해도 고추를 심었다.
깻잎도 이젠 나뭇잎이라 안 하니 학습효과도 좋고......
쑥갓을 보고도 풀이라 하지 않고.
우린 그저 생활에서 자연스레 배우고 알았던 것들을,
아주 사소한 일상의 것들을 우리 딸들은 거의 전쟁을 하듯 배운다.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어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본 적이 없어서......
가끔 난감할 때가 있다.
그래도 살다 보면 알게 되겠지.....
올해는 그래도 쑥갓 꽃도 보고 상추 꽃도 보게 되었으니 좋다.
고추꽃은 이제 알고 있고, 깻잎 씨도 작년에 보고는 신기해했었는데.....
물어보면 기억하려나?
잊었으면 올해 또 보면 될 것이고.
그렇게 아이들이 커가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으니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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