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집에 들어와서 우체통을 여니 작은 녀석이 보낸 엽서가 있다.
어라....?
작은 녀석은 지금 여기에 있는데?
하은이 말이 "엄마, 따보르(캠프) 가서 보낸 엽서가 지금 온 거예요" 한다.
그러고 보니 하은이 때도 하은이가 나에게 엽서를 보냈었다.
이럴 때 참 기분이 묘하다.
지난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빈이 헝가리 학교에서 3학년과
4학년이 캠프를 갔었다.
헝가리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일주일씩 따보르(캠프)를 간다.
비용은 20.000 포린트(약 12만 원 정도)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 지역을 돌아보고 만들기와 자연관찰을 한다.
가기 일주일 전부터 작은 녀석 가방을 싸고 풀고 싸고 풀고...
결국 엄마는 손도 못 대고 혼자 가방을 싸서 갔었다.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혹시 무엇을 빠트렸는지 에미는 몰랐다.
선생님이 적어 준 종이를 들고는 하나하나 동그라미 치면서 온전히
혼자서 가방을 쌌다.
그리고는 가기 전 날은 가방을 들어 보고 끌어 보고 가방과 친해지려
무지 애를 쓰더니 가는 날도 끙끙대며 혼자 끌고 들어 갔었다.
그리 가서는 무지 재미있었단다.
참 다행이다.
작년에는 쿨런치(틱이라고 불리는 벌레)가 극성을 부려서 못 갔었는데
올 해는 모두 약을 먹고 따보르를 갔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주사를 맞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나도
약국에서 약을 사서 남편에게 읽어 보라 하니 비타민B 란다.
그러고 보니 쿨런치가 비타민B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출발 하루 전부터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깜박 잊고 출발하는 날 아침에 먹이고
또 가방에 넣어서 보냈다.
이 틱이라는 벌레는 까만 깨처럼 작고 잘 안 보이는데 사람 몸에 붙어서는
피를 빨아먹으면서 점점 커진다.
그러다가 나사형의 머리가 몸안으로 들어가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한다.
괜히 겁이 나서 5년 전부터 주사를 맞혔는데 그래도 가끔은 찜찜하다.
특히 풀밭이나 숲 속을 들어갈 때는.
그럴 때는 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다시 뿌려준다.
하빈이가 보낸 엽서.
캠프 간 소꼬여 마을 사진이 아니고 자기가 그린 그림엽서다.
그림엽서에서도 하빈이는 너무 재미있어 환하게 웃고 있다.
하은이는 자기가 그린 그림엽서에서 시냇가에서 본
썰러먼드라 (도마뱀 종류인데 크기가 많이 큰 파중류) 를 그려서 보냈었다.
대단한 내용이나 있나 싶어 궁금했었는데, 에구....
그냥 잘 있다. 무엇 무엇 만들었다.
끝이다. 썰 렁~~~~~
작은 녀석에게 "야, 엄마 사랑해, 보고 싶어요. 그런 말도 없냐?" 했더니
"엄마~~~ 무슨 편지에 그런 말을 써요?" 한다.
그래도 태어나 처음 집 떠나 엄마에게 보낸 엽서이니 잘 간직해야지.
큰 녀석이 보냈을 때는 정말 감동이었었다.
옥수수 잎을 물에 적셔서 안에 솜을 넣어 만든 토끼란다.
자기 맘에 드는지 이렇게 종이에 토끼라고 써서는 사진을 찍으 란다.
잘 보관해야겠다.
근데 왜 다리가 없지?
물어보니 없는 거란다. 발은
이건 너무나 소중하니 액자에 넣어 달란다.
선생님 말씀이 양털은 너무 비싸니까 조심조심 아껴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단다.
진짜 양털을 가지고 이렇게 일일이 손으로 비비고 피고 물감으로 물들이고......
작은 녀석 말이 손에서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나서 열심히 씻어야 했단다.
어쨌든 무지 공들여 만들었단다.
그래서 액자에 넣어 달라하니 액자를 사러 가야겠다.
그리고 나중에 작은 녀석 방에 걸어 주어야겠다.
"꽃이고 나무니?" 하니 작은 녀석,
"네 잎 클로버야!" 한다.
우~~~~ 무지 크다.
네 잎 클로버가....
나중에 커서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때 물어보아야겠다.
네가 3학년 때 따보르 가서 만든 것인데 어떠니? 하고....
작은 녀석에게 물었다.
"소꼬여 마을이 어디에 있어?"
"멀어"
"뭐 봤는데?"
"성"
"어땠는데?"
"좋았어!"
참 간단해서 좋다.
그러고 보면 큰 녀석은 문과인데 작은 녀석은 확실히 이과다.
특히 일기나 독후감을 쓸 때 보면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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