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하빈이 이야기

헝가리 학교의 보그라츠 파티(bogracs parti)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5. 31.

지난주에 작은 녀석이 오더니 학교에서 하는 보그라츠 파티에

가고 싶단다.

보그라츠 파티? 그게 뭔데?

학교의 모든 가족이 모여 헝가리 전통음식을 해 먹는 날이 란다.

또 전통놀이를 체험해 보는 날이란다.

거기서 하고 싶은 것이 많단다.

나야 토요일에 하는 행사이니 당연히 안된다 말을 했다.

나는 한글학교에 가야 하고, 저녁에는 손님이 오시니 준비해야 하고.

더구나 언니는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고.

정말 헝가리학교 5년을 아이들 보내면서 난 간 적이 없었다.

토요일이라서.

작은 녀석. 이제 마지막인데.... 엄마가 이젠 한글학교 교사도 안 하면서....

입이 댓발은 나왔다.

결국 할수 없이 가기로 했다.

그런데 큰 녀석 머리가 아프다면 이틀째 끙끙이다.

할 수 없이 큰 녀석까지 함께 한글학교 결석하고

작은 녀석 학교로 아침부터 서둘러 갔다.

 학교 여기저기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그런데 보그라츠가 무슨 말일까? 음식 이름인가...?

 9시 부터라는데 9시 10분에 학교 운동장에 도착을 하니

벌써 엄마들 모여서 감자, 양파 깎고 샐러드 준비하고,

수프 끓일 준비가 한창이다.

각 반과 학년마다 자리를 잡고 나름 특색 있는 음식과 아이들을 위한 준비를 했다.

 남학생들은 식당에서 책상들을 나른다.

역시 힘쓰는 것은 여기도 남학생 몫인가 보다.

 운동장 가로질러 짐 나르기 힘들어 차를 담장 밖에 대고

담 위로 짐을 옮기는 아담 엄마, 아빠.

참 열심히 참여하시는 분들이다.

 스프끓일 장작 자전거에 싣고 오신 할아버지.

나중에 보니 어떤 반인지 모르지만 그 반은 저 할아버지께서

능숙한 솜씨로  헝가리 전통 수프를 끓이셨다.

 7학년 아니면 8학년 인가 보다.

학생이 처녀 같은걸 보면...

엄마들이 구워오신 빵과 케이크들.

난 너무 이번 주가 바빠서.

또 너무 많은 빵을 구웠던 탓에 음료수만 들고 왔다.

또 편지에 하빈이 반은 음료수 2병씩만 가지고 오라고 했었다.

그래도 좀 소홀했나?

 2학년 자리.

아빠가 나무토막 세우고 불을 지피는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던 꼬마들.

그저 신기하고 신이난다.

이렇게 헝가리 꼬마들은 본인들의 조상이 기마민족이고,

평야에서 이렇게 스프냄비를 걸고 오랜 시간 푹 끓여서

언제나 마른 빵과 함께 먹었던 것들을 배운다.

 1학년 자리.

 좋겠다. 텐트 만들기에 무얼하나 했더니만...

 명당자리를 찾아서 쉬고 있는 꼬마.

가만 보니 온동네 잔치다. 부모, 조부모 모두 모여서.....

 저렇게 푸스타(평야)에서 수프 냄비 걸어 놓고

밤새 떠 먹으며 양, 소, 말을... 쳤다고 한다.

담요 한 장 깔아 놓고, 몇 날 며칠을.

안장 없이 말을 타고, 말을 타며 활을 쏘는 기마민족. 마자르족.

그들의 후손들이 운동장에서 조상을 기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얼 넣나... 하고 보니 돼지기름이다.

 구수한 냄새가 솔솔 코를 찌른다.

행여나 누를까 봐 열심히 젓고 또 젓고 그러다 간을 보고.

소금도 넣고.... 참 보기 좋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거의 전교생이고, 학부모와 가족이 모두 모였으니 꽤 많은 인원인데

소란스럽지가 않다.

참 조용하고 차분하다.

나 혼자 성경을 보다가 소리 지르는 소리나 고함소리가 없어

이 많은 인원이 모였는데 이런 조용함이 낯설어 한참을 두리번 두 리번 했다.

물론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아이들 소리도 들리고,

아줌마들 모여서 이야기들 나누지만 소음이 하나도 없다.

그것이 정말 나에게는 신기하다.

우리네는 모이면 여기저기 고함 소리, 큰 소리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아무 생각 없이 큰 소리로  "하빈아~~~~" 했다가 나를 쳐다보는

10여 명의 꼬마들 시선에 어찌나 민망했던지.....

그래서 두 손 높이 쳐들고 살려주세요~~  포즈로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더위에 뛰기는 싫어서 작은 딸이 나를 봐주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