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후 아이들이 놀다가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왔다.
우리 집 마당에 있었단다. 아주 새끼 고양이인데.......
그냥 옆집 새끼 고양이가 담장 사이로 놀러 왔나 했었다.
그리고 어제도 우리 집에서 하루 종일 머물렀다.
스누피랑 싸우기도 하고 쫓고 쫓기기도 하면서,
또 그냥 심심해서 우리 집 마당에서 친구 삼아 노나 보다 했었다.
그런데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삼일이 지나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우리 집에서 저리 눌러앉는 것을 보니 집이 없거나 길을 잃고
우리 집에 자리잡기로 한 것 같다.
아예 갈 생각을 안 한다.
게다가 이젠 집안으로 까지 들어 오려한다.
어쩌다 보면 집안에서 숨어 있어 날 기겁하게 한다.
에휴~~~~ 이 일을 어쩐다나요.....?
오늘 아침 스누피 밥을 주는데 고양이가 먼저 먹기 시작하자
스누피 주변을 맴돌며 눈지만 보고 먹지를 못한다.
딸들은 어쩌면 좋으냐고 난리고. 고양이는 못 들은 척 정신없이 먹는다.
고양이가 개사료를 먹으면 안 좋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고양이 사료까지 사다가 먹일 수도 없고.....
그러면 아예 눌러앉아 "내 집이다" 할 것 같다.
결국은 이리 고양이 차지가 되고, 딸들 더 흥분해서는
"스누피 너도 가서 밥 먹어!" 하며 밀어 넣고,
아무리 딸들이 응원을 해도 스누피 감히 밥그릇에 주둥이 한번
못 넣고 저리 낑낑낑 주변만 맴돈다.
고양이 어느정도 배가 불렀나 한쪽을 비워주고,
그제사 겨우 주둥이 넣고 밥을 먹는 스누피.
딸들은 스누피가 세서 이긴 것인 줄 착각을 했나
"엄마, 드디어 스누피도 밥을 먹어요!" 한다.
스누피나, 딸들이나.....
저건 스누피가 세서 이긴 것이 아니고 배가 좀 부르니 고양이가 인심 쓰고
비켜 준 것이 걸랑요!!!!
배부른 고양이 이젠 부엌으로 들어와 식탁 밑에 숨는다.
기겁을 하고는 밖으로 내쫓았더니 저리 스누피 밥 먹는 것을
자기 것이라도 인심 쓰고 준 것처럼 저리 구경을 한다.
스누피 먹으면서도 눈치를 본다. 주객이 전도되어도 유분수지.....
아직 새끼라서 그런지 세상에...... 저 새끼 고양이가 스누피 젖을 빨고 있다.
딸들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다.
하빈이는 울 지경이다.
스누피 젖꼭지가 빨개져서 아플 거라며..... 할 수 없이
스누피는 안에 들여놓고 우유를 주었더니 무지 잘 먹는다.
옆에서 지켜보던 스누피 징징 거린다.
할 수 없이 스누피도 우유 주고.....
아니~~~~~아침부터 이게 웬 난리냐고요.....
참 가관이 아니다. 배부른 고양이 이젠 늘어지게 저리 누웠다.
옆에서 스누피 열심히 짖고 건드려 보지만 넌 해라. 난 잘란다.
도대체 넌 어디서 와서는 우리 집에 자리 잡고 누운 게냐.
포기했는지 스누피도 옆에서 아예 자리 잡고 엎어졌다.
아예 우리 집에 눌러앉을 것 같은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개보다 고양이벼룩과 바이러스가 더 무서운데,
지난번 스누피 몸의 벼룩도 고양이에게서 옮아 온 것이라고
수의사가 조심하라 했었는데....
저것도 의사 불러 수첩 만들고 주사를 놓아야 하나.
아니면 좀 더 기다려 볼까.
혹시 알아. 갑자기 자기 집이 그리워 갈지.
그런데 하빈이 옆에서 기겁할 말을 한다.
"엄마,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어요. 싸나워서 스누피가 도망가는데
마당에 자꾸만 와요."
뭐야? 또 있어. 게다가 싸나워서 스누피가 도망을 가?
이거 조짐이 심상치 않다.
.
드디어 오후에 결심을 하고 살짝 들어 다가 문밖에 내놓고 문을 닫았는데
5분도 안되어 어디로 해서 들어왔는지 다시 뒷 베란다 스누피 밥통 옆에 앉아서
야옹야옹한다.
오후가 되니 회색 큼직한 고양이가 스누피 밥그릇을 차지하고 앉았다.
나도 무서워 감히 나가지를 못하겠다.
용감한 하은이가 배드민턴 채를 들고나가서 쫓았는데 걱정이다.
아예걱정이다.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릴 우습게 알고 우리 집을 접수해서 눌러앉을 까 봐서.....
딸들이랑 앉아서 계획을 짜 본다.
상자에 담아서 멀리 버릴까? 그렇데 어떻게.....
예쁘게 편지 써서 선물바구니에 담아 남의 집에 줄까?
누가 좋다고.... 팔면 안 될까?
그건 아니다.
누가 돈 주고 사가기 까지나........
정말 방법이 없나 보다.
이러다 방안에, 거실에 들어앉을 까 봐서 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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