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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호두 줍는 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10. 10.

주일 예배 후에 몇 집이 우리 집으로 호두를 주으러 오셨다.

우리 집은 담장 안에 큰 호두나무가 4그루가 있고, 우리 담장 밖,

대문 옆으로 2그루씩 4그루가 있다.

그래서 모두 8그루의 호두나무가 있다.

바람 불면 그 큰 호두나무에서 나뭇잎은 눈처럼 흩날리고,

호두는 우박 떨어지듯 후드득 떨어진다.

너무 많아 줍는 것도 포기하고 그냥 차가 드나들면서

깔아뭉개기도 한다.

그 햇호두를 주워가시라 했더니 주일 예배 후에 오셔서

큰 봉지로 많이들 주워 가셨다.

호두가 떨어지는 이때는 언제나 숙제가 밀려 있는 기분이다.

나뭇잎도 쓸어서 태워야 하고 아니면 봉지에 쓸어 담아야 한다.

또 아까운 호두를 안 줍고 보기만 하니 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데 이날은 모두들 오셔서 주워 가시니 어찌나 마음이 좋던지.......

숙제를 마친 기분이었다.

 스누피도 신이나서 뛴다.

학교에 나가면서는  주말도 바빴었다.

날은 오랜만에 여유(?)를 부렸다.

 아이들이 가지를 잡아당기면서 무화과를 딴다.

올해는 무화과가 풍년이다.

자주 드나들면서 따서 그냥 그자리에서 먹곤 했다.

참으로 달고 달다.

9년을 이 집에서 살면서 이렇게 무화과가 많이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 싶다.

게다가 열매도 크고 맛도 참 달다.

아이들이 가지를 휘어 잡아 열심히 무화과를 따서

봉지에 담아 갔다.

"얘들아, 안 익은 것도 따서 가져가면 이틀 뒤에 먹을 수 있단다." 했더니

열심히 땄는데 잘 먹었는지......

 

 이르드 이 집에 살면서 과일은 계절마다 참 맛있게 먹었다.

호두도 바람 불 때면 어찌나 큰 소리를 내면서 우박 떨어지듯

떨어지는지.....

가끔은 저러다 차 유리창이 깨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 아닌

걱정도 하면서 살았다.

흰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새까만 까마귀들이 뒷마당 눈 속에서

호두를 찾아서 지붕에 던져서 까먹는 구경도 하면서 그리 살았다.

도시에서 조금 벗어나 이리 살았던 시간들.

생각해 보니 참 좋았다.

딸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일 것이다.

올해 겨울에는 까마귀와 호두 사진을 꼭 찍어서 보관해야겠다.

딸들을 위해서.

그날 많이들 주워 가셨는데 오늘 보니 또 많이 떨어져 있다.

집안으로 차가 들어가는데 바퀴에 호두가 깔리는 소리가

크래커 부서지는 소리처럼 들린다.

에휴~~~~ 저걸 주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주일에 좀 아이들과 주워야겠다.

미적미적 미루다가 눈이 오면 낭패다.

날씨 좋을 때 숙제를 좀 해놔야겠다.

가끔은 호두나무가 2그루만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곤 한다.

좀 너무 많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