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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아빠의 생일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10. 12.

금요일은 아빠의 생일이었다.

딸들 며칠 전부터 모아 놓은 용돈을 챙기고, 무엇을 살까

고민을 하더니 결정을 했단다.

사실 그전에는 엄마가 아빠의 생일 선물을 골라주고,

딸들이 돈을 모아서 지불만 했었다.

예를 들면 아빠 넥타이, 화장품, 향수.....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올 해는 본인들이 고르겠단다.

그러시든가.

큰 녀석은 생일 케이크를 사고, 작은 녀석은 아빠가 좋아하는

와인을 산단다.

엄마는 정신없는 관계로 그냥 삼겹살을 굽기로 했다.

미역국은 내일 끓이기로 하고.....

아빠 오기만 학수고대 기다리던 딸들.

아빠가 늦는다고 하니 기운이 빠지나 보다.

미리 저녁을 먹이고 숙제하며 기다리니 드디어 아빠가 오셨다.

딸들 매일 아빠에게 뛰어가 서로 먼저 안기겠다 싸우지만

이날은 더 심하다.

두 딸들 서로 자기 선물 이야기하느라 무지 바쁘다.

큰 딸은 자기가 어떻게 아빠 생일케이크를 고민 고민하며 골랐는지를.....

위에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고 써서 붙인 것을 보아 달라고....

아빠를 무지무지 사랑하고 축하 한다고....

 

작은 딸은 아빠가 좋아하는 와인을 샀는데,

이 와인은 자기가 태어난 해에 만든 무지 맛있다고

아줌마가 말해준 와인이라며, 와인가게 아줌마가 이 와인을 만드신 분은

돌아가셨지만 무지 와인을 잘 만드는 분이었다며

열심히 설명을 한다.

그러니까 이 와인은 무지 맛있을 거고 좋은 것이라고....

 

엄마는 내놓을 것이 없다.

퇴근하고 와서 내일 학교에 가져갈 불고기 손질도 못한 상황이라

그냥 삼겹살에 김치를 내놓고 남편 좋아하는 마늘만 까놨다.

쪼끔 미안해하면서.....

 

남편 생일날 궁합이 쪼끔 이상하지만 남편과 난 삼겹살을 구워서

된장찌개에 와인을 곁들여 먹고, 케이크를 먹었다.

 

늦은 밤 미역국을 끓였다.

생일 다음날이지만 그래도 불고기에 미역국 드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