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짱구 하빈이.
이젠 스스로도 자기가 짱구 같다고 인정을 한다.
하빈이는 어둠을 무서워한다.
그래서 언제나 엄마나 언니를 귀찮게 한다.
언니, 방에 같이 가자.
언니, 화장실 같이 가자.
언니, 내가 빨리 할게 물 마시러 함께 가자........
그러면 하은이는 귀찮아서 몇 번을 거절하다가 같이 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은이 숙제가 너무 많고 다음 날 시험도 있던 날
하은이는 도저히 함께 방으로, 화장실로 가줄 수가 없단다.
보다 못한 내가 엄명을 내렸다.
하빈! 네 나이가 벌써 10살인데 아직도 화장실을 혼자 못 가고
방에도 혼자 못 가면 어떡합니까?
오늘부터 혼자 가는 연습을 하도록. 알겠나?
우리 집이 2층이라서 혼자 2층으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집이 무지 커서 어두운 복도 지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엄마가 여기서 다 보이거든? 그러니까 혼자 가서 불 켜봐.
앞으로 언니는 혼자 방을 쓰고 싶다고 하는데 넌 어떻게 할 거야?
오늘부터 혼자 가든지 아니면 바지에 오줌을 싸시던가. 알아서 결정!
그러자
고민, 고민하는 하빈이.
결국 못 참고 혼자 가나 기대를 했는데......
갑자기 하빈이 스누피를 찾는다.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스누피? 스누피~~ 누나한테 와봐요~~~~
아무것도 모르고 꼬리 흔들며 오는 스누피.
스누피와 함께 방에도 가고 화장실도 가고....
내참!!! 어이가 없어서....
야! 최하빈!!!
어떻게 넌 스누피랑 다니냐? 자존심이 있지 말이야~~
괜찮아요, 엄마. 스누피랑 같이 가면 안 무서워요.
에고~~~~
스누피 너도 밥값은 하는구나.
늦은 밤 언니는 숙제하고 자기는 너무 졸려 방에는 가야겠고
결국 잠든 스누피 억지로 깨워서는 비몽사몽 간에 끌려가는 스누피.
그 모습이 너무 어이없어 웃음밖에 안 나온다.
그래도 이젠 하은이랑 나를 귀찮게 하지는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며칠 그리 끌려 다니던 스누피, 이젠 귀찮다며 뻐띵긴다.
야! 스누피! 일어나! 가자고~~~~
누나랑 방에 가자고~~~ 빨리////
엄마, 스누피 말 안 들어요.
이 보세요. 스누피! 못 들어 가게 할 때는 난리를 치더니
함께 가자하니 왜 튕기십니까~~?
어서 따라가셔요. 그래야 과자라도 팁으로 받지.
오늘도 하빈이는 스누피를 찾는다.
방에 가자고, 화장실에 가자고,......
그리고 무지 서로 다정해졌다.
그런데 좀 요상하다.
어째 내 눈에는 스누피가 하빈이를 보살펴 주는 것처럼 보이누....
그런 하빈이가 안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
얼마 전 교회에서 작은 거미를 잡아서는 요요처럼 놀고 있다.
그리고 엄마에게 보여 준다며 왔다.
탁 아래로 치면 거미가 아래로 내려갔다가 살살 다시 올라오고
다시 탁 치면 아래로 내려가고.
그뿐인가.
초록, 연두 애벌레는 또 얼마나 이뻐하는가.
게다가 혜린이랑 지렁이를 가지고는 또 얼마나 재미있게 노는지.....
뱀도 귀엽다는 녀석이 개구리는 징그럽다고 또 도망 다닌다.
참 알 수 없는 녀석이다.
짱구 같은 녀석이 왜 불을 못 켜고 저리 쩔쩔매는지....
좀 크면 괜찮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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