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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우리 집 짱구 하빈이....

우리 집에는 짱구가 살고 있다.

바로 작은 녀석 하빈이.

진지한 것 같다가도 참 엉뚱한 면이 많다.

그리고 가끔 무지 놀라게 한다.

우리를...

며칠전 아침에 학교를 가는데 우연히 보니

작은 녀석이 가방을 메고 앉아 있다.

어라.....?

저러고 앉아 있으면 어깨가 아플 텐데?

하빈아, 가방 내려놔.

싫어.

왜?

가방 내려놓으면 좀 이상해.

뭐가 이상해. 버스 탄 것도 아니고, 엄마 차를 타고 가면서

왜 가방을 메고 앉아 있어? 어깨 아프잖아.

괜찮아.

키가 안 큰단 말이야!!!

그래도 괜찮아!

에휴~~~  저 고집을 어쩌누.

그래도 그렇지.

한 시간을 넘게 가는데 저 무거운 가방을 메고 앉아 있으니

운전하는 내내 속이 안 편하다.

너~~? 엄마가 사진 찍어 블로그에 올린다?

하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엄마 나쁘다고 난리다.

엄마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가방을 내려놨다가

다시 어느 순간 메고 앉아 있다.

하은이랑 무지 웃으면서 하빈이를 설득해도

하빈이가 안 넘어간다.

저도 웃기는지 엄청 웃으면서도 절대로 가방을 안 내려놓는다.

 

 볼수록 너무 웃긴다.

예비반 만들기 준비한 것 보는 사이에 살짝 사진을 찍었다.

몰랐지롱~~~~~~ *^ ^*

짱구 같은 딸이다.

그런데 오후에는 가방을 스스로 트렁크에 넣고 편하게 앉아 있다가

잠이 들곤 하는데 아침에는 왜 그러지?

 

처음에 작은 녀석을 생각하면서 좀 걱정된 부분이 있었다,

헝가리 학교 3년을 올 A만 받으며 우등생으로 성적상을 받으며

다닌 녀석이 말도 안 되는 학교에 가서 스스로 답답해하며

힘들어 하면 어쩌나 해서였다.

그런데..... 며칠 전 아빠가 물었다.

누구랑 놀았어?

EAL(영어가 아직 안 되는 아이들이 매일 영어를 배우는 단계)

다니는 친구랑.

재미있었어? 어제도? 항상 함께 놀아?

응.

그런데 왜 다른 친구랑은 안 놀고 매일 그 친구들과 놀아?

그냥. 재미있어서. 재미있어요.

이건 엄마의 말:

말이 안 되니까 말 안 되는 친구들끼리 논 거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려면 말이 안 되니까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거든.

그러니까 영어가 안 되는 아가들끼리 노는 거지요~~~~

 

그러고 나서 자세히 물어보니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다.

서로 얼굴을 보며 웃고, 몸짓으로 표현하고,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을 말한단다.

예를 들면,

하빈이가 베네수엘라 여자아이에게  "SO HOT?" 하면,

베네수엘라 여자아이는 못 알아듣는 단다.

그러면 하빈이가 윗 자켓이나 스웨터를 벗는 시늉을 하면

"NO.NO" 하며 손짓으로 아니라고, 안 덥다고 한단다.

그렇게 일본 여자아이, 베네수엘라 여자아이, 하빈이,

그리고 다른 한국 남자아이.

이렇게 언제나 4명이 뭉쳐서는 함께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그리고 베네수엘라 친구 에다랑 일본 친구 유리가 모르는 것 같아서

하빈이가 간식을 가져다 주면 두 여자아이는 마주 보고 웃고,

고마움을 하빈이가 먹은  요플레를 쓰레기통에 버려주고,

손잡고 또 마주 보고 웃는단다.

이야기를 듣다가 남편이랑 무지 웃었다.

그리고 다행이다~~~~~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이렇게 도움받는 것도 배우나 보다.

말을 못 알아 들어서 멍하니 있으면 옆에 앉은 은애랑 수빈이가

많이 도와 준단다.

언제나 도움받는 것을 싫어하고 혼자 하겠다 하던

딸이 별수 없이 도움을 받는다.

수학 시간에도, 역사시간에도, 특히 과학 시간에....

 

딸!

그렇게 도우며 도움을 받으며 사는 거야.

도움만 주며 살 수도 없고, 도움만 받으며 살지도 않는 단다.

조금만 참아요. 곧 귀도 열리고, 입도 열려서

하고 싶은 말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될 테니까.

그때는 또 영어가 안 되는 친구가 반에 들어오면

하빈이가 친절하게 잘 도와주도록 하고.

그래도 다행이다.

하빈이가 워낙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듣는 것을 더 많이 하니

그나마 학교에서 답답해도 잘 참고 재미있게 지내는 것 같아

엄마가 고맙고 감사하네요.

매일매일 우리 열심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