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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엄마의 일/2009년

open your mouth.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9. 3. 29.

다른 아이들은 벌써 점심을 다 먹고 올라가고 나와 크리스토프만 남아서

크리스토프 5숟가락 마저 먹이고 올라오니 복도에

"입 벌려~~~ 빨리, 입 벌려!"소리가 쟁쟁하다.

(점심시간이면 나나 노에미나 "open your mouth!"를 여러 번 한다.

노에미는 이닦는 시간에 나는 점심 식사시간에.)

안 봐도 비디오다.

주인공은 바로 브랜든.

이 닦기를 무지 싫어하는 브랜든은 이를 안 닦고 버티다가 결국은

저렇게 노에미가 쫒아다니면서 머리를 잡고 입을 열라 재촉을 하고

강제로 이를 닦는다.

누가 밖에서 들으면 병원인줄 알 것이다. 치과!

아니다. 바로 브랜든이 이를 닦을 때 내는 소리다.

으아아악~~~~~~ 으아아악~~~~~

악악~~ 악!악!악!

물어보니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엄마가 강제로 이를 닦인단다.

짜식~~~~ 치과는 무지 무서워하면서 왜 이를 안 닦는 거야?

 

또 언제나 숨바꼭질이다.

 손으로 입을 막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망 다닌다.

이날은 여학생들 옷 갈아입는 방으로 도망쳐 숨었다가 걸렸다.

다음날은 노에미 방으로 들어가 숨고......

요리저리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며 이 시간을 피하려 애를 쓰다가

저리 붙잡혀서는 비명을 지르며 이를 닦는다. 아니 닦인다.

 

 옆 여자 화장실에서는 예쁜 공주님들이 얌전히 이를 닦고,

 

 오잉?

현중! 뭔 일입니까? 오늘은 어째 누워서 이를 닦는고?

 

 "I'm a king of king!"  이라나?

내참~~~~ 맞아요. 말썽쟁이 개구쟁이 중에서는 왕 중의 왕입니다. 카일.

 

 내 도시락이다.

점심시간에는 내가 아이들과 함께 식당에 있고

노에미는 아이들 낮잠 잘 준비를 하러 올라간다.

점심시간이면 나도 " open your mouth." 외친다.

바로 크리스토프와 카일에게.

크리스토프는 본인의 도시락을 언제나 싫다고  손으로 입을 막고는 거부한다.

그럴 때면 항상 이야기한다.

엄마에게 다음에는 네가 좋아하는 것으로 도시락을 싸 달라 하라고.

그런데 어째 일주일에 4일은 항상 싫다고 안 먹으려 한다.

집에서도 저리 안 먹나? 그래서 편식 고치려고 일부러 도시락은 저리 싸주나?

나 혼자 생각이다.

어쨌든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도시락을 준비해 주면 아이도 행복하고

나도 좋으련만  아예 안 먹으려 하니 나중에는 숟가락 들고 옆에서

오늘은 5번만 먹자, 7번만 먹자. 하고는 입열으세요를 외친다.

다음은 카일이다.

학교 급식을 신청해서 먹는 이 녀석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나오면 잘 먹지만

냄새가 이상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나오면 아예 손을 안 대고 마른 빵만 먹는다.

그래서 자주 나와 함께 남아서는 억지로 3번만 먹자, 5번만 먹자로 실랑이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녀석이  내 도시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날은 김에 멸치였었는데

"미스 선미, 난 작은 생선이 궁금해, 한 번만 먹어 보면 안 돼?" 한다.

그래서 주었더니 너무너무 맛있단다. 자기는 작은 생선을 정말 좋아한다나?

"까만 저건 뭐야?"  "김!"

"먹고 싶어" 그래서 또 밥에 싸주었더니 너무 맛있다며

아예 자기 점심은 안 먹고 내 도시락에 눈독을 들인다.

그날은 카일이 자기 점심 두 번 먹으면 멸치 한번 주고

또 두번 먹으면 김에 밥 한번 싸주고...... 그렇게 해서 점심을 다 먹었다.

그러더니 매일 내 도시락에 관심을 보인다.

금요일도 내 계란찜을 보더니 자기는 계란을 무지 좋아한다며

무지 다정한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나중에 이 녀석 이런 눈빛과 미소로 아가씨들에게 작업 많이 걸겠네.... *^ ^*

ㅋㅋㅋㅋㅋ 학교 급식이 그날은 특히 맘에 안 들었던 것.

"두 번 먹으면 내 계란찜 조금 줄게"

그렇게 해서 그날도 카일은 급식을 다 먹고 내 계란찜을 반을 먹었다.

그렇다고 계속 이 녀석 점심까지 내가 가져갈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라도 해서 점심을 다 먹으면 다행이다.

 

 

 목요일에 쓰기를 안 하고 싶어서 늦장 부리다가 자기가 너무나 좋아하는

블록으로 놀지를 못해 무지 심술이 났던 브랜든이

금요일에는 정말 열심히 정성 들여 3번째로 빨리 끝내고는 뛰어가서

그렇게 자기가 놀고 싶어 하던 블록으로 너무나 행복하게 놀았다.

너무나 이쁘게 잘 써서 감동이라 사진을 찍었다.

보통 앞장은 잘 쓰다가 뒷장은 흐지부지인데 이날은 뒷장도 정말 잘 썼다.

 

 브랜든은 외손잡이에 힘이 없어서 지렁이 기어가듯 글씨가 그랬었다.

이번에 제일 잘 쓴 것인데 정말 깜짝 놀랄 만큼 무지 잘 썼다.

노에미도 안 믿기는지 나에게 묻는다.

정말 브랜든 혼자 했느냐고. 당연하지요. 혼자 했답니다.

그래서 너무 감동이라 이리 사진도 찍었는 걸요.

정말 잘 썼다. 보고 또 봐도 잘 썼다.

브랜든에게 가서 안아주며 네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칭찬해 주니

또 신났다. 이쁜 것.

 

 카일이 쓴 것이다.

브랜든이 다하고 블록으로 놀자 카일이 날 부른다.

브랜든이 정말 다 했느냐고. 그럼. 당연하지.

보여 달란다. ㅋㅋㅋㅋ 짜식~~~ 내 그맘 알지요. 꼴찌 동기인데......

보여 주면서 오늘 브랜든은 정말 최선을 다해 잘했다고 하자

자기도 그렇게 할 수 있다나? 그러더니 정말 평소보다 잘 썼다.

 

 보통 카일은 뒷장은 엉망이다. 그래서 내가 심한 것은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라고 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는데

이날은 뒷장도 제법 잘 썼다.

자기도 잘할 수 있다더니 정말 그러네.

 

마티아스의 글씨체다.

제일 잘 쓴다.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마티아스와 하루끼는 빨리 쓰면서도 정말 이쁘게 잘 쓴다.

처음에는 연필 잡는 것도 힘들어하던 녀석들이 어찌나 이쁘게 잘 쓰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이젠 칠판 보며 옮겨 쓰기도 제법 잘한다.

줄도 정확히 지키고.

이 정도면 일 학년 가서 아주 잘할 것 같아요. 아가들.

이번 주도 다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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