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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슈라니 뻐뻐, 유딧 머머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0. 8. 26.

8월 14일 토요일.

아침에 김밥을 만들어 접시에 담고 와인 한 병 챙겨서

가까운 꽃집에 들러 꽃도 샀다.

하은이 대부, 대모집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통 여름 방학중 대모이신 유디뜨 머머의 생일이 있어

그때마다 함께 해왔었다.

그런데 올 여름은 7월이 아닌 8월이니 생신은 아니고.........

남편 말로는 우리가 한국에 있어서 우리 오길 기다렸다고

그냥 얼굴 보자는 모임이라 했는데......

가보니 아니었다.

딸들을 본 슈라니 뻐뻐랑 유디뜨 머머는 깜짝 놀랬다.

일 년 사이 너무나 커버린 딸들 때문에.....

내 눈에는 더 커야 하지만 일 년 만에 보니 놀랐나 보다.

오픈 샌드위치 먹는 딸 앞에서 행여나

부스러기라도 떨어지나 기다리는 강아지 두 마리.

캐나다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대니도 와있었다.

키가 어찌나 큰지.......

190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분들에게 하은이는 친딸과 같다.

그리고  대니도 하은이를 좀 특별하게 생각을 한다.

살이 좀 쪘네...... 항상 말랐었는데.

대니 옆에 서있으면 우리 신랑이 왜 그리 작아 보이는지.

하은이는 유디뜨 머머를 도와 상도 차리고 정리도 한다.

유디뜨 머머는 딸이 있어 너무나 좋다고 여러 번 말씀을 하신다. 

 유디뜨 머머는 요리 솜씨가 좋다.

그런데 그냥 모임이 아닌 듯하다.

평상시보다 샐러드도, 고기도 종류가 다양한 것이 뭔가 특별한 날 같은데.......

더니가 여름이라 캐나다에서 와서 그런가?

나중에 알았다. 더니의 생일이었다.

이런 이런 우린 선물을 준비 못했는데.

 언제나와 같이 슈라니 뻐뻐의 전 부인인 주저 니니도 오시고.

그리고 전 부인과 사이에 낳은 이스트반의 아들.

그러니까 슈라니 뻐뻐에게는 손자이다.

작년에  보았을 때는 갓 태어난 아기였는데.....

유디뜨 머머의 남동생 가족,

그리고 슈라니 뻐뻐의 친한 친구 가족.

이분들은 벌써 알고 지낸 지가 16년이니 일 년에 한 번씩

만났어도 얼굴을 대할 때마다 반갑다.

오늘은 우린 몰랐었지만 더니의 생일이었다.

친구들도 오고,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함께 축하를 했다.

중학생 때 처음 만났던 더니는 

저렇게 키가 훤칠한 30의 청년이 되었다. 

그리고  이스트반.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난 아들이다.

이날 보니 살이 많이 쪘다.

결혼하고 아들 낳고 안정이 되었나...... 항상 많이 말랐었는데......

그러고 보니 세월만큼 다들 몸이 불었다. 배도 나오고.

그리고 확연히 느껴지는 여유로움? 평안함이랄까......

그래 긴장이 없는 편안함이었다.

주저 니니와 유디뜨 머머도 이젠 함께 나이 들어가니 평안함이 느껴진다.

전 부인이 낳은 아들의 아기를 함께 돌보며 웃는 넉넉함이 있다.

그전에도 항상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가족파티에는 함께 했었지만 

약간의 표현이 안 되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하나도 없다.

아마도 나 이듬의 편안함이 이런 건가 보다.

대니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또 이렇게 주저 니니랑

유디뜨 머머가 함께 돌보며 웃겠지.......

그리고 그 옆에서 슈라니 뻐뻐도 함께.

난 이래서 나이 드는 것이 좋다.

팽팽하지 않고 느슨해서,

이것도 삶인 것을...... 하면서 존중할 줄 아는 지혜가 생길 것 같아서.

웬만한 것은 그러려니... 하면서  넘기고  눈감아 줄줄 아는

여유가 생길 것 같아서.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봐도 나이 드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인사하고 자리를 뜨는 데 유디뜨 머머가 하은이를 꼭 안아주면서

"내 딸이야. 진짜 내 딸" 하신다.

참 고왔는데.....

맘도 참 고운 분.

일 년에 한두 번 뵙지만 언제나 따뜻하고 고운 분이다.

슈라니 뻐뻐도 수술하고 많이 말랐었는데 지금 보니 살이 많이 쪘다.

그리고 많이 늙으셨다.

대니도 캐나다에서 직장 생활하느라 없는데 

크리스마스 때 김밥에 잡채도 해서 찾아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