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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한밤중에 쿠키를 구워도 행복하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0. 12. 2.

말 그대로 오밤중에 초콜릿 쿠키를 굽는다.

큰 녀석 배구클럽과 학교 축구클럽에서 한 시즌을 마감하는 파티를 한단다.

바로 내일.

딸은 초콜릿쿠키를 구워가겠다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일 시험이 두 과목이나 있어서 자기는 시험공부를 해야 하니 엄마가

만들어 달란다.

힘들어서 귀찮으면 할 수 없고....... 라면서.

내참~~~~

뒷말을 하지 말던가.......

밤 10시에 반죽해서 쿠키를 구우면서 행복하다.

초코를 4개씩 넣다가 3개를 넣었더니 공부하다 확인 나온 딸.

4개씩 넣어 달란다.

우씨~~~~~

 그래서 다시 초코를 4개씩 얹었다.

그리고 초코 싫어하는 나를 위해서도 초코칲없는 쿠키도 몇 개 만들었다.

 

내 딸이 학교가 재미있단다.

매일매일 좋단다.

시험이 있어도 좋고 내일처럼 파티가 있으면 더 좋고, 시험이 있을지라도 시합이 있으면

시합이 더 중요한 내 딸이다.

그렇다고 운동을 출중하게 잘하냐....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그저 좋단다.

그래서 내가 행복하다.

 

딸이 아침이면 스스로 준비하고 학교를 가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것을.

큰딸이 초등학교 2학년 되던 해에 한 녀석이 큰딸 반에 전학을 왔고

그때부터 하은이의 아픔이 시작되었었다.

매일이 놀림이고 공으로 맞고 발로 맞고.....

보다 못한 친구가 말리자 그 아이는 말 그대로 집단 구타를 당했었다.

이유는 그냥 동양 아이라서.

중국(끼나이) 아이라서....

아무리 난 중국 아이가 아니고 한국이라고 말을 해도 그 아이는 그리고 그 아이 친구들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1년 넘게 맞고 놀림받으면서 큰 녀석은 병들기 시작했었다.

매일매일 울었고 학교가 가까워질수록 차 안에서 숨을 쉬지 못했다.

한겨울에도 창문을 다 열고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쉬었다.

아침 식사는커녕 물도 마시지 못하고 학교에 갔다.

뭐라도 먹은 날은 차 안에서, 학교 앞에서 다 토했었다.

학교앞에 오면 차 안에서 내리지를 못하고 울었고,

그런 녀석을 학교에 밀어 넣고는 혼자 차 안에서 울고 또 울었었다.

그렇게 보낸 시간들......

혹시나 싶어 가보면 어김없이 하루 종일 울었단다.

눈이 퉁퉁 부어서는 엄마가 언제 오나 그것만 기다린 딸이었다.

학교 앞에서 큰 녀석 들여보내 놓고는 한 시간도 두 시간도 떠나질 못하고

학교 앞 차 안에서 울면서 기도하면서 그리 보냈던 시간이었다.

딱 두 달을 그렇게 매일매일 울던 녀석이 조금씩 나아졌다.

하지만 그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나아진 것처럼 보였고 결국 사건이 터지면서 학교를 옮겼다.

그리고 난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엄마가 잘못했다고, 다음에는 절대로

참으면서 하은이에게 너도 참아라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랬던 시간들이 꿈처럼 느껴진다.

 

학교가 좋다고, 재미있다고 그렇게 가주기만 한다면

오밤중에 굽는 쿠키가 뭐 힘이 드나.

매일이라도 해주지.

실없이 나 혼자 행복해서는 이 닦고 자러 간다는 딸들에게 장난도 걸고

애교도 부려본다.

신랑에게 와인 한잔 마시자 찔러서는 와인 한잔 마시고 알딸딸해서는

너무 좋아, 주정도 해본다.

우리 집이 너무 좋다, 그렇지?

우린 너무 행복하다, 그렇지?

우린 감사할게 너무너무너무  많다,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