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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빈이 이야기

엄마, 내 가방 어디 있어요?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1. 13.

어제 아침, 그러니까 화요일 아침.

주일에 아빠가 만들어 주신 스파게티소스를 냉동했다가 도시락으로

싸주었더니 무지무지 행복해하며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흥얼흥얼

부르며 학교로 간 두딸들.

그러더니 교통체증에 차가 밀리자 얼핏 잠이 들었다가 학교에 도착하자

잠결에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고 가방을 꺼내는데 큰 녀석은 가방에

보조 가방에 도시락까지 다 들었는데.......

작은 녀석이 가만히 서있는다.

꼼짝도 않고.

하빈이 가방 꺼내.

........

그러더니 나에게 묻는다.

엄마, 내 가방 어디 있어요?

뭐시라?

그걸 왜 나에게 물어요? 저 가방 아니야?

아냐! 저건 한글학교 가방이야.

띠용~~~~~  머릿속이 하얘지고........

한글학교 가방이라니......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작은 녀석 반응이다.

왜 이 가방이 여기에 있지?

......

내참 어이가 없어서.....  넌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니?

난 아니야!  네가 들고 온 것  아니야?

응! 그건데 왜 이 가방이 여기에 있지?

......

생각하지 마! 아빠에게 전화하자. 아직 집에 계신지.

지금이 7시 45분이니까 만약 아빠가 집에 계시면 8시 30분까지는

가지고 오실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전화를 했다. 남편에게.

다행히 집에 있었다.

상황을 설명하는데 남편 하는 말.

그래서 나보고 어떡하라고.

어느 별에서 왔나 궁금한 작은 녀석 아빠를 닮았구나.

그때 알았다.

아니 딸이 가방을 바꿔가지고 왔다고 전화를 할 때는 당연히 갖다

달라는 거지요~~~ 그럼 왜 전화를 했겠어요?

알았어.

도시락만 들고 얌전히 소파에 앉아 있는 표정 없는 작은 녀석을 보니 웃음 밖에 안 나왔다.

옆에서 하은이는 너무 웃겨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계속 웃는다.

저러다 동생에게 맞지...... 눈치 없기는......

그리고 전화기를 손에서 안 놓고 긴장하고 있는데

8시 35분에 전화가 왔다. 밖으로 가방 가지러 나오라고.

가방 받아 교실로 급히 올라가니 8시 40분이다.

다행히 성경공부 시간이다.

 

수업 끝나고 물어보니 괜찮았단다. 생각보다 빨리 가방이 와서.

집에 와서 하는 말.

엄마, 내가 왜 한글학교 가방과 바꾸어 갔나 생각해 봤는데 분명히 학교 가방을 메고 있다가

코트를 입으려고 내려놓고 코트를 입고 다시 가방을 멜 때 바뀌었나 봐요.

근데 왜 거기에 한글학교 가방이 있었지?

저녁에 퇴근한 남편은 작은 녀석 말을 듣고는 어이없어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하는 말,

이번이 마지막이야. 아빠 다음에는 놓고 간 물건 들고 학교에 안 갈 거야.

ㅋㅋㅋㅋㅋ

작은 녀석 표정이 별로 마음에 안 두는 것 같다.

덕분에 나만 아침에 도시락 챙겼나, 체육복 챙겼나, 바이올린은....  나만 바빠졌다.

3주 방학하고 학교에 가면서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

 

예전 헝가리 학교에 다닐 때는 아예 가방을 안 가지고 학교에 가서 급히 아빠가

가방을 들고 출발해서 중간에 나랑 만나 가방을 받아 학교에 가져간 적도 있었다.

큰 녀석은 학교에 가서 보니 집안에서 신는 슬리퍼를 신고 간 적도 있다.

그때도 아빠가 운동화를 들고 급히 학교로 왔었다.

상황이 황당하긴 하지만 생각할수록 재미있고 이것도 새끼 키우는 재미인 것 같다.

두 녀석이 너무나 다르다.

큰 녀석은 이런 상황이 되면 눈물부터 나오고 당황하는데

작은 녀석은 표정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당황하기보다는 왜? 그러고 한참을 서있으니 오히려 내가 더 답답해진다.

달랑 두 녀석이 이리도 다를까.

달라서 그래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