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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슬립 오버하고 한국어 시험 본 딸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4. 17.

4월 16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한국어 시험을 두 딸이 신청했었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헝가리 공립학교를 다니다가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는

두 딸들에게 한국어 시험을 통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한국어 실력을

스스로 검증하게 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급을 신청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대학을 한국으로 가게 된다면 다시 고급과정을 시험을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

체리꽃이 이리도 만발한 봄에,

사과나무도 새 잎을 내고 꽃 피울 준비를 하는 이때,

큰 녀석은 스페인어 시험을 오전에 보고,

작은 녀석은 금요일 페이튼 집에서 여자 아이들 모두 슬립오버를 했다.

작은 녀석은 한글학교 하루 결석을 부득이하게 되었다.

다섯 공주님들이 얼마나 열심히 놀았을까나......

사라와 첸첸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오전 10시에 작은 녀석과 에다를 태웠다.

보통 토요일에는 에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쉬시기 때문에

집에 데려다줄 수 있는지 묻는다.

당연하지요~~~~~

먼저 다녀와야 할 곳이 있으니 들렀다가 데려다 준다 하고는

미스 노에미 집에 들러 계란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차 돌려 에다 집으로 갔다.

에다 집에 가니 베네수엘라 국기가 펄럭인다.

분명 전에도 저 자리에 있었을 텐데......

어째 오늘 처음 보는 것만 같다.

베네수엘라 국기가 저리 생겼구나........

파란 하늘에 펄럭이니 새삼스러웠나 보다.

종달새 같은 에다 내려주고 차 돌려 한국식품점에 들러서 고추장 사고 계란 내려놓고

하은이를 데리러 같다. 스페인어 학원으로.......

아침 8시 20분부터 영업 뛰는 택시 기사처럼 정신없이 이리저리 두 딸들 스케줄 따라

움직이고 길을 몰라 유리 엄마 만나기로 한 한글학교에 오니 오후 12시 40분이다.

이제 진짜 한국어 시험을 보러 가야 한다. 옐떼 대학으로.

여권과 수험표를 챙겨주고,

꼭 시험 볼 때 책상 위 한쪽에 올려놓으라 알려 주었다.

 

딸들,

떨어져도 괜찮아.

이제 중2, 6학년인데 뭐.

다음에 다시 보면 되니까 이번에는 시험을 이렇게 보는구나....

하고 오면 돼. 알았지?

작은 녀석 씩씩하게 알았단다.

그냥 시험지만 보고 떨어져 오겠단다.

내참~~~~~

긴장할까 봐 안심하라고 한 이야기인데 정말 떨어질 기세다.

체리꽃과 메지 꽃은 똑같이 생겨서 처음에는 많이 헷갈렸었다.

체리나무는 가지 끝이 위를 향하고,

메지 나무는 가지 끝이 저렇게 아래를 향한다.

꼭 버드나뭇가지처럼 축축 늘어져 커튼처럼 말이다.

에고.......

 

이 화사하고 좋은 날 딸들 시험장에서 4시간을 보내려면 힘들겠다.

오늘따라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들이 야속하게 보인다.

모르는 길을 차 두대로 뭐하러 가느냐며 고맙게도

유리 엄마가 우리 아이들까지 다 데리고

옐떼 대학 안에서 있는 시험장으로 출발을 하고 난 집으로 왔다.

오후 7시쯤 되어서 딸들이 왔는데 하필 오늘 언드라쉬 우트가 데모를 하느라고

막아서 돌아 돌아 또 차가 밀려 15분이며 충분히 갈 길을 50여분이나 걸렸단다.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그런데 하준이는 우리보다 일찍 출발을 했는데 수험표를 집에 두고 와서

그 밀리는 길을 중앙선 넘어 불법 U턴 까지 하면서 집에 다녀오느라

턱걸이로 들어갔단다.

점심도 생략하고. 버거킹에서 미리 햄버거 먹고 들어 간다고 했었는데......

시험 볼 때 얼마나 배가 고팠을 까..........

안쓰럽다.

우리 새끼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는데 하빈이는 50번 문제를 생략하고 답안지를 밀려 써서

다시 답안지를 받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느라 힘들었단다.

이것도 경험이지.

그리고는 힘든 하루를 보상이라도 하듯 열심히 바느질을 하더니 저리

이쁜 토끼를 만들었다.

참 신기한 녀석이다.

바느질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니 말이다.

이건 지난번에 만든 고양이.

이 녀석을 만들어서는 매일 학교 갈 때마다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차 안에서 이야기도 하고 함께 놀기도 한다.

이 고양이를 본 에다와 첸첸은 아트클럽에서 만들기를 시작했는데

아직 완성을 못했단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젠 고양이 이 녀석과 토끼까지 함께 학교에 갈 것 같다.

더 늘어나지 말아야 할 텐데.......

그래도 이렇게 바느질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면 어쩌겠나..... 해야지......

에미 맘은 그래도 밤에는 안 했으면 좋겠고.... 눈이 나빠질 까 봐서.

평일은 피해서 주말에만 해주었으면 좋겠다.

바느질에 푹 빠져서는 자꾸 늦게 잘까 봐서.

 

진짜 아예 재봉틀을 하나 사주어야 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