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잠자던 우리 집이 서서히 눈을 뜨고
깨어난다.
아이들이 그 작은 발로 뛰어다니며 겨우내 잠들어 있는 우리 집을 깨운다.
일어나라고.
봄이 왔다고.
빨리 눈을 떠서 체리 꽃을 보라고.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내 영혼을 건드린다.
이제 힘을 내어 일어나라고.
무릎에 힘을 주고 다시 기지개를 크게 켜고 일어나라고.
겨울은 다 지나갔으니 두꺼운 옷 훌훌 벗어버리고
나비 날개 같은 가벼운 옷을 입으라고.
그리고,
다시 한번 웃자고 한다. 나에게.......
유난히도 힘들었다.
죽을 만큼. 아니 죽고 싶을 만큼 힘든 겨울이 지났다.
맞아. 봄이야.
이제 다리에 힘주고 다시 일어서야지.
내가 몰랐던 그 사이 배꽃이 피었다.
우리 집 배는 사 먹는 배에 비할 수 없이 맛있다. 물론 한국 배 맛은 아니지만.
고맙다. 나무야.
살며시 쓰다듬어 본다. 고마워서.
잊고 있었는데 배나무는 잊지 않고 꽃을 피워주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사과나무도 핑크색 꽃망울을 보여준다.
다들 이렇게 긴 겨울 보내고 봄을 맞는데......
나만 준비가 안되었구나.......
지난주 남편이 교회 운영위원회에서 제직친목 저녁식사를 주일 오후에
우리 집에서 하자고 제안을 했단다.
물론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서 모이는 것으로.
토요일 장을 보고 고기를 다듬어 양념에 재고 장어는 냄새가 오래가
밖에서 남편이 오랫동안 손질을 했다.
그리고 주일 예배를 마친 오후 5시 벨이 울린다.
그리고 우리 집을 찾아준 고마운 분들.
지훈이는 뭔가 속상해서 우는데 그 모습조차 귀여워 자꾸 웃음이 난다.
지훈아,
고마워.
아줌마 웃게 해 줘서.
식사 끝낸 우리 아가들 축구를 한다.
해가 길어져 고맙고, 바람이 잔잔해져서 고맙고,
날씨가 추웠었는데 풀려서 감사하고.
따뜻한 차 마시며 담소를 즐기시는 집사님들 속에서도 우리 지훈이가 천사다.
모두를 웃게 하니까.
뒤뚱뒤뚱 걸음마하더니 어느새 헝가리 영아원을 간단다.
기특하기도 하지.
작은 딸~~~~
엄마 마시멜로 구워줘!!!
열기가 뜨거운지 저리 나무토막으로 얼굴을 막고는 마시멜로를 구워서는 갖다 준다.
에고~~~ 이쁜 것. 내 새끼.
긴긴 겨울 동안 아무도 찾지 않아 심심했던 놀이터가 오늘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하은이 7살 생일 선물로 아빠가 직접 디자인해 만들어 준 것인데.
그러고 보니 벌써 7살이네.
이젠 딸들이 커서 잘 찾지 않는 놀이터.
다음에 이사하면 작은 통나무 집을 갖고 싶단다.
놀이터 대신에.......
남자 집사님들도 호기심에 마시멜로를 구워보신다.
저런 저런~~~~
윤성이 축구공이 옆집 아저씨집 마당으로 날아갔다.
아저씨가 계셨다면 바로 건네주셨을 텐데......
어쩌나......
용감한 우리 윤성이가 아빠의 도움을 받아 옆집으로 넘어가 공을 가져왔다.
혜인이 윤성이는 참 특별하다. 가끔 주일학교 빈자리 채우러 들어가면 어쩜 그리
알아서들 성경, 찬송 정리하고 기도 순서 아이가 결석하면 기꺼이 그 순서 대신 하고
동생들을 어찌나 잘 보살피는지....... 혜인이를 보면서는 큰 녀석이 떠오르곤 한다.
꼬마 손님을 위해서는 마시멜로를, 청년들이 오면 감자를 굽는다.
오늘은 처음으로 오징어를 구어 봤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음에도 오징어를 구워봐야겠다.
오징어 다리 하나 입에 물고 만족한 우리 지훈이.
시작과 끝은 이화수 목사님의 기도로 맺었다.
남편에게 묻는다.
다음에 우리 목사님 순서일 때 선교사님 모임을 우리 집에서 할까?
체리가 열리고 살구가 떨어질 때, 자두가 알맞게 익어 갈 때.
떨어지는 배가 안타깝고, 사과, 무화과를 나누어야 할 때
그때마다 이렇게 대문을 열었었다.
7개의 호두나무에서 호두가 떨어져 마당을 덮을 때 대문을 열면
그때가 그해의 마지막이었다.
다시 우리 집 대문은 닫힌다.
겨울 동안.
그래서 그랬나.......
아이들의 맑은 소리를 들으면서 어려서 들었던 동화가 떠오르면서
내 집을 덮었던 얼음이 이제 녹아내리는구나..... 했다.
거인이 살던 집.
일 년 내내 겨울이었던 그 집에 작은 구멍으로 아이들이 찾아들자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는 살아있는 집으로 변하는 이야기.
꼭 거인이 살던 집처럼 겨울 내내 얼음으로 덮였다가 봄이 되자
아이들이 찾아오고 새가 지저귀고 파릇파릇 잔디가 자란다.
내게 몇 해의 이런 여름이 남아 있을까?
감사하면서 고맙습니다 하면서 살다 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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